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손님은 어디에?

유명한 변호사의 시작은?

by 야초툰

계약직 1년이 지나고 다시 1년이 추가되자, 이제는 연차가 쌓였다고 야근조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야근조는 보통 밤 10시부터 시작된 업무를 오전 7시까지 하게 되는데, 오전 조와 오후 조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윤활유와 같은 일을 하는 근무였다. 보통 한 명의 선임과 생초짜 후배를 짝으로 묶어 근무하는데, 나는 1년 차에 들어갔으니 조금 늦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야근 조는 야간 수당이 추가로 나오기 때문에 선배들이 자주 들어가고 싶어 했고, 계약직에 다시 계약직 1년이 추가된 사고뭉치 신입을 돌봐야 하는 선배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밀리고 밀렸던 근무가 더 이상 투입할 인원이 없다는 스케줄러의 강력한 입김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3개월도 채우지 못 한 신입생들이 자주 도망가곤 했기 때문에 항상 인원 부족에 시달렸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된 사고뭉치 사원을 못 믿었던 스케줄러는 나를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곤 했다.


*스케줄러: 3교대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20명 직원의 근무표를 작성하는 사람

보통 대리급에서 불평하는 직원들을 조율하며 짜곤 했다.


“야근조 들어가서 제발 사고 치지 마라 야근 조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 네가 다 해결해야 해”


불안에 떨며 나를 야근조에 투입하던 스케줄러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오히려 혼자 다 해결해야 한다는 말에 설레기 시작했다. 입사 후 한 번도 혼자 일한 적 없기도 했고 무슨 일을 발생하면 따가워지는 선배들의 눈초리로 인해 발생하는 이유 불명의 오작동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나름의 희망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그 예측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오히려 야근조로 일하면서 올빼미가 자신만의 시간을 찾은 것처럼 머리는 더 잘 회전되고 마음은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운 것처럼 편안해져 갔다.


그렇게 야근조 한 달쯤 지났을까? 이제는 나를 믿는 선배가 자신의 전화기를 끄고 잠이 들었을 때, 나는 달콤함 커피 믹스 한잔 후후 불면서 여유롭게 주인이 없는 J 부장 사무실에 놓을 주간 보고서를 출력하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심지어 같이 일하는 선배도 잠든 조용한 새벽 3시에 사무실 안은 잠을 자는 선배의 코를 고는 소리와 복사기에서 출력되는 용지 소리로 가득 메우고 있었다. 출력되야 하는 모든 용지가 출력되자 복사기에서 나온 용지들을 일렬로 배치하여 한데 묶어, 부장님 방에 놓을 보고서를 만들고 야근조 업무 체크 리스트에 완료 표시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입으로 소리를 내며 하고 있었는데, 만약 누가 본다면 혼자 연기하는 일인극을 하는 배우와 같다고 할 것이다.


“자!! 수연아 호텔 3개월 치 점유율과 3년간 호텔 투숙률 분석표 각각 3장씩 완료 끝 다음은 고객의 소리에 접수된 고객 불만 요약본 한 장 완료 끝”


그때 내가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삐리리리리~”


“안녕하십니까, 호텔 예약 실 수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아가씽!! 내 말 좀 들어봐 봥요~”


전화기 너머로도 느껴지는 진한 술 냄새의 향기가 엉클어진 그의 발음으로 느껴졌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이 부서를 혼자서 책임지는 사람이었으므로, 당황하지 않고 전화기에 찍힌 손님 객실 번호를 확인했다.


객실 번호 1204호 김 유명

시간은 새벽 3시 03분


“아... 네 김 유명 고객님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니 말이야 내가 우스워!! 내가 변호산데 말이야 서울에 유명한 로펌에 변호사라고”


두서없는 말들이었지만, 나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아 변호사님~무슨 일 있으셨나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누군데 감히 나를 무시해!! 내 말 좀 들어봐 누가 이상한 사람인가! 아니 내가 클럽 라운지에서 술을 마시는데,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부부가 나에게 말을 걸더라고 마침 나도 혼자 적적하기도 했고 11층 클럽 라운지에 2시간 동안 와인과 안주가 무제한 제공 시간이기도 해서 같이 앉아서 술을 마셨지”


“아 그러셨어요? (왜 나에게 반말인가?...) 그래서요?


“마시다 보니까 흥이 오르더라고 그래서 내 방에 가서 더 마시기로 했어. 요즘 사람들은 그걸 2차라고 하나? 아무튼 그 둘을 내 방에 초대했지. 마침 내가 밸런타인 30년 산을 가지고 왔었거든. 이 내가 말이야! 호텔에서 조용히 나 혼자 마시려고 가져온 건데 내가 뭐에 씌었었나…. 아... 아무튼 정신 차렸을 때 이미 그 부부를 내 방으로 초대하고 있었지 않았겠나. 그래 머.. 거기까진 좋았어.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이 기본이 되어 있다면 말이야 그 비싼 술을 내가 공짜로 제공했으면 안주 정도는 들고 오는 게 예의 아닌가? 아니 빈손으로 왔더라고!!"


