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키우는 숙제들

초여름, 아빠도 함께 생각하는 수학

by 최영훈

은채 숙제는 다양합니다.

이번 주말 해야 될 숙제는 1학기 동안 있는 가족 행사 7개를 적어 오라고 했더군요. 그전엔 강낭콩을 키웠고요. 4월 말에 심은 강낭콩은 이제 30센티미터 정도 자라서 이 삼일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은채는 강낭콩 크는 걸 보면서 채소 키우는 재미가 들렸는지 화분을 키우고 싶어 했습니다. 이번 주말 개인 방송 촬영 때문에 모처럼 집을 비우고 저녁에 왔더니 쌈 채소 화분 세트를 사 왔더군요. 그걸 오늘 아침, 그러니까 일요일 아침에 은채와 함께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상추와 적채였는데 좁고 긴 화분에 밭고랑을 내어 심었죠.


은채의 학교에선 요즘 수학 가르침이 한창입니다. 책은 수 익힘이라고 하는데 간단한 덧셈 뺄셈을 배우고 있죠. 은채는 일주일에 두어 번 수 익힘 책을 갖고 와서 숙제를 해 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 숙제가 좀 특이했습니다. 과제 내용은 뺄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뺄셈은 뺄셈인데 계산이 아닌 추리와 논리, 생각을 하게 하는 뺄셈이었습니다.


자,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뺄셈은 뭐죠?

3-2=1 이게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뺄셈입니다.

이걸 아이에게 가르칠 때 우린 보통 이렇게 질문합니다.

“자, 은채야 네가 사과가 세 개가 있어. 그런데 아빠한테 두 개를 줬어. 그럼 몇 개 남았지?”

사실 여기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은채의 수 익힘 책에는 이런 질문과는 다른 차원의 질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질문은 “그림을 보고 식을 만드세요.”였습니다. 보기의 그림은 이랬습니다. 윗줄에는 녹색 카드가 일곱 장 있습니다. 그 밑엔 오렌지 색 카드가 다섯 장 있습니다. 은채는 그 밑에 식을 12-5=7이라고 해 놨습니다. 얼핏 보면 맞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나 전체에서 부분을 덜어내는 질문은 옆쪽에 있었습니다. 그 그림들은 한바구니 안에 배추가 다섯 개 있는데 농부가 그 바구니에서 두 개를 꺼냈죠. 화살표로 바구니에서 꺼내졌다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카드로 만들 수식은 분명 전체에서 덜어내는 뺄셈이 아닌 다른 용도의 뺄셈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전체에서 부분을 빼는 거 말고 무슨 뺄셈이 있을까요? 바로 비교의 뺄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와 타인 중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선 가진 것의 수와 양을 비교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더 많은 사람의 것에서 적은 사람의 것을 빼는 것입니다. 우리가 트럼프 카드로 흔히 하는 원카드 게임 같은 것을 할 때 상대 남은 카드 수와 내 카드 수를 비교할 때도 우린 무의식적으로 이 빼기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질문은 한 무리의 사람을 제시하고 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몇 명이 서 있습니다. 그 밑에 식을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정답은 뭘까요? 몇 개일까요? 하려고 마음먹으면 경우의 수는 제법 많았습니다. 가방을 갖고 있는 친구와 안 갖고 있는 친구,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교, 치마를 입은 친구와 바지를 입은 친구 등등 말이죠. 책에선 이 그림과 함께 지하철 객실의 풍경도 보여줬습니다. 얼핏 보면 앉은 사람과 서 있는 사람을 비교하는 수식만 묻는 것 같지만 거기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왔습니다.


전 이런 문제들을 보면서 아주 신선했습니다. 수학은 단순히 숫자의 놀음을 이해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세상의 논리를 이해하는 학문이죠.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사람을 이해하고 하나의 현상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학이 고급으로 올라 갈수록 변수와 차원이 많아지죠.

제가 그나마 조금 아는 수학의 세계는 통계학인데 통계학 역시 고급으로 올라 갈수록 숫자의 결과를 찾아내는 숫자만 잘 다루는 차원보다 그것의 해석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창의적인 차원이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아마 수학이 적용되는 많은 분야도 그럴 것입니다. 빅 데이터도 그렇고, 인공지능, 건축, 토목, 환경 공학 등에서 말이죠.


지금의 수학은 그래서 수식과 계산을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보다 현상의 이해력이 높은 아이, 창의력이 높은 아이, 그리고 자신이 이해한 걸 타인에게 잘 설명하는 아이를 만드는데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수학 문제를 같이 풀면서 부모에게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의 다양한 경우와 그 정답들로 가는 다양한 여정도 함께 고민해야 하니까요. 이래저래 아이가 크면 클수록 부모의 공부의 양도 늘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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