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시포스
하늘을 나는 로망을 항공업이라는 특수산업에 근무하며 이루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눈을 돌려 다양한 영역을 살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운송수단을 주축으로 하는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 가고 있네요.
제 글은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집니다. 항공업 경험에서 파생된 '[FLY] 비행기를 삽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겪은 이야기를 '[DRIVE] 자동차를 팝니다', 그리고 찬찬히 걸으며 머릿속에 정제했던 생각을 담은 '[WALK] 생각을 씁니다'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소소하게 풀어 내려합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다시 밀려나가길 반복한다. 한 여자 서퍼도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갔다가 밀려 들어오길 반복한다. 강원도 해변을 천천히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신의 노여움을 사, 언덕 위로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올리고 굴러내려오면 다시 올려놓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이 끝나지 않는 고통이 신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마치 우리의 인생 같다고 생각해 왔다. 매일을 출근하여 지난한 업무 끝에 퇴근하고 다시 반복하는 끊임없는 일상. 로빈슨 크루소에 표현되었듯 일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일하는 슬픔의 쳇바퀴를 돌리는, 그리하여 매일의 양식이 노곤한 삶의 유일한 목적이고, 노곤한 인생 속에서만 매일의 양식이 얻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카뮈는 '누군가는 행복한 시시포스를 그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시지프스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 평생 같은 일을 반복하는 오늘날의 노동자를 포함해 이 운명은 더 이상 부조리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 운명은 자신의 것이고 그 바위 역시 그의 것이라고. 인간은 끝나지 않는 고통에 자살하지 않고 다시 바위를 들어 올릴 것이다. 거기에 인간 실존의 위대함이 있다고 봤다.
여자는 서핑을 하기 위해서 보드를 밀고 올라타서 양손으로 저어가며 바다 안쪽으로 이동한다. 곧 파도가 밀려 오지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보드와 함께 다시 해변으로 밀려 돌아온다. 툭툭 털고 바다에 몸을 깊숙이 담그더니 다시 보드를 밀고 들어간다. 다시 파도에 밀려 나온다. 그렇게 긴 시간 서핑과 파도는 반복됐다. 끝없는 반복 속에도 아이러니하게 여자의 표정은 생기가 넘치고 행복해 보인다.
카뮈, 제가 지금 그 행복한 시시포스를 강원도에서 발견한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내 주위에 행복한 시시포스가 꽤 있다. 회사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사람들, 매일 아침 힘찬 목소리로 음료를 건네주는 커피숍 직원,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사람들, 나와 함께 보내는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매일 즐거워하는 가족도. 실존주의가 말하듯 내가 소유한 모든 것과 궁극적 존재의 여부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만들어가는 선택의 총체이다. 요즘 같은 때는, 나의 선택인 일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아, 내일은 좀 다르게 일어나 봐야겠다. 끊임없는 돌을 굴리더라도 그 정상에서 경치 구경도 하고 땅에 핀 들꽃도 보는 행복한 시시포스의 삶을 추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