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얼터렉티브살롱-동해안다이닝, 강릉

전통주 전문 요리사가 선보이는 철학 담긴 One-Table

by 김고로

이쁜 여자와 단골 태국 음식점에서 한 끼를 간단하게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원래는 손발톱 관리점이 있었던 곳인데 한순간에 없어지고 통유리에 알록달록한 조명과 다양한 술병들로 가게를 꾸민 식당처럼 생긴 주점이 생겨 있었다.


겉에는 '무료 시음합니다'라고 유리창에 붙어있고 다양한 술병들이 있기에 미식을 좋아하는 나와 이쁜 여자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홀린 듯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구경만 말고 들어오셔요, 한잔 하고 가세요."


덥수룩한 수염과 멀끔한 펌 머리를 자랑하시는 체격 좋으신 사장님께서 우리를 발견하시고는 먼저 문을 열어주셨다.


"오, 들어가서 한잔해도 되는 거예요?"


"그럼요, 이번 주 무료 시음 술 드시고 가셔요."


우리 동네 주변에 새롭게 주점 겸 1인 식당을 차린 사장님은 알고 보니 한국 전통주 분야에서는 많은 대회의 심사위원을 하실 정도의 한주(韓酒) 전문가셨고 다른 식당에서 요리사를 하셨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음식과 술에 대해서는 어디서 뒤쳐질만한 분은 아닐 정도의 주인장이셨다. 나도 미식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파인 다이닝 및 한주 전문점 '얼터렉티브살롱(Alteractive Salon)-동해안 다이닝'의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계속 이어가며 좋은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야 워낙 나보다 미식에 대해서 더 잘 아시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며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 매우 대단한 사람이다.


가게가 7월에 개점을 한 이후 나는 그곳에 1달에 1번 정도 방문을 하며 사장님께 우리가 지불한 가격보다 더 푸짐하고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대접받았는데 얼터렉티브살롱-동해안다이닝에서 나와 이쁜 여자가 함께 즐겼던 미식의 순간을 공유하고 싶기에 이렇게 글을 남겨보는 바이다.


1인 운영의 원 테이블 식당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나는 얼터렉티브살롱에서 식사를 위해서 거의 4,5일 전에는 미리 예약을 잡는다. 메뉴가 고정적인 곳이 아니라 손님의 재료 및 식사 선호도에 맞추어 요리와 술을 짝 지어 주시는 곳이기 때문에 사장님께도 우리에게 훌륭한 식사 제공을 위한 충분한 고민과 선택의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 일부러 오래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식사 때에는 동남아 향신료가 가미된 해산물 요리 코스를 대접받았고, 두 번째 식사에서는 (우리의 향신료 사랑을 적용하신) 문어 한 마리 코스를 대접받았다.


내가 얼터렉티브살롱-동해안다이닝의 주기적 방문을 사랑하는 이유는 지역의 제철 재료들을 셰프님의 철학에 의해 가공된 음식으로 다양하게, 나와 이쁜 여자의 미식 선호도에 맞추어 맛볼 수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손님의 선호도에 맞춘 식사는 꼭 우리가 아닌 다른 손님에게도 적용된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라. 굉장히 고급진 식당이 아니라, 굉장히 요리를 잘하는 동네 형님 집에 놀러 와서 대접받고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다 가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내가 얼터렉티브살롱-동해안다이닝에서 즐겁게 먹은 요리들을 소개하고 싶다.


환영의 음료 - 레몬청주



전채요리



파프리카에 올리고 청귤 드레싱을 끼얹은 상추방풍나물 샐러드, 상큼하고 달콤한 청귤이 시큼한 맛도 나면서 방풍 특유의 향 그리고 상추의 아삭함에 함께 어울리고 파프리카 접시까지 함께 부드럽게 씹어먹을 수 있어 혀를 시큼하고 즐겁게 하는 첫 요리였다.


