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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피로회복제에 담겨 있던 큰 힘

사고와 야근 그리고 80병의 피로회복제

 푹 쉬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못 잤던 잠도 실컷 잘 수 있어서 아주 깨끗하게 체력을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5일 만의 출근은 활기와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출근 전에 코로나 전파에 대해 찾아보니 일주일이 지나야 전파력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제 증상 같은 건 거의 사라졌지만 6일 차였으므로 괜히 남아 있는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될까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점심에 밥 먹을 때는 따로 혼자 떨어져 먹기로 했다.


오랜만의 출근으로 몇몇 사람들이 중간중간 일하다 마주칠 때마다 혹은 찾아와서 이제 괜찮냐는 안부를 물어봐 주셨고 그때마다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야 그나마 쉬었기 때문에 힘든 게 없는데 내가 빠진 동안에도 계속 9시까지 야근했을 사람들의 피곤함과 지침이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다시 나오게 되자, 코로나 확진되지 바로 전 날에 가이 했던 다정한 오빠는 혹시 전 날에 같이 잠깐 일했을 때도 아팠냐고 그럼 미리 말하지 그랬냐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아침에는 그냥 몸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막 나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였다 보니 괜찮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그 물음 같은 게 걱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먼저 코로나에 걸렸던 착한 동생은 누나 괜찮아요? 하면서 물음을 건네어왔고 나도 괜찮았냐 많이 아프지 않았냐 이야기를 하면서, 안 나오는 동안 걱정하고 허전했는데 내가 뒤이어 걸려 버렸다는 이야기도 마저 했다. 그리고 동생이 코로나에서 회복한 후 출근을 다시 하였을 때, 내가 코로나에 걸려 못 나오게 되니까 동생한테 옮은 거라고 남자들이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주기도 해서 웃었다.


나야 일하느라 생겼던 피로도 코로나가 낫는 과정에서 취한 휴식으로 함께 해소가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파서 쉬고 자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9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기에 오늘도 무척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함인지 마음이 좋지 못하였다.

 그리고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 지나가거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한 번씩 살피니, 다들 피곤하고 힘들어서 표정이 어두웠고 굳어 있었다.


내가 빠졌던 기간만큼 내 몫만큼 사람들이 대신 더 고생한 것과 더불어 지금 현재 힘겨운 것들 그리고 입사한 이 후로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받았던 여러 도움과 배려들까지 생각하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힘내게 해주는 한 편으로 받았던 것들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저번 탈의실에서 간식 같은 것을 나누어 먹다가 피로회복제 음료수를 먹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때 먹었던 종류의 음료수가 생각이상으로 꽤나 피로 해소에 좋았던 기억이 났다. 마침 월급도 오늘 들어오는 날이어서 좀 가격대가 나가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탈의실에 가서 핸드폰으로 인터넷 쇼핑 앱을 켰다.

 피로 회복제 음료는 종류가 많았는데, 개수가 많고 싼 가격의 것도 있었지만 내가 먹어 봤던 것이랑은 다르기도 하고 예전에 먹어 봤을 때 그 효과가 다소 비약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저번에 먹었던 음료수로 사기로 했는데 팀원의 인원수가 60명이 조금 넘어서 넉넉잡아서 80병으로 사기도 했다. 필요하거나 혹시라도 못 먹은 사람들은 추가로 먹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샀다. 어차피 단위가 20병씩이라서 60개만 사면 모자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다음은 어디로 배송을 시킬 것이냐의 문제였는데, 집으로 시키면 늦게 도착을 할 것 같았고 병이다 보니 잘 못하다 깨지는 등 파손의 위험도 존재해 보였다. 그래서 그냥 아예 회사로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회사 주소를 정확히 모르고 처음 시키다 보니 이게 과연 잘 올까 걱정스럽기도 해서 망설여졌다. 그래도 우선은 빠른 배송이 가능한 지역이라 사무실 직원분에게 문자로 회사 주소가 이거 맞냐고 해서 물어본 다음에 배송지에 회사 주소를 입력해 두었다. 그러고서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바로 주문을 하진 않았는데, 더 좋은 것이나 같은 세트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게 있는지 확인해 보고 위함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나 퇴근할 때처럼 틈이 날 때 보아도 딱히 없어 보였고 결국 다음날 아침에 출근할 때 통근 버스를 기다리면서 일단은 주문을 했다. 다음날 배송이면 화요일 도착보다는 수요일이 괜찮겠다 싶어서 일부러 미루었다가 시킨 것이었다.


