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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속에서 바로 서기.

마음을 비우고 기초와 기본을 이어나가고자 하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평일, 다시 바쁘게 일이 몰아치고 쫓아가야만 하는 시간이 또 시작되었다. 하루하루 일하는 시간이 더해진다는 것에 대해선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만큼 월급으로 받는 양의 돈이 많아지기 때문이고 또 일을 알고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계절상으로도 괴롭고 불편한 더위가 가득한 여름이 보다 빠르게 흘러갈 수 있어서 좋다. 일하는 곳은 냉동식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온도가 낮게 유지가 되어야 하다 보니 밖은 한여름인데도 일을 하다 보면 으슬으슬한 추위를 느낄 때가 많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딱 한 가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서 좋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건 일의 숙달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력이 서툰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다. 다들 아직까지는 처음부터 어떻게 잘하냐고 하고 당연히 서툴다고 말하며 많이 봐주시지만 그 이해에는 분명한 시간제한이 있다.

 즉 언제까지나 서툴어서는 안 되고 아직 이해해 줄 때 실력을 키워서 서둘러 쫓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식은땀 이날 정도로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써주고 이해해 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어떻게 서든 더 많이 연습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기 전에 평균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하므로 빠르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실력이 키워지는 것에 비해 너무 빨리 시간이 가버리면 안 된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잘해야 만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 빼고는 시간이 잘 가는 것은 좋다. 특히나 이제 점점 명절에 가까워지면서 9시 야근이 당연해져가고만 있다. 이렇게 늦게까지 연속으로 일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상태에서도 피로가 많이 올라가게 된다. 시간이 늦게 가면 힘에 부치는 시기 속에 더 오래 있어야 하고 그만큼 고통도 커지기 때문에 한창 바쁜 시기를 빠르게 통과하는 편이 아무래도 좋다.


 이제 점점 일에 익숙해져 가고 일이 어떤 순서와 공정을 가지는지 대략적인 이해를 해 나아갈 수 있게 되자 그만큼 생겨나고 확보된 여유로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생산직의 좋은 점도 보이기 시작을 했다. 크게 3가지인데, 먼저 꾸며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적다.


 아침 7시부터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고 집에서 나오는 시간은 5-6시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인 데다가 식품 회사인 만큼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한 번은 수석선임님이 일 시작 전에 늘 하는 조회 때, 꾸미고 오지 말라고 하면서 그래도 되게끔 일부러 일찍 나오게끔 하는 게 아니냐고 하기까지 했다. 

 귀걸이나 목걸이 따위의 액세서리류는 물론 속눈썹 같은 것도 포함해서 하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적으로 수수하다. 나중에 들은 말 중에 한 남자사원이 우리 일하는 곳 여자들은 화장을 안 한다는 말처럼.


 그런 분위기와 특성 때문에 나 역시 겉모습을 덜 신경 써도 괜찮아져서 무척 편하다. 안 그래도 트러블이 잘 생기는 피부 때문에 화장을 잘할 수 없는 나에게 딱 맞는다. 이른 아침에 나와서 출근길에 이목도 덜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도 덜한 데다가 시간도 절약된다. 간단하게 로션 같은 기초 화장품을 바르고 한 번씩 미백크림을 함께 발라주기도 하면서 선크림 정도만 바르면 끝이 나므로 바쁜 아침에 시간도 덜 잡아먹는 것도 편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오늘 무엇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과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써도 돼서 좋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다양하고 예쁜 옷이 별로 없어서 고민스러운 내게 딱 맞다. 

 그리고 어차피 현장에서 일할 때는 무엇을 겉에 입었던지 간에 위생복을 위에 걸치고 껴 입기 때문에 출퇴근할 때 잠깐을 빼고는 내가 뭘 입었는지 보질 못한다. 그래서 정말 외적인 부분은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서 너무나 편하게 있다.


마지막으로는 통근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출퇴근 걱정이 없다. 일반 버스의 경우 배차 시간과 버스가 오나 안 오나를 계속 신경 써야만 한다. 이건 일이 안 바쁠 땐 그럭저럭 괜찮지만 늦게까지 일하는 날들이 연속적이 되는 바쁠 때에는 안 그래도 바닥인 에너지를 더욱 갉아먹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통근 버스가 그런 불편을 대폭 줄이고 없애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놓치지만 않는다면 집 갈 때 까다롭지가 않다. 탑승 후에도 회사를 지나치지 않을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집 갈 때도 같이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졸지만 않으면 지나칠 확률이 많이 낮아진다. 거기다가 지정 좌석 등이 있어서 교통비도 따로 안 들고 언제나 서서 갈 일없이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잠이 부족하고 길고 강도 높은 노동의 축적으로 몸이 무겁고 뻐근하고 아픈 것 외에는 다 괜찮을 수 있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지만, 하는 것은 물론 생활의 모습도 거의 똑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특히 명절에 많이 나가는 품목 1-2가지 만을 우선 집중적으로 많이 해서 만들어 두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변하는 건 아홉 시 야근의 빈도수의 증가와 그에 따라 점점 아파지는 몸상태였다. 생활의 형태도 매일 하는 일도 다 똑같았다 보니 따로 기록해야 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오늘은 어제와 같았고 내일도 오늘과 같았으니까.

 

 채찍질을 하듯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과 4시간가량밖에 안 되는 수면 시간은 머리가 평소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서 간단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근육통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몸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짓누르는 무거운 피로에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단순해졌다. 거의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상태에 가까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곤 '일하기 싫다, 더 자고 싶다, 피곤하다, 힘들다, 몸이 너무 아프다'같은 생각들만 무작위로 돌아가며 떠오르다가, 잠잘 때 잠시 전원이 꺼지듯 멈췄다가 일어나서 일을 하면 다시 또 그 몇 가지의 생각만으로 머리가 채워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2주 차와는 비교도 안 되게 순식간에 2주나 흘러가 버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나는 일한 지 한 달 차가 다 되어가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날짜상으로도 8월이 지나 9월로 접어들면서 표면적인 여름도 끝나 있었다. 

