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어제저녁, 친구와 함께 한강에 다녀왔다. 아무도 없는 숲길에서 노래를 틀고 신나게 춤을 추며 놀았다.
친구는 나를 구경한다. (마지막엔 자기도 흥이 나서 나 따라 추긴 했다.)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 후, 가장 단순한 행동을 하곤 한다. 근데 몸을 움직이는 일.
피아노를 치거나,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진지한 나와 자유로운 나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잡는 중이다.
친구는 웃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노래 부르고 춤추며 신나 해 하는 나를 보며 “얠 어쩌면 좋지" 어제도 그 말이 나왔다.
그러곤 이런 나를 귀여워해줄 남자가 어디 있을까 하며, 나와 정반대인 진중하고 무거운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
“어딘가 있겠지~ 없음... 말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본인에게 말하란다. 현실적인 친구라 그런 말, 믿음직스럽다.
갑자기 친구가 묻는다.
“너 O형이지?”
“헐, 어머,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그래 보여~”
"..?????????????, 너 A형이야?”
“맞아.”
대화 끝.
밤하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다. 손에 자전거 기름이 잔뜩 묻은 채로 나에게 물티슈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휴지만 있다고 답하며, 저쪽에 화장실이 있다고 알려줬다. 자전거 봐줄 테니 다녀오라고 했더니, 고맙다며 다녀왔다.
그 남자는 자전거를 챙겨 가려다 말고, 망설이다가 휙 돌아서며 “You are so beautiful.”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Thank you, have a good one~”
‘남자에게 예쁘단 말,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야~‘
꼴에 여자라고,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 보니 외국인들에게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다시 외국으로 나가야 하나.
친구는 외국 남자랑도 잘 어울릴 거라고 한다.
몸을 움직였더니 배가 고파져 간단한 음식을 사서 강 앞에 앉았다.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친구는 그동안 억눌렀던 마음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원래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친구인데, 막 쏟아내듯 털어놓았다.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고, 나도 덩달아 울컥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안쓰러웠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는 걸 아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들어주고, 깊게 공감해 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간관계였다.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마음속에서 병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 사이에서 진절머리가 난 듯했다. (우리도 여자지만 말이다..) 같은 여자라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놈의 ‘입’이 문제다. 말을 옮기며 작은 일도 금세 커져버린다. 오늘 친했다가 내일은 틀어지는 건 흔한 일이다.
여자들 사이의 기운은 둔하지 않고서야 금세 느낄 수 있다.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나도 옆에서 보았다.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신경 쓰인다.
아주, 쓸데없는 일들이다.
지금 몇 년이 지난 후 그런 사람들을 신경 썼던 점들이 나에게 득이 되었는가?
아니, 전혀 아니다.
다섯 중 네 명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신념을 지키려 해도 결국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 무리를 싫어한다. 애초에 발 담그지 않으려 한다.
친구도 나와 비슷했다.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느냐는 참 중요하다.
그래서 친구는 일터에서 점점 말을 잃어갔다고 했다. 사람들이 싫고, 자신을 그냥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말을 줄였고, 그렇게 웃음을 잃어갔다. 부모님조차 딸이 웃음을 잃고 있다고 걱정하셨단다.
나도 회사 다닐 때 그랬다.
아주 안 좋은 징조다.
마음이 곪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친구를 위로해 주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나눈 이 대화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조금씩 다른 길을 걷게 될 거라고. 그리고 분명히, 오늘 이 밤을 곱씹게 될 거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와 노는 아이가 보인다.
"저 애기 봐봐, 너무 귀엽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꽉꽉 채운 날이었다.
웃으며 자리를 나섰다.
밤늦게 다리 위를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묵묵히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우리 모습이 얼마나 작을까.
조그만 사람들이 바쁘게,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
아무리 크게 보여도 작게 생각하고, 작은 걸 크게 생각하는, 때론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는 계속 돌고 있고, 우리도 계속 살아갈 거야. 화이팅“
친구가 옆에서 어이없어하며 웃는다.
“그래~~ 그러자”
친구가 많이 웃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비가 툭툭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여러분도 웃을 일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셨길.
그렇지 않다면, 보내게 되길.
그럴 예정도 아니라면... 그냥 웃어보시길 바라요ღ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