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Oct 22. 2023

마음 다잡기와 출퇴근

일 적응하기, 남는 시간 공부와 이런저런 생각

 돈에 쫓겨서였긴 하지만 일자리를 고민하다 입사 지원을 하고, 취업을 하고 첫 출근까지 했다. 이제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우선적으로는 역시 출근을 했으니 금방 관두지 않고 적어도 목표로 삼은 기간 동안 만이라도 일을 꾸준히 다니도록 하는 것, 즉 취업 상태의 유지였다.

 실업급여를 받던 와중에 중도취업을 한 것이었으므로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실업급여 안에 관두고 나와서 남은 기간만큼의 실업급여를 받거나, 아예 1년을 채워서 퇴직금과 못 받은 실업급여 절반을 받는 것이었다. 일단 입사한 시기는 8월 11일이고 중간에 추석이라는 대목이 끼어 있었다.


 전에 일했던 곳처럼 물류 계열은 명절이 가장 초절정으로 바쁘기 때문에 일부러 시기를 노려서 들어온 것이기도 했다. 힘들긴 하지만 명절에 강도 높게 일하면 그만큼 돈은 많이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월급을 생각 이상으로 많이 받는다면, 몇 달 정도만 짧게 일하고 다시 남은 실업급여를 받고 관심이 가는 다른 일을 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는 명절을 지나고 난 다음 월급을 받고 나서야 알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만 일의 특성상 웬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기로만 다니게 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건지를 생각해 본다면 3개월로 예상을 한다. 우선 9월까지는, 근로를 바탕으로 지원금을 주는 청년통장 때문에 무조건 다닐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9월 달 월급이 나오는 10월이 되어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휴일 특근 수당 때문에 10월 중에서도 공휴일이 포함된 2주 차까지는 다닐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상황에 따른 예상은 그랬고, 일적으로는 분명 일의 강도가 명절에 가까울수록 점차 세질 것이기 때문에 짧게만 다닐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기도 했다. 힘들어도 조금만 버티면 된다가 되니, 더 잘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 잠깐 다닐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과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니 한결 편해졌다. 사실 이제 막 취업을 한 상태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안 해 본 일을 막 시작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익히고 쫓아 가느라 바쁘고 그래서 알아야 할 것이나 해야 할 것이 많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루 정도이긴 해도 그래도 근무 시간은 거의 꽉 채워 일을 했는데도 직장 생활을 다시 한다는 느낌보다는 단기 알바로 체험한 듯한 기분이 컸다. 돈 때문에 일정 기간까지는, 최소 2달가량이라는 결코 적지만은 않은 기간 동안은 무조건 다닐 것이었지만 그 감각 때문에 내일 당장 더 나오지 않기로 해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상할 것 없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태였는데 아직은 내 생활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인 것 같았다. 녹아들지 못하고 분리된 듯, 붕 떠 있는 낯선 감각이 있었는데, 첫날 퇴근 전에 우스개 소리로 내일 나올 거지? 라며 다 같이 웃으며 했던 말은 마찬가지로 이런 감각을 느꼈던 다른 이들이 관두게 된 일이 많아서 나오게 되는 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음가짐과 생각이 뚜렷해진 후에도 알아가야 할 것 투성이었는데 가장 먼저 시급하게 느껴졌던 건 통근버스였다. 이전 직장은 그냥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었는데 여기는 이른 시간 출근 때문에 한 번에 가는 버스는 탈 수 없어 통근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편하게 그리고 무료로 갈 수 있지만 한 번 놓치게 되면 모든 게 꼬이고 지각으로 이어지기 쉬워 매우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첫 출근 이후 계획과 목표를 정하고 난 뒤 다음으로 해야 하고 알아봐야 했던 건 통근 버스가 되었다.


