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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Nov 20. 2024

구두

나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어린아이였다.
그녀가 긴 드레스 자락을 약간 걷어낸 뒤 구두를 드러내고 내게 말했다.

; 네가 신을 것이니 네가 닦겠느냐?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즉시 그녀의 구두를 닦았다.
그녀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 이전이 나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 내 귀는 늘 열려 있었고 나는 어른들 곁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난 이야기 수집가였다.
그리고 좀 더 자라서는 예쁜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겨났지.

어머니는 맏이인 언니에게는 주로 검거나 푸른빛이 돌고 명랑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히고는 하셨다.
그리고 내게는 늘 잔꽃무늬나 노란빛, 분홍빛 화사한 원피스를 입히시고 크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늘 내 머리를 빗겨주시며 "너는 그저 착하고 예쁘게만 자라다오."라고 하셨지.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 같던 어린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우리 자매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신의 계시를 받는다.
나는 성녀의 길을 가야 한다.

나는 성녀의 길이 무엇인지 물었다.

; 응. 그건 말이야, 마치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언젠가 이 구두가 오직 네게만 맞을 때 느낄 수 있을 거야. 때때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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