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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Apr 13. 2024

커피는 팀워크를 부른다.

달콤, 쌉싸름한 연애의 시작

  혜련과의 상담이 있었던 정확히 2주 뒤 머리를 산발한 여자가 상담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마치 누가 쫓아오는 걸 피하는 것처럼 황급히 상담실 책상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처럼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으며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리다가 문뜩 책상에 서 있던 선애와 눈이 마주치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혜련 씨?”

“선애 씨 저 어떡해요. 큰일 났어요.”

 

 지철은 벨벳 커튼 속에서 뜨거운 햇살이 비친 창문의 온도를 손끝으로 느끼며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년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소식에 지독하게 추운 날씨에 난방까지 끊게 만들어버려 고통을 주고 싶었던 지옥의 신과 사신 K의 계략에 고춧가루를 팍팍 뿌린 것 같은 기분에 약간 흥분되어 있던 상태였다.

 지철을 무조건 지옥에 돌려보내겠다던 선애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마치 자신이 금방이라도 지옥에 돌아갈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문뜩 창문 앞에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를 보고 들었다. 창문에는 머리가 헝클어진 혜련이 지철의 상담소에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선애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지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밖에서는 혜련이 말없이 우는 소리와 선애가 혜련을 달래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혜련 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흑흑흑…. 그게 아니에요. 흑흑 도저히 창피해서 말을 못 하겠어요”


 혜련은 선애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울고만 있었지만, 코발트 벨벳 커튼 속에 있었던 지철은 혜련이 말할 대사를 이미 아는 것처럼 그녀를 성대모사를 하며 따라 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졌어요. 그 커피 못 타는 남자와!”


 어쩌면 이 모든 건 지철의 계획에 있었다. 혜련이 자신이 기름과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커피를 타도 맛이 없었을 거라는 말에 지옥에서 자신이 했던 일들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기름 같은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 타주는 커피라면…. 맛없을 리가 없지.” 


 사랑이라는 묘약에 빠진 천사는 결국 눈도 잃고 입맛도 잃게 된다는 걸 지옥에서 수없이 겪어왔다. 하지만 지옥에서는 매력적인 악마의 모습으로 천사를 유혹했다지만 인간세계에서는 인간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지철은 선애에게 맡기기로 하고 미끼를 던졌던 것이었다. 


 그녀는 인간세계에서 가장 처절하고 잔인하게 사랑을 했고 결국 상처받아 천국으로 향하는 티켓마저 찢어버리고 이제는 복수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지철은 지옥에서 그랬던 것처럼 선애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고, 선애는 자신도 모르게 승주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순간의 기억을 알려주게 되었던 것이었다.


‘커피에 적는 사소하지만 친절한 메모’ 


분명 시작은 아주 사소한 메모였을 것이다. 


 오늘의 날씨가 좋네요. 이거나 밖에 비 오는 데 우산을 쓰고 가세요. 등의 흔한 안부를 묻는 문구였지만, 그 메시지를 메일 받는 혜련은 어느새 승주가 자신에게 관심 있어 남기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사랑에서 제일 무서운 건 착각이 탄 마약 때문에 혜련은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점점 감각의 망각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때부터 승주가 탄 커피가 어떤 날은 너무 뜨겁고 달콤하게 느껴지고, 커피 배달이 늦어지는 어떤 날은 차갑고 씁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물론 승주는 아파트 카페 게시판에 자기 커피 맛의 평판을 뒤집기 위해 그녀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결과는? 오늘 혜련이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지철은 벨벳 커튼에 열고 나와 선애에게 다 마신 커피를 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혜련이 이제 겨우 진정한 듯 선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었다.


“제가…. 오늘 승주 씨에게 고백하고 말았어요. 좋아한다고! 그랬더니 승주 씨가 엄청나게 당황해하면서 들고 온 커피를 놓고 뒷걸음치시는 거예요. 저와 같은 마음일 줄 알았는데 당황한 승주 씨를 보니까 아니라는 걸 알았죠. 선애 씨 저 어떡해요? 죽고 싶어요. 저 이제 승주 씨를 어떻게 봐요. 저…. 이사 가야 할까 봐요”

“진정해요. 혜련 씨 승…승주 씨도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걸 거예요. 마음이 없었으면 미안하다는 둥 사과를 했겠죠. 도망가진 않겠죠?”

“제가 너무 싫었을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엉망진창인 저를 누가 좋아해요? 예전에 저라면 모를까….”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의 혜련은 손가락 마디마저 살이 쪄 뽁뽁이 포장지처럼 퉁퉁해진 자기 손가락 마디를 누르며 말했다. 한심한 듯 그 모습을 본 지철이 말했다.

