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부부 Oct 06. 2021

아기는 언제 가질거야?

남편, Y 이야기 - Intro


“Y대리. 애기는 언제 가질 거야?”

“아직 결혼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뭘…. 좀 더 신혼생활 즐기다 가지려구.”


   나는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아이를 언제 가질 거냐는 질문에는 항상 거짓말로 답하게 된다. 사실 성격대로 다 말한다면 첫째, 그 질문은 실례니까 앞으로 다신 그런 질문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이고 싶고 둘째,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왜 아직 아기천사가 찾아와주지 않는 것인지 하소연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들이 악의를 가지지 않고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대충 대답하고 넘어간다.

그리곤 나 자신에게 다시 물어본다.

     

우리는 언제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난임 부부의 임신 준비는 마치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The Road)'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타버려 재만 남았고 먹을 것이 없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약탈 되는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은 남쪽의 해변을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다. 왜 남쪽인지,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는 이 책 내내 알 수 없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있다. 그곳은 따뜻한 곳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이해할 수 없지만 더는 캐묻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확신이 없다는 것을 소년은 직감적으로 알지만,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가는 일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굶주림, 누적되는 피로, 추위, 거기에다 약탈자 패거리들의 공격까지.


   임신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일 수 없고, 사람들의 순진한 위로, 악의 없는 공격까지. 그렇지만 결국 우리가 가는 그곳에 무언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바로 그것을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 노력하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아직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혹은 그 먼 길 끝에 아기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와도 나누기 힘든 감정을 서로 나누고, 또 남편, 아내가 함께 읽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지만 이렇게 오늘을 남기기로 한다.      


나는, 우리는 함께 난임을 걷는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