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을 개인화하지 않기.
우리는 종종 “Don’t personalize it(개인화하지 마라)”라는 말을 듣는다. 누군가의 감정표출이나 비난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충고다. 하지만 정작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 이런 조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의미 있는 비유를 하나 발견했다.
"오렌지를 짜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고, 토마토를 짜면 토마토 주스가 나온다." (출처: https://www.youtube.com/shorts/lVnaEdIWuEg) 압박을 가했을 때 흘러나오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본래 담겨 있던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인간관계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 나에게 분노나 비난을 쏟아낼 때, 그것은 나로 인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사람 안에 쌓여 있던 좌절과 불안이 표출된 결과일 뿐이다. 이를 이해할 때 삶은 훨씬 평온해질 수 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현철의 노래 〈봉선화 연정〉 속 한 구절이다. 터뜨리는 것은 현철의 손길일지 모르지만, 그대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미 그대가 품고 있던 것이다. 외부의 자극은 단지 방아쇠일 뿐, 그대 안의 정념과 감정은 본래 그대의 것이며, 순간의 압박 속에서 드러날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내부에 담긴 것을 밖으로 드러낸다. 씨앗은 땅과 물, 햇빛이라는 압박을 받으면 싹을 틔우고, 흙탕물은 휘저으면 더욱 탁해지지만 맑은 물은 휘저어도 여전히 맑음을 유지한다. 외부의 힘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재된 것을 드러내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향해 날 선 감정을 드러낸다면, 그것은 내가 원인이어서가 아니라 내 존재가 그들의 내면을 자극해 드러나게 했을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아라. 그들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동기, 불안정함, 상처를 이해하라. 그들의 반응은 그들 자신의 본성을 반영하는 것이지, 당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이 통찰은 불필요한 자책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부정적 반응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나?’, ‘나 때문에 저 사람이 화가 났나?’ 하고 스스로를 탓하곤 한다. 그러나 오렌지에서 오렌지 주스가 나오듯, 그들의 분노는 내 잘못이 아니라 그들 안에 이미 있던 것일 뿐이다. 나는 단지 그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일 뿐이지, 원인이 아니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개인화하기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들의 반응이 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설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타인의 감정을 개인화하지 않는 지혜’다. 이 지혜를 통해 우리는 더욱 평온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