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면 죽는다
하늘을 나는 로망을 항공업이라는 특수산업에 근무하며 이루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눈을 돌려 다양한 영역을 살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운송수단을 주축으로 하는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 가고 있네요.
제 글은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집니다. 항공업 경험에서 파생된 '[FLY] 비행기를 삽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겪은 이야기를 '[DRIVE] 자동차를 팝니다', 그리고 찬찬히 걸으며 머릿속에 정제했던 생각을 담은 '[WALK] 생각을 씁니다'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소소하게 풀어 내려합니다
오늘도 퇴근하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 차기 신차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당신이 운전하는 차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매년 시장에 진입하는 수많은 차종은 수년에 걸쳐 다듬고 다듬어져 도출된 브랜드 상품의 정수다. 허투루 만들어지는 차는 없다. (보유 차종이 무엇이든 모두 자부심을 가지셔도 된다)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상품 라이프사이클이 긴 편이라 기획 및 개발 과정 또한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모델의 후속 세대 모델로써 신차가 이어지면서 브랜드별 상품라인업을 갱신하고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준다.
신차 기획 가장 초기 단계는 새로운 모델이 추구해야 하는 콘셉트를 정의 내리는 것이다. 브랜드 내의 모든 밸류체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의 콘셉트, 구심점을 목표로 달려갈 수 있게 말이다. 이 새로운 콘셉트는 브랜드의 지향점, 라인업상 해당모델의 역할을 고려한 전략적 포지셔닝과 잠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 시장 조사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
사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신차가 진입할 세그먼트의 대다수가 원하는, 즉 평균을 타깃 하는 밸런스 포지셔닝을 구축하는 것으로 많은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 연착륙을 위해 취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난한 상품으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기에 추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차별화된 캐릭터가 녹아들어 가야 한다. 즉, 평균도 중요하지만 엣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킥오프날, 본부장님의 짧지만 강렬한 말씀 "평범하면 죽는다."
이것은 협박인가, 지침인가.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 박사는 평균주의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개개인성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균으로 표현되는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이 변화하면서 정규 분포로 상징되는 기존의 대중 시장이 흔들리고 차별화와 다양성이 필요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분포도의 중앙에 있다는 것, 완벽한 대칭에 위치한다는 것은 안정감을 부여하지만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말은 흥미롭게도 우리가 사는 우주와도 맞닿아 있다. 빅뱅의 순간 우주는 빈 공간에서 물질을 만들어낼 만큼 엄청난 에너지로 가득했다. 이를 쌍생성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에서 물질은 반물질과 함께 동시에 태어나고, 이 둘은 마치 대차대조표에서 +100만 원과 -100만 원처럼 밸런스를 맞춰 동시에 만나 사라지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사라져만 버리면 우주에는 물질이 없어야 맞는 말이나 묘하게도 쌍생성으로 만들어진 물질의 양이 반물질보다 10억 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되어 물질이 생기고, 지금의 우주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알 수 없는 비대칭이,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들었다. (김상욱, 떨림과 울림)
아... 본부장님은 도대체 어디까지 꿰뚫고 있는 겁니까.
밸런스를 추구하되 아주 적절한 엣지, 어쩌면 삐딱함이 시장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묘수가 되는 것이다. 극단으로 가는 순간 다수의 소비층이 이탈하여 타겟층이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 너무 이상적인 콘셉트는 종이로만 남고 현실화되지 못한다. 평균과 너무 멀어져도 가까워져서도 안된다. 누가 그랬던가, 신제품은 두발자국 앞이 아닌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반발자국 앞을 가야한다고. 회사의 자산, 엔지니어링 가용 관점과 가격 포지셔닝을 통한 판매 예측, 미래 전략 방향성과 부합까지, 그 스윗스팟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신차 콘셉트의 몫이다.
그러고보니 모든 것이 정규분포 중앙에 있는 사람도 좋지만 때에 따라 평범함에서 미세하게 벗어나 있는 사람이 종종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