“혜련 씨 그러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되겠네요. 승주 씨가 호감이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요?”

“아! 원장님 안녕하세요? 다 듣고 계셨나요? 갑자기 더 부끄러워지네요…. 네 분명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제 착각이었을 수도 있어요.”

“뭐 그런 느낌이 착각이었다 해도 승주 씨에게 대한 마음은 착각이 아니잖아요? 뭐 막무가내 고백을 돌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다시 도망갈 거예요? 예전처럼?”

“아니요….”


 혜련을 거칠게 다그치는 지철의 말에 선애는 깜짝 놀라 말했다.


“혜련 씨 원장님 말씀은 그 뜻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이 맞선 감정에 대해서 결론을 내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그렇게 도망가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속이 후련해지지 않겠어요?”

“승주 씨가 그래도 아니라고 하면요?”

“그럼 혜련 씨도 아니라고 해요. 다른 남자 만나면 되죠. 세상에 얼마나 멋진 남자들이 많은데 상상해 봐요. 예전처럼 자신 있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남편 말고 다른 남자 만난다는 여자들도 많잖아요.”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곳에 와서 혜련 씨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심지어 악마 같은 이런 분에게 (지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백할 용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봐요.” 


 망설이는 혜련을 다독이는 선애의 모습은 감춰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백조의 다리와도 같아 보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지철은 자신이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원하는 데로 흘러가는 이 상황에 흡족해져 한마디를 보탰다.


“그리고 만약 혜련 씨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저 역시 혜련 씨에게 선물을 하나 할게요”

“선물이요?”

“당신을 평생 괴롭혔던 기억을 새로운 추억으로 바꿔드릴게요”

“네?” 

 지철은 혜련에게 빈 노란 포스트잇 종이와 빨간펜을 건넸다. 그리고 그곳에 혜련의 고등학교 때 학교 폭력을 저질렀던 가해자들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묵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평생 가슴에만 오롯이 박힌 그 이름들을 빨간펜으로 적어 보았다.


 혜련은 그들의 이름을 빨간 펜으로 적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인지 흥분인지 모를 감정이 자신을 휘감았다. 그래서 지철에게 그들의 이름을 건넬 때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 종이를 받아 든 지철은 씩 웃더니 자신의 검은 패딩 주머니에 구겨 넣고 말했다.


“이 종이가 어떤 선물로 바뀔지는 다시 오실 때 보여 드릴게요 이제 당신은 인생을 바꿀 동기가 생긴 거예요. 도망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열정과 자신을 평생 괴롭힌 기억에 대한 복수를 말이에요 그 모든 것이 당신 안에 있던 기름과 같은 감정을 찌꺼기도 없이 불태워 버리길 바랄게요. 뭐 아니어도 저는 상관없어요. 어차피 기름처럼 찌들며 사는 건 당신 인생이잖아요 하하하”


 소름 끼치게 웃는 지철의 웃음소리에 혜련의 눈빛이 순간 번쩍하고 빛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러더니 5월 5일 예약을 6월 25일로 바꿔 달라고 선애에게 말하면서 짐짓 살과의 전쟁터를 향하는 비장한 군인의 모습을 하고 사라졌다. 선애는 지옥에 가기를 포기한 듯 보였던 어두웠던 지철의 바뀐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원장님 앞으로 그들이 시키는 일은 안 할 거라고 하셨잖아요. 다 망칠 것같이 하시다가 왜 갑자기 이렇게….” 


 갑자기라는 말과 동시에 어느새 지철은 선애에게 다가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선애 씨가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타 주는데 그 값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곤 지철의 손에 들려 있던 빈 커피잔을 선애의 손 위에 툭 하고 올리고 사라졌다. 얼굴이 벌게진 선애는 지철이 두고 간 빈 커피잔에 쓰인 글씨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비가 온대요. 퇴근할 때 제 우산 가져가요!” 


 선애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지철은 악마 베스탄으로서 지내오면서 인간들이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수많은 것들을 찾아서 괴롭혔는데 어쩌면 인간이 좋아하는 한 가지로 인해 더한 고통을 줄 수 있는 것을 방금 깨달은 것처럼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다음 계획은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겠어! 내가 왜 이 생각을 미리 못했지?”


 지철은 패딩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가해자들이 적혀있던 노란 포스트잇을 힘껏 구겨버렸다.


“선애 씨 커피가 오늘은 좀 늦네요.”

