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출근 4일 차가 되었다. 다음날은 평일의 중간에 자리 잡은 공휴일이었지만 쉴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물류나 생산직의 업무 특성상 오히려 휴일에 많은 물량을 소화해 둬서 주문에 대비하거나 비축해 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공휴일이었지만 바쁜 시즌이었기에 당연하게 출근을 해야 했다. 이제 출근 4일 차인 신입의 위치였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휴일 특근이다 보니 수당이 2배이기도 하고 연차가 생기려면 한 달 만근을 해야 하기도 했어서 출근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만족스러운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감수할 만큼의 적지 않은 돈을 벌러 온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도 했으니, 같은 시간이면 돈이라도 더 버는 편이 나았다.
다만 그전 날에 한 시간 정도만 늦게 잤을 뿐인데도 아침부터 무척 졸리고 피곤했다. 그러다 일을 하니 머리가 무척이나 지끈거렸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11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난 것치곤 컨디션에 치명적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집 가서 간단히 몇 문장을 읽고 10시 반쯤 다음 날을 위해 서둘러 잤는데 3시 20분에 자동으로 깼다. 시간은 얼추 비슷한데도 약을 먹고 자서 그런 건지 졸리긴 했지만 개운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10분가량의 여유가 남았는데, 아주 약간 책의 차례를 읽고 기록하고서 출근 5일 차를 맞이하였다.
아무래도 공휴일이라 인건비가 2배로 비싸니 예상보단 일찍 끝날 거라 생각을 했다. 만약 평일처럼 7시에 끝나더라도 집에 가선 읽던 책을 조금 더 읽고 국어 문제를 한 페이지를 풀고 자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선 20분가량을 걸어가야 하고 다소 긴 시간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좋은데, 그때 언어 외에 미처 다 못 본 컴퓨터 책들도 조금씩 봐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했다. 여기에 언어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했다.
언어 쪽은 사실 말 그대로 언어, 말이기 때문에 수준이 분류되어 있다고는 해도 단계가 있지는 않은 기분이다. 엄밀하게는 당연히 단계를 따질 수 있지만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며 어차피 복습을 해야 한다. 그 말은 지금 내 수준이 아닌 것을 미리 본다고 해도 순서가 맞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생길 만큼 뒤틀어버릴 정도의 영향은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가 모든 것의 근간이라는 것은 실제로도 내 생각으로도 맞지만, 동시에 모든 시간과 상황에서 너무나 만연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조금 미뤄도 되겠다고 요즘 들어 명확히 안 것 같다. 어쩌면 욕심이나 강박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심리적, 정신적으로도 한결 편안해졌고 그게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상태이기도 한 거 같았다.
하지만 미룬다는 것은 상황이 안 되면 원래의 고집하던 순서대로는 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아예 중단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간단하게라도 종류와 단계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에 가까웠고 일을 다니면서도 아주 조금이라도 언어를 접하고 놓지 않는 형태를 의미했다. 그러면 최소한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밑바탕만이라도 될 수 있으며 하는 것은 쉴 때와 똑같아지면서 돈도 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어지는 것이었다.
이전에, 대략적으로 10월 2주 차까지는 다닐 거라고 예상과 결정을 하였는데 단순히 나오게 될 급여의 액수의 양 때문에 만은 아니었다. 더 중요하게는 시월 이후의 시기가 여러 문예 공모전이 열리고 마감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를 엄밀하리만치 공부하고 다른 취업적이고 먹고사는 것에 관한 공부보다 우선시하는 것도 글을 놓지 않고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는 있지만 계속 마음에 품고 있는 나의 꿈이기에.
요즘은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걸려 있는 편지 독후감 공모전 현수막을 보게 되면 늘 마음에 걸리는 기분이 든다. 바쁜 시기 동안에는 혹은 일을 다니기로 한 2-3달의 기간동에는 공모전은 역시 준비 못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대부분의 문예공모전은 가을과 초겨울에 몰려 있어 늘 제대로 준비하기가 힘든다. 한상 일도 그때가 가장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 이후의 시기는 마음의 자극을 받으면서도 마음껏 몰입하고 준비할 수 없어 참 야속한 시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안 된다면 최소한 가을 겨울에 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곳에서 짧게 일하고 관두게 된다면 한 두 달 안으로 200 이상의 급여를 주는 일자리를 또 구해야 하는 식이 될 것이다. 대강의 계획은 집에서 가까운 곳의 물류나 우편 분류하는 곳으로 구해서 다음에 다시 하던 공부를 병행하고 프로그램 공부를 해서 이를 써먹을 수 있는 사무보조라도 구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되면 먹고사는 부부는 괜찮지만 글을 쓰는 것은 더 미뤄지고 문예 공모전은 더더욱 할 수 없을 테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꿈을 미루며 살 수밖에 없다 보니 많이 답답하다. 언제쯤 제대로 할 수 있는 건지, 얼마 안 남은 지금 시기가 아니라 아예 1년으로 잡고서 내년을 바라보고 조금씩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상태로 시간에 맞춰 온 통근버스에 몸을 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