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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훈 Feb 08. 2024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림책 공모전 수상과 그 후


  '안녕하세요!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창작 그림책 공모전 운영사무국입니다.'


  그림책 공모전 결과 발표일 저녁이 다되어가는 시점, 불현듯 문자메시지가 띠링하며 울렸다. 잠시 밖에 나왔던 나는 문자메시지 하단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 모른 채,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집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공모전의 결과발표. 밖에서 확인하는 것보다는 내 공간, 내가 작업했던 나만의 안식처에서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끝없는 기다림


  너무 혼신을 다하여 그림책 작업에 몰두했던 탓일까? 머릿속의 모든 신경이 창작에 집중돼 있었던 나는 모처럼 찾아온 휴식을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감일을 코 앞에 두고 벼락치기를 하는 작가의 심정 또한 백 번 천 번 이해가 되었다. 내가 그토록 집중했던 두 달간의 루틴은 일정하게, 매일 창작으로 가득 찼었기 때문이다.


  아침 -> 작업 -> 점심 -> 작업 -> 공원 산책 -> 작업 -> 잠

  

  일어나면 바로 스케치 작업과 채색을 시작해야 하니,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다음 장면을 즉흥적으로 구상할 정도로 모든 것들이 그림책 창작 작업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니 이런 과정이 끝났을지라도 여운이 남아있을 터.


  공모전 발표일은 6월 30일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그 사이 완성된 pdf파일을 흐뭇하게 반복하여 보기도 하고 쉬면서 다시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이번 그림책 공모전에 무조건 당선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작업은 했다만, 100%라고는 장담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으므로 그 이후의 공모전 또한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림책 공모전의 장점은 이미 완성된 파일을 다른 공모전에 다시 출품할 있다는 점이다(큰 규모의 공모전 중에서는 허용되지 않기도 하였다). 결과는 기다리되 너무 자만하지는 말자. 너무 기대하지도 말자.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히 잘했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다 어느덧 공모전 발표일이 다가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결과 발표 당일에 발표 일정이 갑작스럽게 1주일 뒤로 늦춰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라고 생각하면서 공모전 홈페이지 게시판을 들어가 보니, 이미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추후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시기 아이들나라 본사 사무실 이전으로 인해 여러 스케줄이 꼬여버린 것 같았다.


  막상 긴장하며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 맥이 확 빠진 기분이었다. 일주일이면 이제 7월이 되는 시점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여정이 참 멀게만 느껴지는구나.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선정하길래 이렇게 결과 발표가 길어지는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국 공모전 발표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와,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그림책 공모전의 2차 결과 발표일이 되었다. 설마 다시 또 발표 날짜가 번복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애꿎은 휴대폰만 계속 바라봤다. 평소 집에서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휴대폰은 무조건 무음모드로 해놓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다. 덕분에 전화가 울릴 때마다 엄청난 심장의 요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전화라는 게 죄다 스팸인 걸 보면 일부러 나한테 전화를 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가 점점 마무리되는 오후 5시가 넘어서도 휴대폰에도, 공모전 홈페이지에도 아무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금요일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오늘 결과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주로 밀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나는 집 안에만 계속 있으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전환 겸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밖에 나와 길을 거닐던 순간, 전화는 아니었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문자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드디어 결과 발표가 나왔구나.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문자메시지를 눌렀다. 맨 위에는 '안녕하세요!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창작 그림책 공모전 운영사무국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이 메시지 아래로 향하였다.




<빨리빨리 레스토랑의 비밀> 작품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천장을 바라보며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되다니. 마치 트루먼쇼처럼 이 세상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자취방에서 "만세!"라고 큰 소리가 절로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이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다. 말도 안 돼. 그림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데? 이게 처음으로 준비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공모전 수상자로 선정되니 불신이 들 정도로 내 스펙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수많은 그림책작가 지망생들이 매일같이 원고를 투고하고 끊임없이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들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간절함을 담아 그림책 작업을 하였다. 그런 나의 간절함을 심사위원들께서 알아봐 주신 걸까?




  그 후 시상식을 진행하는 날까지 매일매일은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역시나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감사합니다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게 일상을 보냈다. 그림책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총 10개의 작품을 선정하였고, 수상소감 및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중에서 남자는 나 혼자였다. 더욱이 그림책학교 등 타 기관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도 나 혼자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상 작가분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안면이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 그렇지만 나는 이런 내 모습이 꽤나 멋지게 보였다. 그림책작가를 꿈꾼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기에 작업량으로만 따지면 2개월 만에 완성시킨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수상까지 했으니. 혼자서 독학으로 태블릿과 작업 프로그램을 익히고 스토리와 그림까지 완성시켰으니.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완벽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 나는 이제부터 그림책작가로서 삶을 살아가라는 계시구나!



  학교 다닐 때 개근상 외에 상장이라는 것을 받아 본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참 얼마 만에 받아본 것인지 모르겠다. 함께 제공된 상금보다 값졌던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내 가치관에 대한 확신이랄까? 퇴사를 하고 그림책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진 것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첫 단추가 너무나도 잘 꿰매진만큼 앞으로 어떤 고비가 찾아올지는 모르나, 시상식이 끝난 이 시기만큼은 그저 나 자신에게 뿌듯함과 주변에 대한 감사함을 항상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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