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저희가 공동육아 센터를 시작했는데 취재를 와주실 수 있을까요?"
지역 공보계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 야심차게 신사업으로 '공동육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취재를 와달라는 겁니다.
기자가 취재를 나갈 때는 기자가 직접 아이템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아이템을 제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자주 취재 요청이 오는 편입니다.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했으니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신사업이 소개된다면 향후 예산을 추가 배정할 때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홍보성 내용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응하는 편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외부에 알릴 길이 없는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부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에 취재 요청이 들어온 건 일종의 동네 이야기방입니다.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에 사는 분들은 얼핏 '겨우 저 정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그냥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도 되는거잖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역 육아 현실이 참 녹록치 않습니다. 이번에 연락이 온 지자체는 면적이 1,464km²(4억4,286만 평) 가량으로 서울 강동구(24.59km², 743만 평)의 60배 가량 됩니다. 서울시 면적(605.2km²)보다도 배 이상 크지요. 실로 어마어마한 면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넓은 땅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인구가 4만 명 가량입니다. 서울 강동구(46만 명)의 11분의 1 가량이고, 서울시(977만 명)의 244분의 1에 불과합니다.
면적은 넓은데 거주하는 인구는 쥐꼬리만 합니다. 더군다나 지역은 출생인구도 적어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 중입니다. 한 마디로 '아이'보는 게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동네에 또래 아이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려면 최소 1시간 이상 나가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동육아 센터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입니다. 만나기 힘든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공동육아 센터를 가보니 마치 어린이집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4평 정도의 공간은 각종 아이들 장난감으로 차 있었고, 5가구가 모여 있었죠.
"아이도 친구를 만나서 좋고, 저도 비슷하게 육아하는 다른 아기엄마들을 만나서 좋아요"
"예, 여기까지 오는데는 얼마나 걸렸나요?"
"1시간 20분 걸렸어요"
예, 맞습니다. 1시간 20분, 왕복 2시간 40분 걸려서라도 이동해서 다른 육아 친구를 만나고 싶은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볼 수 없으니까요.
지역의 고령화는 심각하게 진행 중이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만난 육아 현실에서 그 원인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