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마라톤 교주님

by 친절한 햇살씨

2006년 9월 4일 월요일, 그러니깐 바로 어제 아침의 일이다.


수련회를 다녀온 피곤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몸이 무겁고, 눈꺼풀도 무겁고.. 겨우 일어나서 준비를 했는데, 기차 시간은 놓쳤고, 버스를 타야겠다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쓰윽~ 지나가는 것이었다.


헉! 저거 타야 하는데!


그러나 버스는 열심히 가기에.. 다음 거 타지 뭐..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으로 또 지나가는 버스.


대략 난감!


두 대가 연속으로 가버리면,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그러면 지각하는데, 저 버스 타고 말아야만 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버스는 손님을 다 태우고 있었고, 그 순간!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와서 나는 정신없이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 러. 나.


무심한 버스기사 아저씨.


아니, 버스 바로 옆에서 열심히 뛰는 이 아가씨를 보지도 못했는지 , 보고도 귀찮아서 못 본 척하는 것인지, 막 붕붕~ 하고 가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절대 포기할 써니 선생님이 아니다.


열심히 뛰었다.


헥헥거리면서.


그래도 무심한 아저씨. 막 가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까지 질렀다.


아저씨~이~~~
아저씨~~~ 이~~~~!!!


그런데도 막 달리는 버스.


원망스러웠다.


‘아저씨, 진짜 나쁘네..’ 하면서 뛰다가 멈추어 섰다.


근데, 아저씨 더 나빴다.


내가 멈추니 버스도 그제야 멈추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고민했다.


‘저 아저씨가 서는 척을 하는 걸까 진짜 세워주는 걸까?’


그래서,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앞문이 열렸다.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서, 능청스럽게 웃으며 한 마디 했다.


감사합니다(^_____^)



‘감사하긴... 이 나쁜 아저씨,,,,우~띠...’


버스를 타고나니. 모든 어르신들이 나를 쳐다보고 계셨고, 맨 뒷 좌석에서 교복을 입은 녀석 둘이 배를 잡고 웃느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헉.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이다.


자리에 앉으면서 녀석들에게 한 마디 했다.


재밌어?


그러고 나서 자리에 앉았는데, 이 녀석들. 몇 분이나 웃음을 못 참고 죽으려고 한다.



(ㅡ,ㅡ) 오늘 완전... 망신살이 뻗쳤다.


버스에서 내려, 한 녀석에게 말했다.


“야, 이 녀석아!
선생님을 봤으면,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했어야지
구경하면서 웃기만 해?


그러자 녀석은 계속 웃으면서 도망갔다.(ㅜ,ㅜ)


그리고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아침에 열심히 뛰어야 했던 나의 상황을 이야기해줬더니, 녀석들은 깔깔거리며 드러내 놓고 즐거워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녀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들 같았으면 버스 잡아줬겠지?


그랬더니, 녀석들이 여기저기에서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니요~!


왜요?


아니, 선생님이 열심히 뛰면
당연히 버스를 잡아줘야지~!

그랬더니 절대 버스를 안 잡아준단다.


그럼 너희도 웃고
구경만 했을 것 같아?


“아뇨~!
버스 기사 아저씨께
이렇게 말할 거예요.


어떻게?


아저씨!!
빨리 가요~ 전진!!!!!


(ㅡ,ㅡ)

저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아저씨~!
괴물이 쫓아와요!
빨리 가요~!



녀석의 말에 반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다.


녀석들.

선생님이 망가진 모습이 그리도 재미있을꼬?


드디어. 2교시.


버스에서 신나게 웃고 있었던 녀석의 반에 수업을 하러 갔다.


근데, 칠판에 엄청 큰 글씨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릴레이 마라톤 교주님의 수업시간.”


(ㅡ,ㅡ;;;)


그래. 이 한 몸 망가지는 게 너희들의 즐거움이라면, 열심히 망가져주마.



20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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