 

철은 다른 때와 다르게 늦어지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커튼에서 나와 선애를 기다리다가 마지못해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지철의 눈앞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선애의 모습이 보였다.


“선애 씨 무슨 일 있나요?”

“아니 그게 원장님 제가 승주 씨와 혜련 씨의 일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 있었더라고요”

“어떤?….”

“대외비요”

“아 그 대외비를 쓰지 못하면 자리를 빼기로 사신 K와 내기를 하셨던….”

“맞아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사신 K에 내일까지 자리 빼라는 연락이 왔어요. 저 어떡해요? 원장님 저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갈 순 없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울먹이는 선애를 지철은 차갑게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애가 이곳에서 사라진다면 조용해질 사무실을 상상하는 것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지철의 모습에 얼마 전 자신에게 다정했던 지철의 모습에 실낱같이 가졌던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됐어요. 원장님께서는 제가 없어지면 좋으시겠죠. 시끄럽게 옆에서 떠는 사람이 사라지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저 여기까지 와서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겠어요.”


 선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지철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철은 화가 난 선애에게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고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 승주 씨! 선애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나한테 했다고요? 맞아요. 지금 선애 씨가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서 뭐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요. 혜련 씨가 게시물을 내리고 심지어 커피를 추천한다고 글을 다시 올려줬다고요 잘됐네요. 원래 항의한 사람의 마음을 돌리면 열성적인 팬이 되곤 하죠. 아 미안한데 전화로는 상담하지 않아서 그래요. 조만간 사무실에 방문하겠다고요? 그럼 그렇게 해요. 선애 씨에게 그것만 전해주면 되는 건가요? 알겠어요. 그럼….” 


 지철이 승주와 전화를 끊자마자 선애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따지기 시작했다.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요? 어떻게 원장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요?”

“아무래도 승주 씨가 해답을 준 것 같아서요”

“네?”

“선애 씨에게 전해달라고 하는데요?

“럭셔리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커피 머신 비용 미리 낸 거 안 돌려줘도 된다고 하던데요? 그거 다시 가지러 온다고요. 손님들이 많이 와서 커피 머신이 하나 더 필요하데요.”

“그런데요?”

“그 커피 머신 산 영수증 아직 갖고 계시죠?”

“그럼요! 여기 이렇게 혜련 씨 작전 성공하려면 돌려주려고 이렇게….”

 선애는 자신의 손의 들려져 있는 영수증의 날짜를 빤히 쳐다보았다.


§3월 31일 23:59분 /럭셔리 커피 머신 450,000§


 사신 K와 내기를 한 마지막 날을 턱걸이한 영수증에 찍힌 시간에 선애는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만 커피가? 저희의 팀워크 비용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거야! 우리가 주장하기 나름이죠. 팀워크가 뭐 별건가요? 선애 씨와 제가 이렇게 커피로 끈끈한 우정이 생긴 것도 승주 씨가 혜련 씨와 우정을 뛰어넘는 사랑이 생겨가는 것도 다 커피 때문에 아닌가요?”

“맞아요! 그건 우리가 정하기 나름이에요! 그렇죠. 비용처리가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이번 달에 청구하면 되겠네요. 날짜는 3월이 명확하게 찍혔으니까 원장님 역시 천재세요!” 


 선애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 옆에 서 있던 지철을 와락 껴안고 말았다. 당황한 지철이 황급히 선애를 밀어냈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불쾌해서였는지,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속이 울렁거리는 건지 모를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당황한 지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철을 뒤로하고 선애는 신이 나서 사신 K의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사신 K님 저 선애예요. 이번 달 특별 청구 금액이 있어서 예상 비용을 문자로 보냈어요. 확인 부탁 드린다고요. 네? 이상한 비용이 있다고요? 팀워크 비용이요 제가 바빠서 청구를 깜빡했더라고요. 네 저희가 그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도 하고 상담도 하고 유명한 무료 상담소에 분점도 냈거든요. 그게 바로 팀워크에 효과 아니겠어요? 호호호 그럼요 아직 청구한 건 아니지만 이번달…내로”

“말도 안 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사신 K가 불현듯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한쪽 손에 들려진 핸드폰은 아직 선애와의 통화가 여운이 남은 듯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다른 한 손에는 승주를 지옥에 데려가지 못한 벌로 받은 듯한 상당히 많은 양의 서류를 잔뜩 손에 들고 나타났다. 눈에 띄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사신 K의 모습에 놀란 선애는 지철의 등 뒤에 숨었고 지철은 화가 난 사신 K의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철 아니 베스탄! 너 미친 거 아니야? 지옥의 신에게 죽을 사람이 명부에서 지워진 것도 인간 세상에 적응 못 한 악마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바빠서 그랬다고 겨우 설득해 놨는데 이제 쓸데없는 비용까지 청구한다고? 너는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너야말로 나를 너무 무시한 거 아니야? 천국에 갈 방법을 친히 적어주고 말이야 왜?내가 혜련이라는 인간을 통해서 사고라도 치게 하면 그걸 무마하면서 지옥의 신에게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사신 K 밖에 없다고 주장할 생각이었나?”