 그 후로 출근해서 평상시처럼 일을 하면서 내색하지 않고 음료수가 언제 오나 기다렸다. 무언가 깜짝 선물을 하는 기분이라 재미나기도 했고, 5만 원 돈을 주고 80병을 사긴 했어도 각자에게 돌아가는 건 한 병씩이다 보니 개개인에겐 너무 작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일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마무리를 하고 청소를 앞당겨서 하게 되었다. 별 다른 말이 없으면 예정대로 9시까지 야근이고, 그러면 업무는 1시간 청소를 하기 위해 8시까지를 해야 하는 7시가 넘은 시점에 갑자기 중단하고 청소를 하라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하라는 대로 정리와 청소를 마무리 지으니 8시쯤이 되었다. 수석님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종례를 하는 듯이 말을 꺼냈는데 알고 보니 작업자 중 한 분이 그만 압착하는 기계에 손을 넣었다 골절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큰 사고 소식에 깜짝 놀랐다.


 30분가량 안전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말과 큰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분위기도 정말 심각해졌다. 대표로부터도 생산 자체를 중단하라는 불호령까지 떨여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그 후의 9시가 되기 전 30분은 안전관리사가 방문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혼을 내듯 아주 호통을 쳤다. 이번 사고가 끼임 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안전관리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주의시켰던 이야기 중 큰 사고가 터져 버린 것이니 더 이상 좋게만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무리가 되어 퇴근을 할 때 즈음에 일할 때는 긴장감을 갖고 엄숙하게 일하자고 했다. 지금 피로가 너무 쌓여서 사고가 나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필 이런 사고가 갑자기 일어나고, 이런 상황에서 이미 미리 주문해 버린 음료수가 괜찮은 걸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취소하기엔 늦은 것 같았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피로와 그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고가 추가로 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오히려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심각하고 착잡했던 마음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다음 날이었던 수요일 언제나처럼 출근을 했다. 어제의 사고로 인해 사람들도 조심하고 또 심각한 긴장감이 감도는 듯한 느낌이 들어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사실 현장은 위험한 것 투성이었으니.

 신체 절단이 될 수 있는 기계도 있고 끼임 사고가 나면 죽을 수도 있는 기계도 있다. 또 물청소를 하기 때문에 전선과 전기와 관련해 감전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여유로운 때면 모르겠지만 좀 더 가까워진 추석 때문에 다들 일하느라 정신없고 제대로 쉬지 못해 의식이 상대적으로 또렷하기 힘들며 신체적인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위험한 상황에 대처도 힘들다. 그런 현장에서 생산을 위해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게 여기의 우리 팀원들이었다. 

 아무튼 여기에서 더 큰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면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최소 3일 넘게 빠져버렸는데 더 폐를 끼칠 순 없었다. 그래서 무거운 분위기였기는 하지만 마음을 다 잡으며 실수와 사고가 나지 않게끔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을 하려 애썼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5시 반이 넘어 석식 시간이 되었다. 식당에 갔는데 웬 피로회복제가 여러 박스 나와 있었고 앞에 있던 사람들이 그걸 하나씩 가져가고 있었다. 근데 내가 시킨 거랑 같은 종류였다. 근데 한 병씩 가져가라고 말한 사람이 수석님이어서 내 거는 아직 안 온 건가 싶어서 일단 가져갔다. 그러고 나서 밥을 다 먹고 핸드폰을 봤는데 이미 3시에 도착한 것이었고 그걸 보고 아 저게 바로 내가 시킨 그 음료수였구나라는 확신을 갖고서 수석님에게 가서 물어봤다. 

