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d love to. 23화

고통 속의 침묵

by 실버레인 SILVERRAIN


왜 하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까?


살다 보면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신앙이 흔들릴 정도로 깊은 외로움, 응답 없는 침묵 앞에서, 믿고 싶지만 믿기 어려운 순간들.


누군가는 이런 순간에 “신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는 신앙인들에게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하나님, 왜 고통받는 자들 앞에서 침묵하십니까?”


이 질문에 마주 선 영화가 있다.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





17세기 도쿠가와막부 시대,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두 명의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겪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하며, 동서양의 문화 차이, 고통 속의 신앙, 그리고 하나님의 침묵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깊은 질문과 감동을 던지는 작품이다.


“고통 속에서 하나님(신)은 왜 침묵하시는가?”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Ἠλί Ἠλί, λιμά σαβαχθανί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이 외침은 영화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마태복음 27장 46절

제 구 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실존 인물인 페레이라 신부는 일본에서 선교 활동 중 고문과 신자들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배교한다. 이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하고, 일본 여성과 결혼한 뒤 가톨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책까지 출간한다. 그의 선택은 지금도 종교 역사상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남아 있다.



페레이라의 배교 소식을 들은 로마 예수회 본부는 충격을 받고, 그의 제자인 로드리게스와 가르페는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으로 파견된다. 이들은 마카오에서 만난 일본인 기치지로의 안내를 받아 입국하지만, 곧 박해를 마주하게 된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일본 땅에서 끊임없이 고통당하는 신자들을 목격한다. 그들의 비명 속에서, 그는 간절히 하나님께 묻는다.


“왜 고통받는 자들 앞에 침묵하십니까?”



잔혹한 고문과 신자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하나님의 부재처럼 느껴지는 침묵에 흔들린다.



가르페는 순교하는 신자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고, 로드리게스는 기치지로의 밀고로 체포된다. 감옥에서 로드리고는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를 만나고, 신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도 배교하라는 설득을 받는다.



로드리게스는 처음에 신자들에게 “성화를 밟아도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깊은 내적 갈등에 빠진다. 그는 자신을 예수처럼 여기며, 이 고통을 믿음의 시험으로 받아들인다.


점차 그 확신은 완고함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자기 자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는 마침내 성화상(후미에)을 밟는다.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던 하나님으로부터 음성이 들려온다.



“너의 삶은 이제 내 안에 있다.”
“나는 네 곁에서 고통당했다. 나는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배교했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그가 성화를 밟자 신자들의 고통은 멈추고, 평화가 찾아온다.


겉으로는 신앙을 저버린 것처럼 보였지만, 그 행위는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행동이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이후 일본에서 배교한 신부로 살아가며, 기독교 탄압 정책에 협력하게 된다. 그는 표면적으로 신앙을 버린 듯 보이나, 죽음 이후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십자가를 통해 관객은 그가 평생 신앙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신앙은 말이나 형식에 있지 않다.


진정한 믿음이란, 고통받는 자들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동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신은 왜 응답하지 않으시는가? 왜 침묵하시는가?


이 물음은 단지 한 신부의 질문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신앙을 가진 이들이 반복해서 맞닥뜨리는 영원한 질문이다.


이 질문 앞에서, 신앙은 말과 형식에서 삶의 태도로 옮겨가야 한다. 영화는 그 해답을 신학적 이론이 아닌, ‘행동’이라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야고보서 2장 26절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을 통해 그분의 뜻을 따를 수 있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의 본질이 드러난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삶을 통해 세상 가운데 실현되어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언제나 자기희생적 사랑을 중심에 둔다.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영화 <사일런스>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믿음이란 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우리의 행동 속에 있다.”


그리고, 그 행동이야말로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의 진정한 응답이다.




기도 - 일반적으로 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에게 자신의 소망이나 감사, 혹은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생각해 보았다. 침묵하시는 것만 같은 그 순간에도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나는, 당신은,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까?


성경에는 이렇게 말한다.


마태복음 6장 33절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먼저: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두라는 뜻.

그의 나라: 하나님의 통치, 즉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삶과 공동체

그의 의: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 올바름과 공의로움, 믿음의 실천

이 모든 것: 먹을 것, 입을 것 등 우리의 현실적 필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삶의 중심에 두면, 필요한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책임지고 채워주신다는 약속이다.


전제조건은,

우리는 믿음의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가만히 방구석에 앉아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와 더불어,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야고보서 1장 22절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요한일서 3장 18절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마태복음 7장 21절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라야 들어가리라.


미가서 6장 8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나 자신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Kingdom of Heaven)를 위해 꿈꾸고, 그 꿈의 방향이 타인을 향할 때 비로소 완전한 사랑이 완성된다.


영화 <사일런스(Silence)>는 철학적이고 무거운 주제와 긴 러닝타임, 느린 전개 탓에 대중에게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상영관과 마케팅도 제한적이라 흥행에서는 아쉬웠지만, 예술성과 신앙적 깊이 면에서는 깊은 평가를 받았다.




요즘 나에게도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그 침묵의 응답을 잘 풀어가는 여정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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