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쉼표7 : 아이 엠 그라운드 엄마 소개하기 ]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외부 교육을 듣고 있다.
하루는 회사 출장을 핑계 삼고, 하루는 개인적 공부를 위해 시간을 쪼갰다.
일을 이유로 밖에 나와 앉아있는 이 시간이 내겐 꽤 특별하다.
얼마 전엔 조별 과제를 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직업을 말하는 게 전부라니.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로 십여년전 다져진 나의 자기소개력은 다 어디갔단말인가.
어색하게 웃으며 몇 마디 하고 나니,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자기소개인가?”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요즘은 뭘 궁금해하고, 어떤 순간에 웃는지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소속과 역할만 나열하는 소개는 어쩐지 ‘껍데기’ 같았다.
나는 나를 잘 소개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요즘 관심 있는 건 뭘까? 내 MBTI를 말하면 조금 더 나를 설명한 걸까?
내가 나를 이렇게 잘 모르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익숙해도, 나 자신을 설명하는 일에는 유독 서툴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당당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내 이야기를 하려 하면, 왠지 한 발 물러서게 되는 건 나뿐일까.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 아이가 ‘자기소개를 잘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단지 말 잘하고 발표 잘하는 아이 말고, 자기 마음을 잘 알고, 자기 기분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유튜브 ‘우리동네어린이병원’으로 잘 알려진 박소영 선생님이 쓴
『마음이 부자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나는 부모가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 현우는 어떤 아이예요?”
“현우는요, 친구들을 좋아하고 개구져요. 친구랑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하는데 가면 꼭 한번씩 싸워요. 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집에 와선 친구 마음이 상했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예요”
내 아이를 이런 시각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오늘 중 ‘처리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면 육아의 시간은 버겁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아이와의 시간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시간으로 생각해보자.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한 듯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자.
오늘 이 아이는 어떤 말을 했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웃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눈을 피했는지.
그 작은 감정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우리 아이는요...”로 시작하는 문장을.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더욱 선명해진다.
내가 무엇을 민감하게 느끼고, 어떤 말에 웃고, 언제 서운해지는지도 아이를 통해 알아간다.
역시, 사랑은 돌아오는 거구나.
그 생각 끝에 오늘도 씨익, 웃음이 난다.
요즘 육아 어렵다, 힘들다고 하죠.
힘들다고만 하기엔 너무 행복한
행복하다고만 하기엔 너무 벅찬 일상의 순간 숨을 불어넣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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