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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명절의 마무리

다른 공장으로의 지원과 대목의 최종 마무리

미리 끝낸 우리 팀의 추석 물량을 마치고 우리 팀의 사람들과의 회식까지 하고서 마무리 지어졌으면 깔끔해서 좋았을 테지만, 그 후에도 물량이 다 끝나지 않은 다른 공장으로 가야만 하는 날들이 조금 더 이어졌다.


행복했던 회식을 마치고 그다음 주, 추석이 있는 주에 출근하니 우선 20명 정도가 앞치마와 위생복, 장화까지 커다란 검은 봉지에 담아서 그걸 자루처럼 들고 걸어서 이동을 했다. 그걸 보고 아 정말 가는 구나라는 생각과 정말 가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연휴 첫날에 또 나와야 했으니 말이다. 


 나의 경우는 월요일에 가는 것이었는데 첫날이다 보니 오히려 매는 일찍 맞자는 생각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장에 가게 됐는데, 다른 공장은 냉동이 아니라 냉장을 취급했기 때문에 우선 더웠다. 그리고 사람이 거의 100명이 넘는 듯해서 정신이 없었고 고기들도 냉동처럼 언 고기가 아니라 흐물거리는 냉장고기여서 그 차이점이 충격적으로까지 다가왔다.


거기다가 처음에 사람을 붙여주지도 않고 나열을 시켜두고선 결과물이 안 좋게 나왔다고 나무라는 프로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나쁘기도 했고, 그 외에도 안 해본 일을 하려니 많이 당황스럽고 더디고 힘들었다. 그래서 그 공간자체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녹은 고기들로 도마가 피칠갑이 되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나 물컹한 덩어리가 한 데 모인 모습들에 속이 안 좋았다. 그래서 버티고 버티다가 5시쯤에 토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서 심하게 앓았는데, 겨우 화장실에서 나오는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 그렇게 혹독한 첫 냉장 공장 지원 체험을 했다.


다른 공장에서 바로 퇴근했기 때문에, 앞치마부터 장화까지 전부 다 들고 집으로 가져가야만 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기도 했고 한 번 지원을 갔으니 내일은 다시 우리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에는 출근 시간에 맞춰서 통근 버스 타는 곳으로 잘 걸어가고 있는데 어제 가져왔던 옷가지들을 싹 다 집에 두고 와 버린 걸 통근 버스 타기 10분 전에 알아채고 말았다. 현장에서 입어야 할 위생복부터 토시, 앞치마, 장화... 도착해서 임시로라도 달라고 할 수 없는 전부를 두고 오고 말았다.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통근 버스 기사님에게 전화해서 오늘 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투덜투덜하며 집으로 돌아가 챙겨 가지고선 버스 정류장에 가서 오래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갔다. 

 

맨날 9시에 끝나던 시기에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지각은 이렇게 처음 해버리고 말았다. 근데 어떻게 보면 긴장이 풀렸기 때문에 더 실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나마 안 바쁠 때 실수해서 다행인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20명보다 훨씬 많고 어제 갔던 사람들이 또 지원을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서둘러 현장에 들어가 보니 남아 있던 언니들이 잘 지각했다고 말해 주었다.


 알고 보니, 우리 쪽에 인원이 많이 필요 없어서 더 보내기로 한 것인데 나는 지각한 바람 못 가게 된 것이었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튼 들어오고 나선 남자 프로에게 일단 가서 뭘 할지 어김없이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첫 지각이라서 그런지 남자 프로가 "아이구, 늦잠 잤어?" 하고 엄청 따뜻하게 말해줘서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하고 그랬다. 결과적으로 남게 되어서 한 번 더 우리 공장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명절 연휴 직전의 마지막 평일인 수요일에는 어제도 추가로 갔는데 나는 지각 때문에 가질 못했으니 오늘은 나도 같이 갈 수도 있겠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며 출근했는데 결과적으로 또 안 가게 되었다. 

 하는 일이 골절기 보조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빠지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매일 인사하고 오늘은 뭘 해야 하냐고 묻느라 가까워진 남자 프로가 근처에서 작은 목소리로 골절기 안 했으면.. 하고 말을 흐리는 걸 들었다. 그 흐린 말 뒤에는 끌려갔을 거다라는 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저번에 갔다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일단은 우리도 추석 물량은 다 했어도 해야 할 일이 자잘하게나마 있었고, 곧 오랜 연휴의 시간으로 인해 출근을 하지 않아 현장의 물건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대청소를 해야 했다. 잘 못하면 곰팡이가 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인원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일부씩 지원을 가고 일부는 남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인 데다가 인원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도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거의 하루종일 대청소를 하면서 엄청 꼼꼼하게 했다. 근데 끝나는 시간에 따라 다른 공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해서 불안했다.

 일단은 청소하는 데에 집중했는데 결과적으로 6시가 넘을 때까지 청소를 해서 안 가게 되었다. 이로써 운이 좋게도 명절 직전에 한 번 더 추가 지원은 안 가게 되었다. 연휴에 정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은 이 명절 직전에 연속으로 3일이나 나가야 했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명절 연휴 첫 날인 다음날만큼은 미리 약속된 날이니 가야겠지라는 생각과 한 번 토하고 힘들었던 경험으로 걱정하면서 저녁때 준비를 하고 있는데, 회사 단톡방에 물량이 생각보다 안 많아서 정 시간이 안되면 내일 말고 10월 1일에 대체해서 나와도 좋겠다고 올라왔다. 그래도 쉬었다 나가기보다는 이어서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내일 나가려고 했는데 막상 다음 날이 되니 사적인 일이 생겨서 연락하고 10월 1일에 대체해서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추석 연휴 동안 오히려 못 봤던 주변사람들 만나고 정말 연휴처럼 보낸 뒤 10월 1일에 한 번 더 지원을 갈 수 있었다. 다행히 두 번 째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응이 안 돼서 토하고 하는 일 없이 무사히 잘 마치고 퇴근할 수 있었다.


 우리 일과 더불어 다른 곳의 일까지 이제 완전히 마무리 지어졌다는 생각에 정말로 마음을 놓고 신경 쓸 일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은 덜 바쁠 수 있고 그러면 연속된 야근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고 그 양도 늘여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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