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없는 날의 점심 풍경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아이들이 급식을 먹지 않고 오는 날이다. 약속대로 횟밥을 포장해 오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했다. 요가를 끝내고 집에 가서 식당까지 도착하면 12시. 포장하는 시간 약 7분? 집에 돌아오면 12시 20분이 되겠구나. 플라스틱 용기를 덜 쓰겠다는 생각에 모아 둔 엽떡 용기를 가져갔는데, 올곧은 사장님은 다 닦이지 않은 붉은색 고추장 잔여가 마음이 들지 않으셨나 보다. 식당에서 쓰는 새 플라스틱 용기에다 말없이 음식을 넣어 주셨다. 맘 잡고 환경 생각한다고 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볍게 횟감 썰리듯 그 마음 잘리고 보니 허무하다.
집에 돌아와 커다란 냉면 사발에 밥과 포장한 횟밥 야채를 얹는다. 꽤 많다. 한 사발에 공깃밥 2인분씩이 들어가서 더 많아진 것도 같다. 외할머니표 들기름 한 숟갈을 추가해 고소함을 더한다. 채 썬 조미김으로 마무리. 완벽해. 아이들은 3분 간격으로 들어온다. 다들 일찍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과 점심 먹고 만나기로 약속했는지, 서둘러 먹는다.
어느새 뚝딱! 산처럼 쌓인 횟밥이 아이들 배 속으로 이사를 다 했다. 아이들 돌아오는 시간 맞춰 요가 끝나고 옷 갈아입는 시간에 가고 오는 시간 분 단위로 계산해 머리를 굴린 엄마의 성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 남기고 각자의 세계로 들어간다. 준은 얼른 양치하고 친구들이 기다리는 놀이터 피구 게임 속으로 뛰어들고, 봉이는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친구를 만난다. 이것저것 음식 담을 용기 챙기고, 아이들보다 집에 일찍 도착해 상차림해 놓으려고 종종거린 나의 땀방울들이 쏙 들어갔다. 두 차례 회전을 끝내고 마지막 점심 장사 손님을 내보낸 뒤 휴, 한숨을 내보내는 식당 주인 같다.
밥이 뭔지. 끼니 때 제대로 된 한 끼를 차려 주고 “진짜, 맛있다” 소리와 함께 엄지 척 사인을 받으면 힘든 줄 하나도 모르겠다. 먹으면서 아무 소리 없으면 먹는 모습 빤히 쳐다보면서 “맛있어?” 하고 물어본다. “잘 먹었습니다” 소리 나오기 전에 “잘 먹었어?” 하고 진심으로 잘 먹었는지가 궁금해 묻는다. 풀이 죽어 있으면 배고파 그런 것 같고, 따뜻한 밥 한 끼로 생기를 찾아주고 싶은 마음.
아이들 젖 뗀 지 언제고, 이유식 떠 먹여 준 지 언제이며, 숟가락으로 자기 밥 떠먹기 시작한지 언제인가. 자기 밥 스스로 먹으면 이제 할 일 하나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무슨 메뉴로 오늘 점심을 먹을까, 저녁엔 무슨 반찬 하나 머리로 고민하고 손과 발이 움직인다. 다 커도 여전히 차려 준 밥 먹는 모습 쳐다보는 건 수고로움을 보람으로 만드는 기쁨이다.
해맑게 웃으며 엄마에게 달려오는 작은 아이로만 있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부모보다 친구를, 엄마가 해 준 샌드위치보다 버거킹 가는 걸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한 끼 밥에 담긴 부모의 사랑은 여전히 자식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게 직접 한 것이든 사다 준 것이든 말이다. 내 부모에게 받은 마음을 내가 느끼듯,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지금이 사춘기이든 아니든, 철이 들었든 아니든 여전히 그들은 자식이니까.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든 확인하고픈 아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