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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휴무 덕분에

5일간의 코로나 회복기간 속 해소와 확인 그리고 목표 재설정

 코로나에 걸린 첫날, 열이 무척 많이 올랐다. 늦은 오전쯤에 힘겨워하며 잠에 들었는데 그대로 저녁까지 몇 시간이나 쭉 자버렸다. 그러고서도 몸이 낫질 않아 죽겠다거리며 힘들어했다. 

 특히나 증상 호전용으로 준 약을 먹지 않으면 괴로울 정도로 아파서 꼬박꼬박 먹었다. 먹고 나면 무엇도 하지 못하겠는 상태에서 머리가 아프거나 기침은 나지만 정신은 들 정도의 상태는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폐에 무슨 큰 병이 걸린 것처럼 기침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마치 온몸으로 바이러스를 발산해 내는 것처럼 끝없이 기침이 나와서 괴로웠다. 


 두 번째 날까지는 첫날과 크게 다르지 않고 아픈 게 절정상태이다가 3일 차부터 증상도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나아갈 기미가 보였다. 갑작스레 코로나에 걸리면서 출근을 안 하게 되었다 보니 둘째 날부터는 조금 욕심이 났다. 바로 이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말이다.

 어차피 연차가 없어지면서까지 돈을 못 받게 되어버렸으니, 시간만이라도 알차게 잘 활용해야만 덜 아쉬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다만 이틀째는 시도를 하다가 도저히 잦은 기침과 아픈 머리로 할 수 없어서 포기를 했고 3일째도 시도하다가 도로 쉬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평일 3일간은 코로나로 푹 쉰 기간이 되었는데, 몸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야근으로 쌓여 있던 온갖 피로와 아픔들도 함께 나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 아프던 부위는 확실히 일을 안 하니까 덜 아프고 3일 차의 끝자락에 코로나로 인해 아픈 부위와 상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뻐근했던 부위도 같이 개운해지는 걸 느꼈다.


 예상하지도 않고 기대도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코로나가 지나친 노동을 중단하게 하고 휴식하는 동안 원래 아프고 누적되어 있던 피로까지 함께 낫게끔 만드는 역할을 해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시간에 따라 몸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느끼다 보니 마음도 편하게 먹어지면서 어차피 돈 못 버는 기간 동안 스트레스받지 말고 제대로 쉬기라도 하면서 원래 힘들었던 부분까지 완전히 회복하고 압박이나 억압 때문에 심했던 스트레스까지도 함께 풀어 버리는 시간으로 삼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일 차는 그냥 정신없이 아프기만 해서 하루종일 누워있다시피 하고 약만 잘 챙겼지만,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 2일 차 끝자락부터 3일 차까지는 푹 쉬었다. 보고 싶었지만 잘 시간도 없어 손대 엄두도 나지 않던 11시간짜리 게임 영상도 틀어 놓은 채 중간중간 한 번씩 보고, 해보고 싶었던 핸드폰 게임으로 하루 종일 놀아도 봤다. 그러다 그 긴 영상이 끝났고 게임도 쉽게 깨기 어려운 지점까지 달성해 버려서 더 나아가기 힘들어지면 더 거기에 매달리지 않고 전환하듯이 자연스레 공부나 책 읽기 등에 손을 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3일 차까지는 원 없이 놀고, 그 이후부터는 일을 다니는 동안에 도저히 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끌던 부분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읽어야 할 책에 차례 부분이 있었는데 쉬는 기간 동안 충분한 기간으로 겨우 다 읽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출근하고 한 월요일 이전의 주말 이틀간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몸 상태로 공부 쪽에도 집중이 가능해져 이 것 저 것에 손을 대며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취업 전까지 꾸준히 열심히 하다가, 취업한 후 그리고 야근이 너무 잦아지고 일요일 출근까지 하는 시기에는 도저히 손도 못 대었던 기본적인 컴퓨터 책도 다시 마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계속 일하느라 손을 못 댔었다 보니 쉴 때만 잠깐 보던 컴퓨터 쪽을 다시 이어가게 된 기분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토요일이던 4일 차에는 다시 시작한 기본적인 컴퓨터 책을 비로소 다 보게 되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지 않았고 양이 은근히 꽤 되었다. 그래도 안 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그동안 출퇴근할 때 정도만이라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머리로 끝없이 곱씹어봤기 때문인지, 그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 IT계열의 지식들도 잘 이해가 되고 넘어 가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역시 모국어는 모든 것의 근간이자 이해가 되는 것이라며 감탄을 했다. 탄탄한 기초는 다른 영역의 지식을 이해하는데도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듯했다.

