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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Oct 22. 2023

언제가,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안정 속 앞으로를 그려보다

 바쁜 명절시간이 완전히 지나가고 출근을 했을 때, 조회시간에 수석님이 연말을 또 준비해야 하긴 하지만 그 시기는 11월 중순부터일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즉 10월 초중반부터 11월 중순 전까지는 일이 적을 것이니 이럴 때 연차든 뭐든 편하게 쓰라고 했다. 우리 팀의 전체 인원인 60명씩이나 다 필요가 없다면서 말이다.

 그 말에 병원에 가거나 할 거면 이 시기에 맞춰서 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계획을 좀 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챙기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것들도 다시 찾아보고 생각하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러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유여서 한결 편안하게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 사람들도 정시 퇴근부터 반차, 연차 다양하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 자체가 많지 않아서 4시 정시 퇴근하는 날도 많아서 굳이 조퇴나 연차 등을 쓰지 않더라도 시간이 꽤나 충분했다.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책을 좀 더 보거나 대충 써 놨던 글을 다듬는다던가 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바빴던 시기든, 한가해진 시기든 출퇴근할 때쯤 만큼이라도 글 몇 줄을 읽는 행동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한가할 때는 확보된 여유로 손대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것에 손댈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국어, 즉 우리말과 관련한 책만 계속 보다가 이제 영어 회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새롭게 추가로 머리말부터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추가이자 확장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워지는 기분도 같이 들었다. 일단은 영어 회화 정도만 추가로 해보기로 했지만, 이런 식으로 점차 다른 것들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희망찼다.


 바쁜 시기를 다 지나서 마음과 신체의 부담 모두 덜어졌고 회식 자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인정, 시간적 여유까지 나에게 자리 잡힌 안정감을 선사해 주면서 여유를 주고 그 속에서 확장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새롭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찬찬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도 만들어 준다.


 더불어 보다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데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최근엔 통근버스를 탈 때에 종종 자리에 혼자 앉아서 가는 일이 생긴다. 보통 같이 앉게 되면 피곤하지 않은 날에는 옆 사람과 즐겁게 같이 떠들다가 내리곤 하는데, 혼자 앉아서 가게 되면 허전함 때문인지 다소 심심함을 느껴서 그냥 핸드폰을 하다가 맞춰서 내리게 되곤 했다.

 하지만 일이 힘들어서 피곤한 게 아니면 20여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거라면 역시 책 읽기 정도가 될 텐데,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어원 책같이 어려운 건 안 될 거고 출근할 때 통근버스 기다리면서 보는 영어 회화 책 정도가 적당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책류보다 부담이 없고 난이도도 짧은 시간에 잠깐 보기에도 적당할 수준이니 말이다.

 

 퇴근할 때는 자거나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뭘 안 하는 편이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있으니까 괜히 허전해하지 말고 잘 됐다면서 즐겁게 책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훨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어 더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크긴 하지만 너무 거기에 취해서 본래의 목표와 할 일을 잊어버리지 않게 되는 것이 요즘의 과제 같다. 감정적이고 인간관계적인 부분에 너무 취해서 나의 목표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안정적인 시기에 새롭게 자각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일에는 남는 시간을 알차게 잘 쓰도록 하고, 휴일이나 주말은 좀 더 양을 늘리고 여유롭게 쉬더라도 부지런하게 잘 활용해야만 한다. 일하고 맞이한 2번째 휴일처럼, 평일 날에 오래 하기 힘들 거나 집중하기 힘들 것들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하다면 깊이 있는 것들을 보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며 내 안의 깊이를 키우는 일도 하고 싶다.


 막 일을 시작해서 모르고 뒤이어 겹치게 된 바쁜 시기동안 일에 내 시간과 정신을 완전히 할애해야만 했던 시간은 이제 지나쳤다. 물론 앞으로도 비슷하게 바쁜 시기가 찾아올 거고 비슷한 형태로 시간을 보내야 되긴 하겠지만, 얼마간만이라도 지금은 안정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유로운 시기에 사람들과 좀 더 가깝게 어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다음 바쁜 시기를 위해 충분히 힘을 비축하고 미리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나는 목표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여서는 안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점검하고 생각하여 찾아내야만 한다. 잊고 지냈던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목표인지를 그리고 앞으로 에 대한 전망까지 생각해야 하고 계획도 짜야만 하겠다. 그래야 다시 바빠졌을 때 중심을 잃지 않고 티끌만큼이라도 계속 같이 해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이다.


