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오늘은 가우디 둘째 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간다. 어제 까사 밀라를 보고 더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숙소가 중심부에 위치해 관광지 어느 곳이나 걷기가 좋다. 길어봐야 30분? 하루에 6~7시간씩 걷다가 30분은 이제 껌이지...
바르셀로나에서 10회 교통권을 끊었는데 계속 걸어 다녀서 결국 두 번밖에 쓰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성당
웅장한 자태에 잠시 멈칫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처음부터 가우디의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1883년,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를 맡게 되면서 이 성당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성전으로 거듭난다.
“이 성당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한 것이다. 시간은 그분의 것이다.”
가우디는 이 성당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기독교 복음을 건축으로 표현한 신앙의 공간으로 구상했다. 성경의 이야기를 조각과 형태, 빛과 색으로 풀어내며, 건축 자체가 하나의 묵상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는데 1882년에 시작된 이 위대한 여정은 무려 144년에 걸친 시간을 품고 있다. 한 인간의 손을 넘어, 시대와 시대가 함께 쌓아 올리는 성스러운 유산이다.
가우디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성 삼위일체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중심 주제이며 성경 전체를 시각화한 하나의 거대한 신앙 고백이다.
외부 파사드는 각각 예수의 생애를 표현했는데, 탄생, 수난, 영광의 파사드이다.
기둥, 탑, 창 의미가 없는 곳이 없다.
이 거대함과 웅장함에 입이 안 다물어진다. 저 돌을 하나하나 조각했다고....?
가우디 시대에는 장인이 직접 석재를 손으로 깎았지만, 지금은 디지털 모델링과 기계를 사용하여 정밀하게 돌을 깎고 조립하고 있다고 한다.
성당 중심에 서서 360도를 돌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는다.
삐죽삐죽 뾰족한 부분은 나뭇잎 끝 부분을 연상시키고 위를 향해 쭉 뻗은 기둥은 마치 숲 속을 표현한 것 같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추는 빛은 황홀감을 선사했다.
기둥도 비율에 맞춰 모든 돌들이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가우디는 이 건물을 지을 때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자연 지형인 몬주익 언덕의 높이(약 173m)를 고려해 성당의 가장 높은 첨탑 높이를 172.5m로 설계했다.
가우디의 자연에 대한 겸손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자연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상이 공중에 설치되어 있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을 불러일으킨다.
성당 박물관 같은 곳도 들렀는데 한쪽에선 성당 모형을 3D 프린터로 작업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수고해 주신다.
구엘공원
이 공원도 독창적인 건축물과 조형물로 가득하다.
여기도 사람이 붐빈다.
천장까지 타일 한 조각조각 장식되어 있다.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걸어 올라가는 중
가우디의 작품 가장 높은 곳에는 십자가가 걸려있다.
저 멀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보인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공원 정상에서 엄마와 딸이 기타 연주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다. 나도 언젠간.....(?)
가우디의 죽음
만년의 가우디는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성당에서 자고, 일하고, 기도하며, 늘 같은 시간에 걸어서 성 필리포 네리 성당으로 저녁 미사를 드리러 갔다.
그러던 1926년, 평소처럼 미사를 드리러 가던 길에 전차를 피하려다 앞에 있던 전주에 부딪혀 피를 흘리고 말았다. 초라한 옷차림에 양말도 신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그를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주머니에는 작은 과일 몇 개와 복음서, ‘수난의 파사드’ 스케치 한 장, 그리고 연필 한 자루뿐이었다. 너무 남루한 모습이었기에 네 대의 택시가 병원 이송을 거부했고, 다섯 번째 택시가 겨우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면 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향년 74세로 생을 마감했다.
참, 씁쓸한 죽음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업, 그 정신은 후손들에게 이어졌고, 오늘날 전 세계가 그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지금 이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며,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가우디는 그 결실을 누리지 못했다.
그는 성당 건축을 위해 수많은 부자들에게 헌금을 요청했고, 시민들에게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때로는 비웃음을 받았고, 바보 취급도 당했다.
가우디는 자신이 생전에 이 성당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이 성당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은 슬퍼해야 할 일이 아니다. 대신에 이 성당을 다시 시작하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가우디의 정신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모여, 성당은 모습을 갖춰간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다짐한다. ‘정신’을 품고 살아가야겠다고.
그 안에 담긴 정신, 그리고 그것을 관통하는 영혼이 삶으로 표현될 때, 사람은 모이고, 마음은 움직인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신(精神)은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마음의 자세나 태도,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 등을 가리키는 말
영혼(靈魂)은 육체로부터 독립적인 정신체를 의미.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체내에서 생명과 정신의 원동력이 되어주며, 육체와 정신을 관장하는 인격적인 실체이자 비물질적인 존재. 감각으로 인식되는 세계를 초월한 존재로 여겨짐.
어쩌면,
전차에 치이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가우디는 정말 이루고자 한 것들을 다 이루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