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랜딩기어
하늘을 나는 로망을 항공업이라는 특수산업에 근무하며 이루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눈을 돌려 다양한 영역을 살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운송수단을 주축으로 하는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 가고 있네요.
제 글은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집니다. 항공업 경험에서 파생된 '[FLY] 비행기를 삽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겪은 이야기를 '[DRIVE] 자동차를 팝니다', 그리고 찬찬히 걸으며 머릿속에 정제했던 생각을 담은 '[WALK] 생각을 씁니다'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소소하게 풀어 내려 합니다.
공항에서 넓은 창을 통해 항공기를 바라보는 기억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쫙 펼쳐진 멋진 날개와 유선형으로 빠진 긴 본체는 모두를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비행기를 매일 보았던 나 또한 그렇다.
시애틀에서 보잉으로부터 B777-300er을 인수해 오던 날이었다. 이 날따라 더욱 뭉클한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 200번째 도입 보잉 항공기라는 특별함 때문일까(굉장히 기념비적인 이벤트임에도 코로나 시국으로 이 기체는 200th라는 랩핑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인수 시점에 문제없이 잔금처리가 완료되어서일까(워낙 큰 금액들이 오고 가다 보니 끝자리 하나에, 계약 시점 하나에 예민해진다), 아니면 이 무거운 친구를 보고 있자니 내가 짊어진 무게가 생각나서일까.
이렇게 육중한 기체를 보고 있으면 하늘을 나는 것도 신기하다만, 지상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더욱 기특하다. 이 큰 몸집을 받치고 있는 것이라곤 짧은 다리와 작디 못해 귀여워 보이는 바퀴들뿐이다. 이를 '랜딩기어'라고 하는데, 적게는 총 타이어 6개(B737)부터 총 타이어 22개(A380)가 동체 앞쪽(노즈랜딩기어)과 기체 중심 뒤쪽 좌우(메인랜딩기어)에 나눠 위치해 있다.
이 다리와 바퀴들은 거대한 기체의 하중을 지지하며 지상의 이동을 돕고 착륙 시 하중을 완충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지면과 '쾅'하며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텐데, 이때가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으며 충격을 흡수하는 순간이다. (랜딩기어가 오작동이라도 한다면? 상상을 하지 말자)
항공기뿐이겠는가, 누구에게나 랜딩기어가 필요하다. 나에게 신체적인 랜딩기어인 다리와 발이 있지만, 그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단연코 진정한 나의 랜딩기어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무겁게 들고 있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함께 견뎌주고,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때마다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나의 랜딩기어. 덕분에 일상에서 쌓인 체증을 날리고 충격을 흡수하고, 그리하여 일상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 한국으로의 첫 비행을 앞둔 B777-300er을 바라보며, 나도 나의 랜딩기어들에게 그들의 랜딩기어가 되어주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참, 항공기가 장기주기할 때에는 위치를 정기적으로 환기시켜줘야 한다. 기체 하중이 랜딩기어의 특정 타이어에 장기간 쏠리면 필연적 문제가 생기므로. 인간관계 또한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