우선적으로 통근 버스를 타러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계속 확인을 했던 것 같다. 통근버스를 타는 곳이 20분 거리이다 보니 어떤 길로 가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 등을 보고 비교했다. 대략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하면서 이 길로 가면 이만큼 걸리니까, 집에서 몇 시에 나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 몇 시에 일어나야 하고 등을 점차 알게 되어 정할 수 있었다.

 출근 완전 초기에는 4시에 일어났는데 그 후 4시 25분에 일어나다가 또 4시 30분 그러다가 후에 시간이 꽤 흘러 1,2달 차가 되었을 때는 4시 40분으로 점점 늦출 수 있었다.


 탑승 장소에는 대략 10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도착을 해서 미리 기다린다. 그런데도 버스가 빨리 와서 5분 정도만 기다리면 올 때도 많았다. 기사님이 성격인지 경로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단 통근버스를 타면 10분이 좀 넘게 밖에 안 걸리는 것 같았다. 차를 타면 그렇게 금방 가는 편이지만 나오는데 걷고 하다 보면 출근하는데 30분 좀 넘게 걸린다고 할 수 있다.


통근버스를 타고나면 안심이 되기 때문인지 피곤이 확 몰려오게 되는데, 버스 안의 풍경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고 있다. 워낙 이른 시간인 데다가 전날의 피로로 누적되어서이겠지. 나야 이제 일을 시작해서 적응이 안 돼서 좀 졸린 것일 뿐이지만 일이 어느 정도 적응 되고 시간이 흐르면 마찬가지로 똑같은 모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은 정해진 시간을 맞춰서 가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바쁘고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지만, 퇴근은 회사 사정에 맞춰서 끝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 나오고 나서야 출발을 하기 때문에 훨씬 마음도 편했다. 밖에서 버스를 타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몇 분 정도 늦게 출발하게 되다 보니 비흡연자인 나는 미리 타서 대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석을 대비해야 하다 보니 12시간 정도 일하는 게 기본이었지만, 아침 7시부터 시작하다 보니 12시간이래도 저녁 7시였다. 집에 도착해서 씻으면 8-9시 정도 된다. 4시 반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그때 바로 자야 덜 피곤하긴 하지만 아예 뭘 못하겠는 정도는 아니었다. 일을 배워가고 있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직장에 있을 때는 다른 걸 하지 않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시도해 보니 글 몇 줄은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가 고작인 듯했다. 백수일 때만큼의 양은 꿈도 꿀 수 없고 그저 매일 한다는 의미와 돈 버는 와중에 덤으로 약간의 공부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는 긍정을 갖기로 했다. 물론 마음적으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긴 했지만.


 우선 짧게 일한다고 생각하고 취업을 한 생산직인데 주변에선 공장일이고 이른 새벽과 오랜 노동으로 인해 많이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순 반복적으로,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것과 사무직이 아닌 생산직을 한다는 것에 대해선 부끄럽거나 비참함 같은 건 없었는데, 직업의 귀천의식을 가지고 일정한 기준 아래의 직업이면 사람을 깔보는 교양머리 없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깔보지 않으니까 당연히 나쁘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울한 것도 역시 따로 없었고 마음을 먹은 대로 일단 그냥 돈 벌자 정도의 생각뿐이었다. 매일 아침 통근 버스를 타러 20분을 걷고 현장에서 돌아다니면서 돈도 벌고 살도 빼고 경험도 쌓고 좋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물론 갑작스레 복권같이 큰돈이 생기는 행운 같은 게 따른다면 금방 관둘 거 같지만 확률이 희박하고 어쨌든 걱정했던 거 보단 할만했다. 그래서 더 안심되면서 그 안심상태에 머물고 싶어서라도 한 동안은 충분히 다니게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집에 있을 때도 시끄러워서 집중 못하는 시간이 적지 못했는데 그렇게 시간 잘 못 쓸 바에야 돈이라도 제대로 많이 버는 게 나은듯했다. 고생은 하더라도 걱정을 덜어줄 돈도 벌고 이 역시 경험과 경력이 되어주니 말이다.

이전 08화 걱정과 기대의 첫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