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대는 그의 숨소리
여름철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그 앞에 앉아 땀을 식히며 바람을 맞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과 옷깃에 부딪쳐 다시 선풍기로 돌아가는 바람이 내는 소리.
돌돌돌돌돌돌
그 소리가 재밌어서 입으로 아 – 소리를 내본다.
그러면 아-가- 갈갈갈갈갈- 우스운 소리가 난다.
기분 좋은 바람과 내 목소리가 떨리며 만들어진 소리가
다시 나에게로 함께 스며든다.
그 순간, 나는 주변을 잊고
내가 만들어내는 그 파동 안에 머문다.
고양이는 기분 좋을 때 이런 소리를 낸다.
골골골골 -
아직까지도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별한 성대 구조로 인해 소리의 떨림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짐작하고 있다.
사실 고양이가 그렇게 골골송을 부를 땐,
작은 몸 전체를 울리는 공명음이 정확히 어디서 시작하는지 알기 어렵다.
몸 어디에 귀를 가져다대도 크게 울린다.
그의 볼에 내 볼을 비비대고,
등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발을 잡고 입술을 가져다대도,
골골골골 -
그와 내 사이를 울리는 진동과 비비대는 그 감촉은,
그 순간 우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시간을 멈춘다.
소리가 워낙 커서 아이의 몸 전체를 울리는 것이다.
이 골골 소리가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이유는 명백하다. 고양이 자신이 기분이 좋으면 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주로 우리가 집에 와서 그를 어루만져줄 때,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곁에 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아 몸 둘 바를 모르며 낸다.
자신의 얼굴과 머리를 박아대면서 내는 소리.
지금 너무 행복해!라는 기분을 그렇게 온몸으로 나타내니, 확실한 행복감이 우리에게도 전이된다.
아픈 것도 숨기고, 본인의 변도 숨기고, 어딘가에 홀로 숨죽여 있기 좋아하는 그 아이가,
이래저래 도도하고 비밀스러운 그 동물이.
행복감만큼은 감출 수 없어서
온몸을 울리는 소리로 나타낸다는 사실이,
그만큼 더 황홀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사냥할 때의 그는,
확실히 한 마리의 맹수와 다르지 않다.
한껏 상체를 낮추고, 엉덩이를 흔들며 도약할 준비를 하는
그의 큰 눈, 확장된 동공.
준비 – 땅!
눈 깜짝할 새에 사냥감을 물면
가져다가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평소 본인이 잘 숨는 곳.
그곳에 숨기려고 땅을 파는 시늉을 한다.
그때의 숨소리는 매우 거칠다.
쉬익- 쉬익- 쉬익-
사냥감을 문 입 사이로 거친 숨이 흘러나오고
침도 함께 흐를 것만 같다.
흥분감을 좀처럼 감추지 못한다.
아쉽지만, 진짜 살아있는 새도 쥐도 줄 수 없는 우리는
열심히 그들의 몸짓을 흉내 내며 목표물을 움직여보아도 금세 잡히고 만다.
그렇게 잡힌 목표물은 시간이 좀 지나 수거해야한다.
우리 고양이가 사냥 성공의 도취감에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만 한다.
한참을 기다린 후
정말로 물어 어떻게 하기 전에 조용히 다가가서 입에서 사냥감을 빼야만 한다.
그때도 뺏기지 않으려 어찌나 씩씩대는지 모른다.
물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잘 때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다르게
열정적인 그 모습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민첩한 자태와 몸짓 역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평소의 둔해 보이고 어딘가 여유롭고 느릿한 우리 고양이 특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또 만져주면 골골골 -
그의 숨소리는 그 어떤 음악 소리보다 흥미로운 변주와 함께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된다..
- 골골골
- 색색
- 쒸익쒸익쒸익
- 골골골 - 골골...
- 삐이이이
- 삐이이익! (코가 막힌 고양이의 숨소리)
- 새액..새액..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도
고양이라는 저명한 시가 있다.
이리 오너라, 예쁜 내 고양이, 사랑에 빠진 내 가슴으로
그 발톱은 감춰두고
금속과 마노가 어우러진
예쁜 네 두 눈에 잠기게 해 다오.
내 손가락은 한가롭게
네 머리와 탱탱한 등을 쓰다듬고,
나의 손이 기쁨에 취해
짜릿한 네 몸을 만질 때,
내 여인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그녀 눈매는,
사랑스러운 동물아, 마치 너의 눈처럼
그윽하고 차갑겠지, 투창처럼 날카롭게 꿰뚫겠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묘한 기운과 치명적 향기가
그녀의 갈색 몸 둘레를 맴돌겠지
'묘한 기운'은 '미묘한 숨소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묘하다. 猫의 숨소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네 몸을 울리는 그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