고치지 않는 시, 하루 시 하나021
늦은 저녁 일부러 요란한 불빛이
고양이의 꼬리처럼 나를 맞는다
너무 밝은 전등을 두어 개 끄고 나서야
첫번째 호흡을 한다 숨을 내쉰다
눅눅한 이마를 대충 훔쳐내며
커피포트 속에서 달달 우는 물을 컵에 반쯤 따른다
달달 소리내던 물이 졸졸 소리나는 물과 만나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하고 어정쩡한 액체가 된다
맛도 향도 없는 감촉만 남은 것이 입 속에 들어오자
익숙한 적막이 오늘따라 시끄럽다
혼자 삼킨 물이 몸 속에 퍼질 때마다
김칫국물 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미지근한 수면 위로 둥둥
외면해 봐도 기어코 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