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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컴펜세이션 히어링의 딜레마

형식과 진실 사이

by 뉴욕 산재변호사

워커스 컴펜세이션(Workers' Compensation) 히어링 (공청회)은 근로 관련 부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청구인들에게는 엄숙하고 때로는 가혹한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판사나 보험사 측 변호사가 던지는 질문들은 대개 명확하고 간결하며, 특히 청구인의 현재 근로 가능 여부를 묻는 "아직 일을 못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은 전형적인 단답형 질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청구인들의 반응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형식적 답변과 청구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복잡한 현실 사이의 깊은 간극을 여실히 드러낸다.


일을 다시 시작한 청구인들은 이 질문에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한다. 청구인들은 단순히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자신들이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혹은 왜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덧붙인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 부양의 책임, 치료비 부담 등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압박들이 주저리주저리 나열된다. 이 모든 설명은 판사나 변호사가 명시적으로 묻지 않은 내용들이다. 시스템은 그저 "아직 일을 못하는가?"라는 사실 여부만을 확인하려 하지만, 청구인들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질문의 프레임을 넘어선 배경 설명을 쏟아낸다.


반대로, "아니오"라고 답하는 청구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일을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질문받지 않은 질문, 즉 자신이 겪고 있는 근로 관련 장애의 정도, 현재 진행 중인 치료 과정,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통증이나 불편함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 역시 판사나 변호사가 추가적으로 질문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청구인들은 비록 일을 시작했지만, 그것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여전히 고통과 제약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구인들의 장황한 답변은 판사나 보험사 측 변호사가 원치 않는 반응이며, 대개는 짜증을 유발한다. 그들이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청구인들의 반응은 형식적 소통의 한계를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법적 절차는 효율성과 명확성을 위해 질문을 단순화하고 답변을 정형화하려 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 특히 고통과 관련된 경험은 단순한 예/아니오로 재단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다. 청구인들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보 제공을 넘어, 자신의 고통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온전히 이해시키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질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서사를 풀어놓음으로써, 정형화된 틀 속에서 소외될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을 드러내려 애쓴다.


결론적으로, 워커스 컴펜세이션 히어링에서 나타나는 청구인들의 장황한 답변은 단순히 불필요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이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형식적 소통 방식이 개인의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기에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스템과 진실을 전달하려는 개인의 노력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긴장은 형식적 절차가 지닌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우리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인간 경험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어떻게 더 잘 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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