 어느덧 9월 2주 차, 이제 추석은 3주 정도가 남았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 대목을 앞두고 달려 나가면서 달라질 것은 일의 강도와 양, 그에 따라 커지는 피로일 뿐 여태껏 해온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을 거라 예상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퇴근하고 책 조금이라도 보던 생활은 더더욱 하지 못하고 기절하듯이 잠을 잤다가 힘겹게 눈을 뜨고 또 일을 하고 귀가하면 기절하듯이 잠에 드는 생활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지나 있으리라.


 얼마간의 돈을 대가로, 소화해 내야 하는 물량에 맞춰 나의 시간과 하루, 그것으로 쌓여 이루어진 생활을 반납하고서 내 시간은 일 집 일 집의 형태가 전부가 되는 단순한 생활의 형태로 삭제되다시피 할 것이었다.


 일을 하러 가기 전에는, 더 이상 집에 머물며 책과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현실에 떠밀려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막상 휴일에 쉴 때 전에 생활처럼 집에 하루종일 있어도 보고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쁘게만 느끼고 생각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안 가고 집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해도, 거실에서 들리는 tv소리와 웃음소리에 집중을 방해받는 시간이 많고 여러 침해를 받기 쉬운 환경이다 보니 어차피 뭔가 할 수 있는 양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돈이라도, 확실하게 많이 버는 편이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도 써 봤지만, 생각보다 큰 소리에 주변 소음이 많이 통과되어 몰입이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꼭 돈을 버는 생활을 하느라 대폭 줄어든 내 시간으로 인해 어렵고 깊은 공부를 하기 힘들 거라곤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시기적으로도 올해의 계획으로도 기초와 기본 부분을 제대로 다지기로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공부를 했다 보니 하루에 할 수 있는 양만 다를 뿐, 돈을 벌고 안 벌고 하는 문제는 애초에 영향을 줄 수 없던 것이었다. 더욱이 평일은 몰라도 휴일만큼은 일을 안 다닐 때와 동일시해도 상관없을 만큼 형태는 똑같았으니 말이다.

 

 어차피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나의 좋지 못한 환경과 역량 부족으로 인해 적다면, 일이라도 하면서 돈이라도 많이 버는 편이 역시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러니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미루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누적된 양이든 충분히 길러지지 못한 능력이든 더딜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그렇다면 여기에 방해가 되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불안이라도 적어지게, 또 때로는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좋은 핑계가 되게 얼마간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선택을 할 때 들었던 아쉬움과 괴로움은 깨끗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러길 잘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의 걸리는 것이 없어져 편해지긴 했지만, 아쉬운 것이 아예 없진 않았다. 이는 내 마음가짐이 아닌 부분이었기 때문인데 바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20대 초반처럼 마냥 어리고 그래서 시간이 넉넉한 게 아니다 보니, 이렇게 일에 얽매인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생활의 안정이야 오겠지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이나 보내고 나눌 수 있는 시간 같은 게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건 정말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공부를 하고 책을 보는 것도 능력을 키우기 위함임 것인데, 거기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보다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프리랜서는 자유로운 반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기 때문에 늘 문제가 된다. 지출은 정말 일정하고 꾸준한데 말이다. 지출 상황만 생각하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삶도 아니고 꿈과도 거리가 먼 삶의 형태였다.


 과거에 글을 쓰기 위해 미친 듯이 야근을 하여 돈을 많이 번 다음, 퇴사 후에 출판을 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유명한 곳의 스토리 대상 수상자가 수상 소감으로 지난 몇 년간 묵묵히 믿어준 가족에게 마음 깊이 고맙다고 한 말도 생각난다. 

 글을 출판해 그걸로 수익을 내기까지, 아니 그 후로도 돈과 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 같다. 나 역시 지원을 받지 못하니 우선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 둬야만 하고 여러 경험과 경력을 늘리고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춰놓는 수밖에 없어 정작 꿈과는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참, 사막의 모래알 같은 나날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취업 전에 빌려준 50만 원은 아직도 받지 못했고 그래서 돈을 더 빌려줄 수 없다고는 말했지만 대책 없이 아버지의 월급과 내 돈에만 의존하는 엄마가 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문제이다.

 단순히 추가 지출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발목을 잡히는 치명적인 변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 어쩌다 한 번씩, 잠시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매번 이런 식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에 내 할 일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tv소리와 웃음소리보다 더 치명적으로 나쁜 환경일지도 몰랐다.


 초반에 마음을 정한 대로 우선은 10월 2주까지는 무조건 일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돈이 더 필요하기도 하고 또다시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수입이 없을 동안 돈이 비는 것까지 생각하면 더 오래 다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일단 지금부터 목표로 삼은 그 지점까지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생활의 모습과 더불어 하루에 읽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공부량 같은 것들 말이다. 정확히는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할 수 있는 변화 같은 것을 말하는데, 못하면 못했지 더 많이 할 순 없을 것이라 그저 잠시 쉬어가는 상태이지 않을까 싶었다.


 따라서 한 동안은, 생각하고 있는 10월까지는 정신없이 흘러간 지난 2주처럼 특별히 기록할만한 이야기도 없을지 모르겠다 느꼈다. 그저, 추석을 기준으로 그전까진 무척 바쁘고 추석기간 동안엔 살만해지고 추석 이후엔 여유가 생겨, 할 만하다 정도가 될 것이란 생각뿐이었고 그래서 기다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지긋지긋한 기분도 들어 추석이나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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