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인데 미모가 왜 필요해?

주변의 시선 2화

by 다잘쓰는헤찌

손끝을 있는 힘껏 뻗어서

바들바들 잡으려 했다.

그러나 내 배 앞에 있는 장애물 때문에

움켜잡진 못하였다.

그 장애물은 내 불안이었을까,

아니면 내 잘못된 방법 때문일까.


나는 수험생 생활을 오래 했다.

대학을 졸업하자 58kg이던 몸무게는

68kg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졸업생에게

사범대 무료 고시원을 제공했다.


그곳은 ‘세븐일레븐’의 규칙이 존재했다.

세븐일레븐이란,

오전 7시까지 고시원 방을 비우고

알아서 샤워하고

아침밥을 먹으며 9시까진 독서실에

착석해야 했다.


그리고는 불시의 출석 체크를 자주 했었는데,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그리고 오후 11시까지 출석이

확인되어야 했다.


14시간을 앉아 있지 못했다면

‘너는 규칙을 어긴 소란자니까

강제 퇴소야!’가 되었다.


취향 같은 건 없었다.

수면실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야 했다.

2층 침대 20개가 꽉꽉 찬

40인실의 고시원을 들어봤는가?

한 공간에 수백 개의 책상이

빼곡하게 놓인 독서실을 들어봤는가?


공부하는 사람에게 공간이란,

엉덩이를 놓을 곳 말고는 모두 사치였다.


어쩌다 보니 나도 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강제 퇴소를 당했다.

나의 0.33점 저주의 시작이었다.

바로 노량진에 갔다.

이상하게 직전 역인 노들역부터 숨이 턱 막혔다.

알 수 없는 회색 공기가 머무는 곳.

나는 이곳에서도 10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잘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세 끼니를 모두 챙겨 먹었다.


어느새 몸무게는 76kg이 넘어가고 있었다.

노량진의 결과는 또 0.33점 차이였다.

손끝에 간당간당 닿았다가 날아가 버린 꿈은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다.

전환이 필요했다.


회색 도시에서 도망쳐 나와 본가로 왔다.

부모님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왕창 살이 찐 내게 입을 대지도 않으셨다.

그저 따뜻하게 밥을 차려주고,

내 방을 청소해주시며

차분한 생활을 이어가셨다.

참 따뜻했다.


노량진에서 안부 전화는 종종 했지만,

살갗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은 큰 위로였다.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부끄러웠다.

몸을 끄집어내어 체중계 위로 발을 올려보았다.


82kg을 찍었다.

무엇을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유튜브를 틀었던 기억이 난다.

몸을 있는 대로 움직였다.

팔을 휘휘 내젓고 발끝을 교차로 세우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당시 자주 봤던 youtube live가

김뽀마미 홈트다.

우리는 매일 오후 9시에 유튜브로 만나서

몸을 털었다.


내 몸무게는 한 달 만에 10kg이 빠져

72kg을 가리켰다.

몸은 참 정직했다.

시험은 다양한 변수에 안 될 수도 있는데,

몸은 그대로 나타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냄’이었다.

이 성취감을 그대로 근력 운동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집 근처를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한 헬스장이 보였다.


무엇에 홀린 듯,

발길이 닿는 대로 헬스장에 상담하러 갔다.

그리고 바로 등록을 해버렸다.

웨이트를 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해부학, 생리학의 이론 공부도 함께 하였다.


부지런히 기록하고 책을 찾는

수험생의 습관이 남아있었다.

나는 트레이너에게 매일

엄청난 질문을 쏟아냈다.

궁금하고 재밌었다.

신기했다.

그러나 트레이너는 귀찮은 티를

한번도 내지 않고

친절하게 응답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선언했다.

“저 대회 나가고 싶어요.”

아직 내 몸무게가 70kg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아닌 척하지만

피식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트레이너는 진지하게 듣고 상담을 해주었다.

“어느 대회를 나가고 싶어요?

종목은 비키니?”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냥 무언가 전념할 것이 필요했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저 대회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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