문어 한 마리 코스의 첫 요리였던 청귤 드레싱을 끼얹은 피문어 샐러드. 동해안에서 갓 잡힌 피문어 1마리를 살짝 데쳐서 샐러드에 올리고 부추와 양상추, 파프리카로 구성하여 달콤하고 상큼한 청귤 드레싱으로 마무리. 아삭아삭한 채소들이 서로의 맛을 주장하는 가운데 쫄깃하고 탱글 거리는 문어살이 식감의 균형을 잡아주고 달콤하고 시큼하게, 깔끔한 맛으로 끝마침. 데쳐진 피문어의 살과 아삭 거리는 채소들의 식감에 달콤한 맛이 더해지니 지루할 틈 없이 그릇을 비워버렸다.




리프레셔(refresher)



무거운 요리 중간에 등장했던 입맛을 초기화시키기 위한 요리, 주문진 시장에서 가져온 방어살을 간장과 식초로 초절임 하여 내놓으신 요리였다. 부드럽고 쫀득거리는 방어살이 시큼해서 눈이 번쩍 뜨이는 와중에 함께 곁들여진 파의 부드럽고 매운맛이 방어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생선회로 초절임을 한 것은 처음 먹어본 필자인데, 적은 양으로 혀를 깨워주니 다음 코스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게 해 준 음식이었다.




메인 전 중간 요리


문어 한 마리 코스에서 피문어 샐러드 이후에 곧장 배를 살짝 채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 고추장 벨루떼 소스를 얹은 문어묵과 으깬 감자, 찰옥수수, 방풍 마요네즈샐러드. 문어묵은 관자와 새우도 함께 으깨서 들어가 있는 문어묵이었는데 문어, 관자, 새우살이 함께 으깨져서 들어간 고소하고 진한 해물맛과 부드럽지만 어느 정도 단단한 식감, 거기에 달착지근하면서 무겁지 않은 고추장 벨루떼 소스가 얹어지니 달착지근하면서 진하고 고소한 해물맛이 훌륭했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으깨지는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독특하게 상쾌한 향미를 더하는 방풍이 고소하고 부드럽게 마요네즈에 버무려져서 문어묵과 고추장 벨루떼 소스를 함께 먹으니 적어도 내가 여태껏 먹어본 으깬감자샐러드와 어묵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고 얘기하겠다. 특히나 입안에서 터지면서 단단하게 끈적거리는 찰옥수수와 부드러운 다른 재료들, 거기에 고소하고 진득한 맛의 문어묵과 지루한 맛을 깨우는 고추장 벨루떼의 달착지근하고 매콤한 그 맛에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내었다.



메인 요리



동남아 향신료를 곁들이고 타마린으로 단맛을 낸 새우 관자 가람마살라와 맥주로 발효시킨 난. 타마린 특유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들어와서는 뭉근하고 고소하게 해물과 마살라 가루의 다양한 향신료의 맛이 혀를 감싼다. 거기에 입에서 으적거리면서 씹히는 새우와 관자, 그리고 지역에서 수확된 채소들의 식감은 덤. 두툼하고 쫄깃하게 구워진 난은 싱겁지만 구수한 향을 내면서 마살라에 찍어 먹거나 재료들을 포근하게 싸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단순하게 설탕스러운 단맛이 아닌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타마린의 감미와 마살라, 그리고 해물과 채소의 식감이 잘 어우러진 음식이었다.


