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거리감의 이유
로펌 변호사로서 나는 의뢰인을 '클라이언트(client)' 대신 **'청구인(claimant)'**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선호한다. 왠지 모르게 '클라이언트'라는 단어는 내게 불필요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용어 선택을 넘어, 나의 업무 방식, 책임감, 그리고 사건에 대한 감정적 개입 정도에 대한 복잡한 나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내가 '청구인'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감정적인 거리를 두기 위함이다. '클라이언트'는 종종 더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암시한다. "내 클라이언트"라고 부를 때, 마치 개인적인 부탁이나 의뢰를 받은 것처럼 느껴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변호사가 감당해야 할 업무의 무게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반면, '청구인'은 법률 용어로서 사건의 주체임을 명확히 한다. 이 단어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관계를 업무적인 틀 안에 명확히 가두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를 통해 사건의 법리적 쟁점에 집중하고, 감정적인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소송이나 분쟁에서 감정적인 판단은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러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나의 무의식적인 노력이 작용하는 셈이다.
나는 '청구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책임감의 경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클라이언트'라는 용어는 변호사에게 재정적 성공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전반적인 만족감과 심리적 지지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내 클라이언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비합리적인 책임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청구인'이라고 지칭함으로써, 나는 나의 역할이 청구인의 법적 권리를 대리하고 옹호하는 데 국한됨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이는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나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지키려는 방어 기제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과 권위의 강조 측면도 내가 '청구인'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청구인'은 법률 전문가가 사용하는 용어로서, 사건을 다루는 나의 전문적인 지위와 역할을 부각시킨다. 반면 '클라이언트'는 서비스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므로, 법률 서비스의 특수성과 변호사의 전문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나는 느낀다. '청구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나는 스스로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법률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임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결론적으로, '클라이언트'보다 '청구인'을 선호하는 것은 나의 업무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며,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복합적인 심리적 의도가 반영된 나의 선택이다. 이는 나의 개인적인 업무 스타일과 가치관뿐만 아니라, 법률 서비스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내가 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무의식적이거나 의식적인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