“그걸…. 어떻게?”

“너무 급하게 썼더라고 천국에 갈 방법을 내가 놓칠까 봐 UPDATE에 *표시까지 말이야 그 표시 말이야 네놈이 급할 때 무리수를 놓을 때 쓰는 방법이잖아. 잊었어? 선애 씨가 오기 전에는 너와 나는 문자를 자주 한 사이잖아. 우리 둘.”

“그래서…. 베스탄! 이번엔 나를 엿 먹이려고 팀워크 비용을 청구하시겠다 이거야?”

“그거야 사신 K 네가 하는 행동에 달렸지?”

“뭘 원하나 본데? 정확히 말해 돌려서 말하는 네놈의 말투는 딱 질색이니까”

“선애 씨를 이곳에 그대로 두고, 네놈이 나에게 보내려고 했던 문자를 그대로 보내!”

“(당황하며) 그게….그게 뭔데? 나는 네놈한테 보내려고 한 문자가 없어”

“있잖아. 내가 너에게 마지못해 연락해서 부탁하면 보내주려고 미리 조사한 혜련을 회피형 인간으로 만든 가해자들의 연락처 말이야. 그래서 그렇게 무리수를 둔 거 아니었어? 네가 내 위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려고 말이야.”

“없어! 있다 해도 내가 왜 그깟 별것도 아닌 비용 때문에 너에게 두 가지나 내주어야 하지?”

“글쎄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 텐데…. 지옥의 신이 제일 싫어하는 게 필요 없는 지출이라는 거 말이야 너도 들어봤지? 그 소문 말이야. 어떤 악마가 업무가 너무 고단해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이것도 업무의 필요한 비용이라고 청구했다가 어떻게 된 줄 알아? 그 악마뿐 아니라 그 악마의 편들어 주었던 동료들마저 지옥 불에 던져져서 그 비용이 단지 1,050원이었는데 말이야..너는 45만 원이니까 450번 정도 던져질 텐데 괜찮겠어?”

“내가 지금 너 때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신 K는 지철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한 채 지철을 째려볼 뿐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서류들이 사시나무처럼 떨리자, 사신 K가 녹음한 듯 목소리가 그 안에 적혀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종용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00야, 네 머릿속의 그 일은 끝나지 않을 거고, 너는 계속 그 지옥 같은 곳에 갇혀 있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나와 같이 가자 나와 같이 가면 너의 그 고통도 모두 끝날 거야’ 


 마치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름 돋는 소리가 떨어진 서류를 펄럭이면서 사무실 가득 울렸고, 사신 K는 서둘러 떨어진 서류를 황급히 집어 들었다. 그랬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사신 K는 결심이 선 듯 지철을 보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지…. 그렇지만 네가 오늘 한 선택에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

“글쎄 악마는 절대 후회하지 않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필요 없어 연락처만 나에게 보내”

“그래 그러도록 하지!” 


사신 K는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전화번호를 지철에게 전송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지철의 뒤에서 땀으로 흠뻑 젖은 두 손을 움켜쥐며 서 있었던 선애가 물었다.


“원장님 나중에 후회할 일 무섭지도 않으세요? 저는 저렇게 사신 K가 화난 거 처음 봐요. 분명 뒤끝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해요?”

“사신이 무서워 봤다죠. 악마에게 두려움의 대상의 지옥의 신밖에 없습니다. 그럼 전 이만”


돌아서는 지철을 향해 선애가 물었다.


“아니 원장님 그들의 연락처 갖고 뭘 하려고….”

“글쎄요 아주 재밌는 선물이요 하하하” 


지철은 받은 그들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하더니 단체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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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달간 이 문자를 받으신 분들에게 혜련 필라테스 1:1 개인 수업 무려 6회의 체험의 기회를 드릴 예정입니다.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을 미리 준비하는 이번 기회 놓치지 마세요. 참여 원하신다면 6월 6일 오후 6시까지 문자 회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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