동남아 방식으로 끓여낸 문어 해신탕과 칼국수. 문어 한 마리 코스의 메인으로 나온 음식이었는데, 사장님께서 근처 농협마트에서 구매하신 박을 무대신 썰어 넣은 가슴 시원한 맛과 진하고 고소한 문어의 해물맛이 술이 매우 약한 나로 하여금 막걸리를 들이키듯이 마시게 만들었다. 박 조각들은 뭉근하고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박 특유의 속시원한 맛을 주고 국물에도 그 맛이 문어와 다른 해물들의 맛과 함께 어우러지니 바닷바람을 맞는 듯한 그 시원함과 얼큰함이란. 거기에 사장님께서 주신 넓적한 칼국수 사리를 말아먹으니 꼬독꼬독하면서 매끄러운 생면이 문어와 박으로 우러난 시원한 바다 육수에 어우러져 숟가락과 입이 계속 움직여서 국물과 국수를 퍼먹었다. 실제로 이쁜 여자와 나는 이 문어해신탕을 거의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그리고 해신탕과 오미자막걸리를 무지하게 입으로 들이붓는 바람에 나는 꾸벅꾸벅 졸 정도로 취해버렸다. 인사불성 정도는 아니었지만 디저트를 먹고 나서 물을 몇 컵씩 먹으며 조금 회복을 하고서 집에 갔어야 할 정도로, 이 문어해신탕은 바다에서 튀어나온 시원한 요물이다.



디저트와 술


생강쿠키, 로코코의 사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생강쿠키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조연일 뿐이다, 이 디저트의 주연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묻혀 보이지 않고 있는 로코코의 사과.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에 의해 태어난 이 사과 디저트는 오향과 설탕 등에 버무려진 조각난 사과인데, 아이스크림과 생강쿠키를 함께 으깨서 입으로 넣으면 사과의 달콤함과 새콤함으로 첫맛, 사과의 달콤함에 숨겨져 있던 향긋한 오향이 코와 뇌로 넘어오는 듯하면서 얼굴을 감싸는 중간맛, 그리고 부드러운 우유맛과 생강쿠키의 바삭거리는 식감으로 끝을 낸다. 로코코의 사과는 지금도 그 향긋하고 달콤한 맛이 생각날 정도로 한 입 먹으면 얼굴 전체에 그 향신료의 맛과 달콤함이 향기처럼 퍼지는 느낌이다. 10대였던 시절, 처음 사과의 달콤함을 진정 경험했던, 친구 어머니가 해주셨던 애플 크럼블의 그 다정함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통후추가 올라간 바닐라아이스크림, 복숭아 시럽을 끼얹은 설탕에 절인 수세미. 집에서도 실제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세미의 어린 과실이 부드럽게 디저트로 올라오니 기분이 묘했다. 복숭아 향이 향긋하게 올라오면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묻혀 잘근잘근 씹히는 재밌는 식감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는데 사장님께서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수세미인줄도 몰랐을 것이다.


이화주

고려시대 때부터 한반도에 존재했던 디저트 술. 떠먹는 진득한 요거트와 같은 식감에 맛은 막걸리와 같으며 도수가 있는 술이기 때문에 술에 약한 나는 맘 놓고 즐길 수는 없는 술이었다. 하지만 한 숟가락 정도는 먹을 수 있었는데, 이 끈적거리는 식감과 독특한 막걸리의 맛은 좋은 경험이었다.


박청주

사장님께서 박을 청으로 담아 만든 술. 시원하면서 달콤하다, 나는 커다란 얼음을 넣어서 온 더 락(on the rock)으로 즐겼는데 박 특유의 시원한 맛이 청으로 달달하니 술이 아닌 것처럼 금방 들이켜버렸다. 내가 마시기에도 도수가 높지 않아서 누구나 가볍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반주보다는 디저트술처럼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싶다, 달콤하고 시원하니까.



얼터렉티브살롱-동해안다이닝은 어떠한 음식이 맛있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내가 감히 얘기할 수가 없다. 사장님께서 다양한 요리를 제공할 수 있고 그리고 기대 이상의 요리를 손님의 선호도에 맞추어 제공해 주시기 때문에. 제철 재료를 사용하시며 본인의 철학을 담아 요리를 하시는 사장님의 음식은 언제나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가을에는 어떠한 음식을 하실까 곧 확인해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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