 아직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보니 몸이 멀쩡할 때처럼 하루 종일 할 수 있던 건 아니었고 밥 먹은 이후로 3시간 정도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놀면서 중간중간 끊어 가면서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컴퓨터 책을 다 보고 끝낼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 후에도 기세를 몰아가듯 다른 자기개발적인 활동을 추가적으로 하려고 했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매일 조금씩 읽었지만 영 속도가 나지 않던 책의 차례 부분이었는데, 그건 이미 다 봤기 때문에 손댄 지 오래되었던 국어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국어 문제도 다시 접해보니, 전에 중단하다시피 했을 때보다 훨씬 잘 읽히고 빨라진 기분이 들었다. 이 전에 한 컴퓨터책을 볼 때도 읽기 실력이 향상된 건 느꼈는데, 국어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책과 같은 언어, 국어 계열이니 컴퓨터 부분보다 더 하면 더 할 수밖에 없었지 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하루 4시간가량밖에 되지 않는 수면시간과 14시간가량의 미친듯한 노동량 가운데에서도, 피곤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꾸역꾸역 애쓰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했던 읽기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오늘 컴퓨터책이든 국어 문제 속 지문이든 읽어낸 양이 그리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누적양이 다시 또 모국어 쪽을 접하고 읽을 때 도움이 되는 식의 좋은 영향의 순환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됐다.

 이를 통해 한 번에 더 많이 글을 읽을 수 있을 거고, 그걸로 또 더 많은 걸 할 것이고의 참 기분 좋고 희망찬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나는 일에 치여 흐려졌던 어떤 바람 혹은 목표를 다시 뚜렷하게 재확인하고 재설정할 수 있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적은 양이나마 꾸준하게 함으로써 결국 향상을 이루어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었다. 

 내가 다가가고 이뤄내고 싶은 다음 목표는 형식적이고 표면적으로만 보이는 많은 양에도 제대로 도달하여 소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단위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를테면, 하루 10장씩 책 읽기와 같은 것이다.


 나는 양만 많은 것보다는 적더라도 제대로 된 질이 무조건적으로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보는 주의이다. 그래서 오히려 10장과 같은 표면적 단위에 갇히게 되면, 표면적인 양 정도야 소화할 수 있어도 책을 제대로 읽고 내용을 소화시킬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모자란 날에는 쫓기듯 대충 10장 봐 놓고선, 그래도 10장 읽었으니 잘한 거라고 뿌듯해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날 한 페이지밖에 못 보더라도 제대로 본 것보다 못하는 10장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양을 늘려 읽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적은 양이지만 제대로 읽는 것은 이제 많이 했고 향상도 확인했으니 말이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제대로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가 없다. 그게 일찍이 되는 사람들이 결국 천재이기도 할 것이다. 

 어렵긴 하지만 제대로 하면서도 양도 많이 할 수만 있다면 평범한 상태에서 단번에 도약할 만큼 뛰어나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마 오랫동안 깨지 못한 채 이어오던 지지부진하던 나 스스로의 갑갑한 틀도 깨트려버리고 삶에서도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할 것이다.

 또한 나는 진짜인 척하는 가짜가 가장 비참하고 공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가 되고 싶다. 부풀어 잇지 않은, 허세가 아닌, 자연스러운 완전한 내가, 뛰어한 능력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평소에 할 수 있던 양보다는 이미 충분히 많이 했었지만, 향상된 실력확인과 마음을 다시 희망을 뛰게 하는 목표의 재설정등이 잠들기 전까지 나를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책 부분에서 컴퓨터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추가적으로 밤에 자기 전, 천자문 서문과 우리말 어원사전까지도 손을 대서 읽어 봤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혔다. 그로 인해 왠지 샘솟는 자신감으로 내용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봐 아직은 손대지 않는 '형태의 기원'이라는 책도 괜히 잘 읽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단 전문적인 책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조금 더 실력을 쌓기로 하고 거기까지는 보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최소한 내가 이전에 접한 적 있는 천자문이나 지금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모국어 쪽까지는 다 건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내용적으로는 확실히 가능하고, 저번에 읽다만 다른 분야의 책들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희망찬 자신감마저 든다. 

 이제 침대 맡에 둔 책들이 둘 때가 없어서 잠시 놓아둔 책이 아니라, 정말로 침대에서 읽다만 손대서 읽는 책들이 될 수 있게 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기쁘게 부풀었다. 그래서 이번 연말까지, 적어도 기본적인 우리말 정도의 지식은 접하고 공부해 봤다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희망찼다.


 5일 차이자 일요일, 휴일이자 한 주의 마지막날엔 드디어 우리말 어원사전 본문을 읽어 봤다. 차례 하나하나의 짧은 문장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보다 분량이 훨씬 많은 한 장 단위의 글을 과연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오히려 함축적이지 않고 앞뒤로 풀이가 되는 설명이 많고 문맥이라는 것이 있어 함축적인 짧은 문장보다 훨씬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인 것 같았다.

 상세한 풀이의 두꺼운 지식류의 책 보다 시처럼 함축적인 책이 읽는 데에는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이. 따라서 오히려 본문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읽기가 수월해져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자신감도 약간 들기도 했다. 


5일간, 갑작스럽고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원래 아프고 망가졌던 몸의 다른 부분도 함께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일에 미루어져 신경 쓰기 힘들었던 나의 원하는 것과 목표들 까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확인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몸은 아팠지만 덕분이라고 하고 싶을 만큼 결과적으론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쁘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음날부터 다시 시작될 출근과 일을 맞이하고자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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