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기자야,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소방서 관계자들과의 점심 자리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자리한 지역 신문기자 2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물어봅니다. 나이도 저와 비슷해서 친하게 지내는 기자입니다.
그.. 혹시 시골기자 회사는 시간외수당이 있어?
예? 시간외수당이야 당연히 있죠. 추가근무한 만큼 신청해서 받아요.
저는 자신있게 답변했습니다. 설마 시간외수당을 안 주는 회사도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죠. 그런데 제 답변을 듣는 지역 기자의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혹시.. 시간외수당이 없어요?
지역에는 지역 언론이 있습니다. 부산처럼 큰 지역은 부산일보처럼 유명한 회사도 있고요. 다른 지역들도 작게는 3~4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언론사들이 있는데요.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경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만난 지역 신문 기자들은 뛰어났습니다. 취재원도 많았고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빨리 정보를 취재했죠. 그런데 삶을 들어보면 항상 빠듯했습니다. 우선 급여 자체도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요. 제가 들은 연봉은 당시 최저 임금을 갓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무리 기자라는 신념이 있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하는 건데, 그 부분에서 고민하는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질문한 기자는 시간외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급여 체계를 정확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시간외수당 자체를 생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를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벌어집니다. 저와 친하게 지냈던 O 기자도 그렇습니다. 제가 항상 '어떻게 저렇게 취재원이 많고 정보를 빨리 알지?' 라며 감탄할 정도로 기자로서 뛰어난 친구였죠. 그런데 어느 날 기자를 그만두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하는 겁니다. 깜짝 놀라는 저에게 O 는 말했습니다.
그냥.. 재미가 없네.
주택담보대출을 매월 상환하고 토끼같은 두 아이를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에 O는 고민했다고 합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저도 뭐라고 해줄 말이 없더군요. 그렇게 누구보다 뛰어났던 O 기자는 떠났습니다.
기자를 아예 그만두지 않는다면, 이직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보통 신문사보다 급여가 여유로운 방송사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지역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보루, 지역 언론 활성화가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