 혹시 이거 택배로 온 거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누가 시켰는지 물어봤는데 아무도 안 시켰다길래 그냥 자신이 뜯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회사로 시켜서 사람들을 나눠주려고 했는데 그걸 수석님이 먼저 한 셈이어서 나는 웃으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80병을 시켰으니까 남은 열댓 병 정도는 사무실에 두고 못 먹은 사람이나 필요한 사람에게 추가로 달라고 부탁을 했다.


뭔가 웃기기도 하면서도 잘 됐다는 생각으로 안심을 했다. 그리고 분위기와 사람들의 반응들을 보니 굳어 있던 얼굴도 풀려 보이고 표정에 조금 즐거워 보이는 기색도 느껴졌다. 어제의 심각한 일에 더해진 작은 음료수가 오히려 밝게 전환시켜 주듯 긍정적이게 좋은 효과로 작용된 것만 같아서 다행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석식을 다 먹고 들어가기 직전에 사물함에 두었던 매직을 가져와서 빈 박스에다가 짧게 메모를 적어두었다. 혹시 모자라면 사무실에 있으니 가져가라는 이야기였다.


5시 반에서 6시, 6시에서 6시 반까지 각각 두조로 한 조씩 번갈아 나가서 밥을 먹고 돌아오는 석식시간이 끝나고 퇴근까지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음료수를 먹고 나서 피로 해소가 되어서였을까 아니면 힘든 와중에 무언갈 받았다는 기분 좋음 때문이었을까. 신기하게도 석식 시간 이후의 분위기는 놀라울 만큼 그 전과 대비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리고 분위기도 한 결 부드럽고 편안해진 것 같았다. 마치 사고가 나기 전의, 아홉 시 야근이 계속 이어지지 않아 컨디션이 좋을 때와 비슷할 정도였다. 음료수 한 병에 다 같이 활기를 를 띠게 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피로회복제의 효과와 그런 분위기 속에 나도 갑자기 힘이 나는 것 같아서 참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런 느낌인 걸까.


 두 어시간의 마무리 작업이 끝나고 청소를 하고 언제나처럼 종례를 했다. 종례에서는 언제나 오늘의 생산량을 이야기하고 내일 해야 할 작업이나 생산량을 기본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번의 종례도 어김없이 그렇게 시작을 했다. 그런데 그 뒤에 수석님이 갑자기 피로회복제의 출처를 찾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어제 사고가 났을 때 대표님이 엄청 뭐라고 많이 하셔서 미안해서 보낸 건가라고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사비를 털어서 돌렸다는 걸 밝히면서 코로나 때문에 빠지게 되면서 미안해서 돌린 거였다고 마음이 참 예쁘다고 공개적인 칭찬을 해주었다. 그 덕에 몰랐던 사람들도 다 같이 알게 되었고 그 뒤에 퇴근을 할 때 여러 사람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게 되었다. 


또 코로나 때문에 원래 금요일에 가져가기로 한 직원용 고기를 못 가지고 가게 돼서 수요일인 오늘 가져가게 되기로 했는 남자 사원분 한 명이 자기가 기꺼이 들어서 옮겨 주겠다며 도와주기도 했다. 분위기가 몹시 화기애애하고 훈훈해서 오히려 작은 음료수 한 병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좋게 생각하고 알아주며 내가 더 많은 것을 받은 기분이라 감사했다.


작은 음료수 병 하나가 이렇게 큰 효과를 낼지, 큰 힘을 가졌을지 미처 몰랐지만 고되고 힘든 일에 묻혀 있었지만 존재했던 우리 팀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인간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하루여서 참 감사하고 따뜻해지는 마음으로 잠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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