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어렵더라

[교행일기#2] 예상하지 못한 민원들

by 짱무원

안녕하세요, 짱무원 두 번째 글로 인사드립니다.


교육행정직이 행정실에서 근무를 하며 받는 대부분의 민원은 아주 작고 소소한 서류 민원들입니다. 주로 학생들이 신청하는 재학증명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혹은 교사들과 강사들이 떼 가는 경력증명서가 대부분입니다.


이 서류들은 그냥 나이스에 접속하여 발급해주거나 수기로 작성하여 결재 도장만 찍어주면 큰 문제없이 넘어갑니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습니다. 오래된 학교의 경우 한자로 이름을 쓰던 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이 초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떼고 싶다며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학교에 다시 다니려고 하시는 경우 이렇게 서류를 떼러 오시곤 합니다.


저는 먼지 가득한 문서고에 들어가 1950년대 서류를 뒤적이며 한자를 대조해보고 낡디 낡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름을 찾곤 했습니다. 보통 이런 민원들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해결'이라는 단어로 마무리가 되어 저도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저도 예상하지 못한 진짜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미 퇴직하신 분이 찾아오셔서 연차수당이 잘못 나왔으니 연차수당을 지급해달라며 잘못 지급된 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으신 겁니다.


저는 심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소송 대상이 저 개인이 아닌 교육청이었다는 점일까요. 제가 연차수당을 지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그 사이에 껴서 어떻게 연차수당을 계산해드렸는지 꼼꼼히 설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분은 계산 수식을 알고 싶어 하셨고 결국 저는 온종일 관련 서류를 뒤적이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두 번째 역시 작년에 본인이 일한 만큼 수당이 나오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가 아닌 교육청에 곧바로 민원을 넣으시는 바람에 저는 일하다 말고 갑자기 4급의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높은 직급인 사람과 내가 통화를 오래 할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차근차근 제가 어떤 법령을 근거로 수당을 지급했는지 말씀드렸고, 그분도 납득하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법령을 근거로 하는 것이 맞는지, 정확히 어떤 법령을 근거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저들은 주고 우리는 안 주는 건지 등등 다양한 의견이 터져 나왔고 결국 최종적으로 수당을 더 지급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사이에 계속 교육청 직원들과 통화를 했고, 카톡으로 동기들과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회의를 했으며, 학교 관리자분들과도 이야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느꼈던 것은 역시 돈 문제에 대해선 누구나 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과,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법령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법 조항이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가 처벌받기도 합니다. 3년간 일하면서 처음으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저도 배워갑니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일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습니다. 평안한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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