 영어 회화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 안의 표현들 정도만 익히는 것도 좋지만, 단어를 정리할까 싶어 정리하다가 발견한 과거의 영단어장들을 보며 중복인 단어들을 한 번 싹 정리해서 잘 모르는 것만 골라내어 집중적으로 보고 익힐 수 있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잘 사지 않은 영단어장도 왕창 사 버렸다. 이 구매가 의미 없는 충동구매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얹었다.


 웬만하면 우선적으로는 모국어를 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어차피 영어 같은 언어는 특히나 외국어는 반복을 해야지만 익혀지기 때문에, 반복적이지 않은 간단한 일이나 준비적인 작업은 먼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장 중심인 것은 역시 모국어이기 때문에, 짧으면 올해에서 길면 이곳을 다니는 동안까지는 쉬운 국어 공부 정도는 다하려고 한다. 기초를 끝낸다는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완료해서 더 높은 수준의 것들을 향해 가는 준비를 완료하는 것이고 기초와 기본을 다지고 나면 기본 이상의 컴퓨터 쪽도 다시 이어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


 내가 해야 할 일이나 목표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하나씩 정하고 실천까지 해 나아가는 데에 집중을 하려는 편이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을 하는 생활 속에서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사람들, 마음이 가는 사람, 믿음직한 사람, 친밀함을 느끼는 사람 등도 그만 내 생활 속으로 침투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목표와 자기개발적인 것들만 생각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 같다. 함께하고 싶고 더 추억을 쌓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며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처음과 달리 갈등되는 부분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저 내 목표만 있었고 그래서 거침이 없었고 조건이 충족이 되면 칼같이 결단을 내리고 움직이는 것에만 머릿속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 와중에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그리고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갈등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길을 가기 위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한 번씩 사람들을 살피고 챙기는 것을 잘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지낼 수 있는 날들도 생각보다 길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아직 볼 수 있는 지금에 더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며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처음과 지금의 계획은 많이 달라졌기도 하다. 명절까지만 다니기로 계획했다가 지나서도 계속 다니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1년을 넘기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이는 변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 이상의 시간은 머물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사실 1년도 긴 시간이긴 하지만 1년을 채우면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라면 감안할 수 있는 정도라서 1년까지는 괜찮다고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너무 길어 원래의 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변수가 아니고서는 1년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는 글로 성공을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번 다음 보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사는 것이 있다. 보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사는 정도라면 다른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만약에, 일을 하는 도중에 하는 공부와 써 나아간 글로 성공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더 생겨난다면 어쩌면 1년 넘게도 머물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게 그나마 가능성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보다 많은 양을 소화해내고 싶은 것이 바람이자 목표이기는 하나, 어렵다면 꾸준히라도 놓지 않고 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선 같은 차선인 것 같다.

 20일인 금요일에 병원 문제로 연차를 쓰게 되었을 때,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의 동생을 잠깐 보기로 했는데 퇴근 통근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려서 일부러 읽는 데 오래 걸리는, 놓았던 책을 다시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읽혀서 놀라웠고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꾸준하게 해 온 것의 긍정적 효과이자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읽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 때문에 피곤에 절어 있어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로 인해 잘 작동하지 못하는 머리 때문에 안 읽혔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평상시에 일을 다니며 더딘 것은 본래의 내 능력 수준이하로 나타나지는 것이기 때문에 컨디션만 좋으면 실제 내 능력은 훨씬 뛰어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일적인 부분과 사람들 나의 목표가 아직까지는 이리저리 뒤섞여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자꾸 갈등하고 고민스러운 마음이 든다. 목표만 있던 처음과 달리 쉽게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는 요소들이 함께 생겨나 보다 생각을 잘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이런 고민을 미리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주어진 대로 혹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아가보도록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저 일하고 공부하고 또래랑 더 즐겁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들만으로 우선은 지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통근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엔 그저 영어 회화책을 보면 된다. 그리고 출근 후엔 일을, 퇴근하는 동안엔 다시 책을.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사람들과도 즐겁게 지내면서 쌓이고 뚜렷해지길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새벽 5시 50분, 6시를 살짝 넘겨 도착하는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책 한 권과 하루를 시작하고 새로운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가면 될 뿐이라고 믿어 본다.

 무엇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고, 언제까지 이런 형태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에, 마음 가는 것들에 집중하고 마음과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가도록 하다 보면 분명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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