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의 모든 INFJ를 위한 에세이

Prologue <명랑한 은둔자>

by 씬디북클럽

“세상의 모든 INFJ를 위한 에세이”


알라딘 별 다섯 개의 딱 한 줄 후기.

혈액형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뭔가 신뢰감이 가던 MBTI. 3번의 결과 중 두 번이나 ‘선의의 옹호자’가 나왔다. 전 세계 1% 비율을 차지한단다. 비슷한 성향의 인사로는 (무려!)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이런 분들이 있다 한다. 허허. 헛웃음이 난다.



영어 원서 제목은

The Merry Recluse


명랑한데 은둔하는 자란다. 오호라. 멋져라.

Me time과 정확하게 일치하잖아.

Me time

Me time' refers to time spent in the pursuit of relaxation. Me time can be as simple as a hot bath, meditation, a spa treatment, or even a night of binge-watching television shows.

(Power English 2021년 5월호 중)





나만의 시간, 미타임을 갖고 있다. 새벽 기상을 한다. 혼등을 하고 혼밥을 한다.

집에서 놀아요 3개월 차, 집에서도 놀고, 밖에서도 논다.


주말부부 2년 차.

"먹여줘요, 입혀줘요, 놀아줘요."를 졸업한 아이들.

코로나 시절부터 익숙해진 오프 모임의 간소화. 복직 준비는 조금 미루기로 결정한 지금.

좋아. 나랑 놀 시간.

나를 데리고 놀자. 나를 잘 알기 위해서 놀자. 다른 이들과 잘 놀기 위해서 놀자.

이름 짓기를 좋아한다.

혼등을 하다 머릿속에서 조합한 제목.

'씬디로운 ㅇㅇ생활'.

ㅇㅇ의 후보가 많다. 은둔, 힐링, 왕따, 노잼,...

이 글들이 마무리될 때쯤 결정이 나겠지.


44살의 봄 그리고 여름,

혼자 노는 시간들을 적어 본다.

p.s.

새로운 쓰기 아이템을 떠오르게 해 준 저자, 캐럴라인 냅. 당신의 퍼스트 네임에선 그야말로 Merry Christmas 느낌이 들어요. 당신의 라스트 네임에선 왠지 노곤한 느낌도 들고요. 오래오래 더 좋은 글을 써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고, 고마워요.




p.41

행복하게 혼자라고? 은둔하는데 명랑하다고? 그런 모순이 어딨어! 그건 불가능해! 안타깝게도,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 저도 실은 이해 못 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외로운데 행복해요. 행복한데 고독해요.


p.49-50

나는 혼자 있는 걸 늘 대단히 편하게 여겼지만, 그러면서도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잘 몰랐다.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건,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 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 -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걸, 이런 것은 잘하지 못했다.

-> 혼자 있는 것, 점점 편해지고 있어요.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일단 혼자서 좀 놀아보려고요. 나랑 가장 오래 살 거니까, 데리고 놀면서 좀 알아보려고요.


p.44

우리라는 단어, 이것은 꽤 무거운 단어다.

-> 그 단어를 쉽게 쓰는 누군가에게 한없이 서운했다. 조심해서 쓰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단어를 쓰는 순간, 뭔가 보이지 않는 투명 울타리가 생기는 것 같다.


p.70-71

우정에 대한 기준이 예전보다 훨씬 더 명확해졌으며 우정에 대해서 내가 좀 더 시니컬해졌다. 우정은 아주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덧없을 수도 있다. (중략) 친구 관계에 작별을 고할 때는 아는 것은 계속 이어갈 때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 나는 그 우정에 작별을 고할지, 계속 이어갈지 계속 생각 중이다. 시간이 가길 기다리는 중이다.

p.150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이토록 깊이 동일시하는 건 드문 일일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딸에게 수많은 부정적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어머니라는 사람, 딸이라는 사람, 서로 상대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 그 사이를 잇는 선들은 서로 교차하고 엉클어지고 겹쳐지기 일쑤다. 하지만 모녀 관계가 얽히고설킨 관계가 되기 쉬운 게 그 때문이라면, 역시 그 덕부에 모녀 관계는 유달리 풍성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어머니란 딸의 내면에 있는 로드맵 혹은 거울이다.

-> 아, 부정할 수가 없다. 이여사는 나의 로드맵이자 거울이다. 그리고 나는 유니의 로드맵이자 거울이 되려나.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뿌옇게 되거나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루어야겠다.

p.186-187

내게는 절망감에 맞서 싸울 자원이 있다는 사실, 내 시간을 잘 쓰고 내 영혼을 잘 돌볼 능력이 있다는 사실, 외로움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우리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리라는 사실.

-> 내 시간을 잘 쓰자. 내 영혼을 잘 돌보자. 뭐든 배울 수 있을 거야.


p.286

단순하고 유용한 삶. 너무 거창하지도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삶. 그냥 보통의 삶.

-> 딱 지금, 44살의 내가 바라는 삶.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바다출판사, 202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