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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기자 Oct 24. 2021

이장님, 우리 이장님


조용한가 싶더니 갑자기 우박입니다. 성인 손가락 만한 우박이 한 시간 전부터 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비오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있어서 몰랐는데 제보 전화가 쏟아지며 알게 됐습니다. 


"시골기자야, 오늘 이걸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팀장이 주문합니다. 예상했던대로입니다. '갑자기 쏟아진 우박에 농가 피해' 이런 식의 뉴스가 만들어지겠죠. 중요한 건 역시나 인터뷰이를 찾는 일입니다. 


우박이 쏟아졌고 한 해 농사 망쳤으니 인터뷰하겠다는 사람 줄 잇겠는데? 하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우박이 여기저기 옮겨가며 내린데다 정확히 얼마나 피해를 줬는지도 미지수고, 더 나아가 인터뷰하겠다는 농민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뉴스를 만들기까지 서너 시간 남았는데 인터뷰이 찾기는 더욱 마음을 초조하게 합니다.


이럴 때 연락할 건 한 사람, 이장님 뿐입니다. 


예, 시골 마을에 한 분씩 계시는 그 이장님 맞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A 지역을 취재하러 간다고 했을 때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 지역을 가장 구석구석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동네 이장님입니다. 


"이장님, 시골기자인데요. 혹시 여기 우박 피해 입었을 만한 분 안계실까요?"
"어.. 저짝(?) 사는 어르신이 있을건데. 기다려 봐요, 내 물어보고 연락해줄게"


지난달에는 다른 곳에서 생면부지 사람을 찾는데 이장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데 B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밖에 확인이 안 된 겁니다. 혹시 하고 이장님께 물어보니 '얼마 전 이사 온 그 사람 같다'며 힌트를 줬습니다. 결국 만날 수 있었죠.


결국 저는 우박 뉴스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답니다. 이 정도면 '우리 이장님' 할 만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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