“아... 그렇죠.. 그 비싼 밸런타인 30년인데요~


“그렇지! 그런데 그들이 빈손으로 왔길래 내가 안주를 친절히 룸서비스로 주문해 줬다고. 그리고 영수증을 그들에게 내밀었지! 그런데 그 영수증을 보고 그 남편이라는 작자가 손사래를 치면서 사인을 안 하는 거야? 내가 시킨 건 고작 과일 안주에 치즈 플레터일 뿐인데 말이야 그런데 그걸 안 내겠다잖아! 내 밸런타인 양주는 100만 원이 넘는뎅?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룸서비스 직원이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영수증만 쳐다보고 있길래 지성인으로서 화를 일단 참고 내 방 번호를 적어서 돌려보냈어. 그런데 그들이 내가 영수증에 사인을 하는 동안 뒤에서 과일 안주를 처먹고 있는 게 아닌가?! 난 너무 화가 났어. 그들에게 소리쳤지 이 도둑놈들!! 내 방에서 썩 꺼져!라고 말이야. 어라? 글쎄 그들이 도리어 내게 화를 내는 게 아닌가? 서울에 잘 나가는 변호사면 이 정도는 껌값이 아니냐며 변호사 자격증을 보자고 거들 먹거리더군 나는 화가 나서 내 방에서 나가라고 펄펄 뛰었어!! 그랬더니 그들은 고개를 저으면서 변호사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면서 로펌 말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면서도 룸서비스로 온 과일 플레이트를 들고나가더군! 나는 너무 황당해서 그들을 바로 쫓아가서 그 남녀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 그런데 말이야 그때 갑자기 두려움이 일렁이더군. 딱 봐도 나는 한 사람의 연약한 노인에 불과했고, 그들은 두 명의 기운 왕성한 30대 부부 사기단이었지. 분명 수 싸움에서조차 질게 뻔한데, 나이까지 많은 나는 그들의 몸싸움 상대가 될 리가 없었지.. 그렇게 허무하게 그들이 가는 걸 보고만 있었어... 이.. 내가 말이야.. 서울에서 잘 나가는 유명한 변호사인데 말이야... 흑흑흑”


그는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분노가 슬픔으로 가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이 부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를 위로하고 재빨리 전화를 마무리해야 했기에, 그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말투로 전화 마무리를 시도했다.


“정말 화가 나셨겠어요. 저도 이해해요. 변호사님 성함을 보니까, 정말 유명한 변호사이신 거 같은데 말이죠(사실 들어본 적 없었다.)"


“아니 전화를 받는 직원조차 나를 아는데.. 그것들은 정말..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야 할지 오점 없던 내 인생의 오점을 만들다니…. 그들을 내 방 안으로 들인 게 화근이어서 변호사란 사람이 부부 사기단을 방에 들이다니…. 정말 이 기분 같아서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네.”


“아녜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라고 그를 위로하면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만약 죽고 싶으셨다면 저에게 전화를 조차 하지 않으셨겠죠.’


사실 며칠 전 13층 3호에서 투숙객이 싸늘하게 죽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다음날 포털 사이트 메인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특급호텔에서 수면제 50알로 극단적 시도...

사업 실패로 극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던 L ‘


그 시체를 발견한 야근 당직 지배인이 말하길 오후 1시가 지나도 퇴실하지 않는 손님이 있어서 보안 직원과 같이 객실 문을 열었는데, 객실에서 퀴퀴한 냄새와 함께 싸늘한 시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당직 지배인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코를 막는 듯한 행동을 취했고 아직도 자기 몸에 그 방에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찰에 사건 경위서를 보내기 위해 그 객실에서 전화 온 기록을 찾아보기를 요청했다.


#1303 IN/OUT CALL DATA -NO RECORD 기록 없음


그 객실에서 우리 부서에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0번만 누르면 되었지만, 정작 그 객실에서 온 전화 기록은 한건도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호텔에 죽기로 결심하고 온 손님은 세상과의 어떤 소통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많은 사람이 자살한다고 알려진 양화대교에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놓인 전화기가 있었는데, 그곳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만약 그 문구를 보고 설치되어 있는 생명 전화기를 들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정말 살고 싶은 것이다.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1204호의 전화를 술에 취한 손님의 전화라 치부하고 그냥 끊을 수 없었다. 추가로 이어지는 60분 동안 나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고, 그가 어떻게 어려운 가정에서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는지 성장 과정을 모두 다 들은 후에야 그와의 전화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새벽 5시였다. 옆에서 잠만 자던 선배는 살포시 눈을 뜨고 술을 마시면 곱게 마셔야 한다며 자신이 그 전화를 받지 않은 오늘의 행운에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선배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이놈의 사회생활이란...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2시간 동안의 통화는 당연히 기 빨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날 어떻게 남은 업무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기억 남는 건 그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삐리리리~삐리리리~”


“내가 받을게! (스페이스를 눌러 다른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를 당겨 받았다)"


전화기에 찍힌 번호는 1204!!! 그 김 유명변호사의 전화였다. 내가 인사하기 전에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체크아웃하게 짐 좀 내려주세요~”


“아... 네…. 변호사님”


1204호 손님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 지난날의 자기 행동이 생각났는지 침묵에 휩싸였다. 그도 나도 아무 말도 못 하고 5초 동안 멍하니 전화를 들고 있었던 것 같다. 이어지는 숨 막히는 정적 뒤에 정적을 깨는 그가 한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고.. 마. 마.... 아.. 어.. 요.(뚝)”


당황스러운 통화였지만, 그래도 그가 무사히 체크아웃 함에 감사했다. 그의 요청에 따라 호텔 시스템에 관련 부서에 짐 도움 서비스 요청 메시지를 보냈다.


REQ : #1204 LUGGAGES 3 PICK UP REQ A.S.A.P.

1204호 체크아웃하니까 가방 3개 픽업해 주세요 (가능하면 빠르게)


내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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