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 엄마
형제 없이 귀하게 시골에서 자란 엄마는 늘 시련 없이 부모말에 순응하며 자라왔다.
공부에 흥미를 붙이며 하교 후 곧장 책상에 앉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고시절 같은 반 아이가 엄마도 모르는 엄마의 출생의 비밀을 알려 준다.
그 친구가 같은 동네도 아닌데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한참 공부하고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충격적인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엄마는 더 이상 엄마를 엄마로 부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아빠도 원망스럽고 엄마의 구구절절한 설명도 남의 얘기 같다.
시내에 사는 작은 엄마 접으로 1년 간 살게 된다.
자신이 반갑지 않았을 작은 엄마는 무표정으로 챙겨준다.
큰 트럭에 다리가 치인 사촌동생이랑 지내며 눈치 없는 1년을 보낸다.
그런 시련 외에 큰 어려움 없이 자라온 엄마는 20여 년을 그냥 내 엄마로 알고 살아왔듯이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온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엄하지도 않은 그냥 엄마의 온정과 대한민국 전통적인 모습의 아빠의 사랑 속에 자란 엄마는 처음으로 내 맘대로 안 되는 육아를 하며 다시 태어난다.
특히 자신의 말과 행동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그대로 흡수해 따라 하는 딸의 모습에 흠칫 놀라면서도 익숙해진다.
또 그러다가 딸에게 엄마가 한 행동 그대로 당하며 지하 밑바닥으로 떨어져 깎이고 깎여 지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겉으로는 대외적으로 순하고 착한 어른의 모습인 엄마이지만 온갖 시기. 질투, 투정.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5살짜리 어른이다.
그 5살 엄마는 딸의 일탈을 통해 뼈아픈 성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