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A 선배가 서울로 올라간다고요?"
A 선배를 만난 건 지역으로 내려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습니다. 모 대학교에 있던 교내 분쟁을 취재하는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그 때 저는 또래의 지역 기자들과 어울려 다녔는데, 저희완 다르게 머리가 희끗희끗한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부모님 또래였죠. 아무튼 지역 사건기자를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보였습니다. '저 정도 연차면 데스크급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A 선배는 서울에서 지역으로 갑작스레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서울과 지역 인사를 함께 내는 언론사에서 지역 발령은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서울에서는 알 수 없을 지역 생활을 경험해보라는 취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역 발령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합니다.
본사의 경영진에게 밉보인 기자가 난데없이 저 멀리 연고조차 없는 지역으로 인사 발령을 받는 식이죠. 물론 저의 지역 발령은 의무 근무 차원에서 이뤄진 순수한 것입니다.:)
"그냥.. 회사에서 이렇게 인사를 내던데. 허허"
지역 발령 이유를 묻는 제게 그 선배는 그냥 허허 거릴 뿐이었죠. 그 선배가 회사의 부당한 인사 명령으로 쫓겨나다시피 이 곳으로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선배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으니 저도 더 묻지는 않았습니다.
A 선배는 퇴직을 몇 해 남겨놓은 시점이었지만 업무에 늘 충실했습니다. 한 번은 서울 정치판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 저희 지역의 구석으로 내려가 숨어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선배는 홀로 그 지역까지 운전해 가서는 기어코 인터뷰를 성사시키기도 했죠. 저는 근처에 가서 훝어보다가 말았는데 말이죠. 저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수습기자 못지않게 움직이는 모습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더군요.
그랬던 선배가 갑자기 서울 발령을 받았다는 겁니다. 인사를 나눈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소문으로는 선배 회사의 내부 문제가 해결돼 근신성(?) 지역 발령이 풀렸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선배 다음에 또 봐요, 그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헤어진 A 선배는 몇 년 뒤 깜짝 놀랄 관계로 저랑 재회하게 되는데요. 그 이야기는 추후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