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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Yeo Oct 11. 2024

프롤로그

오늘은 내 서른 번째 생일날이므로.

오늘이 오고야 말았다. 

오늘로부터 나의 삶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오늘은 내 서른 번째 생일날이므로.



“안녕하세요~ 미래복지센터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백설님 맞으실까요~?”
전화기를 들고 채 뭐라 하기도 전에 밝고 또박또박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맞습니다.”

“확인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부로 서른이 되셨잖아요~”
“네, 맞아요.”

“네네, 혹시 아직 서류상 변경하지 못하신 신상 정보가 있으실까요?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여기서 말하는 신상 정보는 둘 중 하나다. 

작년에 전화를 받은 이후 결혼을 했는가. 

아이를 가졌는가. 

가졌다면 몇을 가졌는가. 

안타깝게도 나에게 전화기 너머의 여인이 바라는 변화는 없다.




12월의 시작인 날인만큼 날씨가 추웠다.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는 것으로 모자라 나는 목도리에 얼굴을 거의 파묻고 지하철역을 향했다. 

찬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금요일 밤을 맞이하는 연인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워 보였다. 

나의 생일이 돌아왔다는 것은 사람들이, 

특히 연인들이 크리스마스로 들뜨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달이 오고 말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찬밥 신세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만난 적도 없는 예수의 탄생을 이리 축복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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