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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기자 Oct 20. 2021

구세주 공보계장


"시골기자야, 이번 추석 때 차례 지내는 가족 인터뷰해보는 건 어떨까?"
"아 예, 그정도야..알겠습니다."
"응 근데 그냥 3대가 한 데 모여서 지내는 가족으로 하자"
"예??"
"특히 외지에 사는 아들 손자 세대가 찾아와서 차례 지내는 사례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
"...."


기사를 쓸 때 가장 품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섭외'입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명절에 맞춰 내보내는 기사의 경우 얼마나 적절한 인터뷰이를 찾아내는지에 기사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섭외는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습니다.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인터뷰 해달라고 해봐야 돌아오는 건 '죄송합니다' 뿐이죠. 


적절한 인물을 찾고 전화를 걸어 의사를 타진하고, 적절한 '밀당(?)' 끝에 오케이를 받아내고도 불안합니다. 인터뷰 직전에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심지어 인터뷰 후에도 '기사 내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싶은거겠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런 일이죠.


아무튼 이번에 서울 본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색 인터뷰를 주문했습니다. 추석에 맞춰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 제가 담당하는 지역에서는 3대 가족 인터뷰를 해보라는 겁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인터뷰 지시가 가장 난감합니다. 특히 저처럼 외지인의 입장에선 더욱 막막하기만 하죠.


이럴 때 '빛'이 되는 존재가 바로 군청 공보계장님들입니다. 


공보계장은 군청 내 공보계를 맡고 있는 팀장 역할의 선임 공무원입니다. 통상 외부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죠. 


여러분이 한 지역의 군수라면 지역 언론과 소통을 담당하는 '공보계장'을 아무에게나 맡기진 않을 겁니다. 괜히 언론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 귀찮을 뿐이니까요 ;. 


그래서 공보계장들은 대부분 소통이 원만하고 특히 지역 토박이들입니다. 지역 언론을 상대해야 하니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토박이들을 주로 선발하고, 그래서 '마당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같은 외지 출신 기자들에게 공보계장님들이 '구세주'인 이유입니다.


"계장님, 시골기자인데요.. 이러저러한 사연이 있는데 혹시 섭외 좀 가능할까요?"
"쉽지 않겠는데 ㅎㅎ 한 번 알아볼게요"


아마 공보계장님도 이런 부탁 전화가 귀찮을 겁니다 ㅜㅜ 그래도 지역 소식을 알릴 수 있으니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부탁을 하고나면 기사를 쓸 때 아무래도 더 신경쓰게 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요?


오전에 제 부탁을 받은 공보계장님은 오후께 답변을 보내왔고, 저는 무사히 추석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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