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ay
나의 소망은 직장인 시리즈를 더 이상 쓰지 않는 것이다. 나의 의지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인즉 '퇴사'를 강하게 원하고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난 아직도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 직장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들 자신의 전문 분야로 글을 쓰고 있는데 나는 딱이 전문 분야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나마 잘했던 것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 이었기에 직장 생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다. 하기 싫은 직장생활 그래도 나중에 헛살았다는 생각 들지 않게 이 세월을 통해 깨달은 무언가라도 남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나의 꿈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전문직 아니면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둘 다' 였으면 좋겠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쯤 포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치기 어린 꿈은 아니다. 나에게는 먹고사니즘이 걸려있는 꿈들이다. 20-30대에 꿈을 이룬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러다 또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일찍이 정상에 도달한 저 사람들은 그 후에 어떤 삶을 살까. 꿈을 꾸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열정 넘치는 삶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물론 그들에게 그곳이 아직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커리어를 쌓을 것이다. 결국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하려고 했던 생각일 수도 있다. 아직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산다는 것에 작게나마 의미 부여하기 위해서일수도 있다. 그러다가도 '그래도 일찍 이루는 게 낫지'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소년등과 일불행이라는 말이 있다. 어린 나이 이에 성공하는 것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리 맞지 않는 말 같다. 너무나도 좋은 세상 일찍이 성공해 좋은 것들을 빨리 오래 누릴수록 좋은 것 아니겠는다. 예전에 읽었던 <부의 추월 차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60대에 스포츠카를 타는 것과 20대에 스포츠카를 타는 것은 다르다. 젊은 시절 개처럼 일해 나이 들어 정승처럼 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사고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부자가 빠르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영영 되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 나는 맹목적으로 부자가 되어야지라는 꿈은 없다. 물론 나 역시 한강뷰 아파트가 부럽고 좋은 차가 가지고 싶다. 하지만 내게 그게 우선순위는 아니다. 나에게는 꾸준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한다. 노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는 게 좋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일'을 가지고 싶다. 물론 이것 역시 '부자' 처럼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며 '매일매일 왜 내 인생을 여기서 허비하고 있나' 라는 그릇된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한번 태어난 인생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의 꿈은 여전히 퇴사이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그렇게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중학생 이후로 이 꿈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돈 몇푼에 인생을 판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한다. 그냥 때려치워 버릴까. 어떻게든 되겠지. 아니야.. 매달 나가는 돈은 어떻게 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된 이 고민은 자정이 넘어 잠에 들 때까지 이어진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불난 집에 부채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그만 두자.. 이렇게 살기는 너무 싫어.' 그러다가 또 카드값을 보면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점쟁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당장 퇴사해. 네가 여기 다니는 동안은 넌 노예밖에 안돼. 여기 나가도 먹고 살 거 있으니까 당장 퇴사해. 여긴 너랑 정말 안 맞아' 바보같이 결정할 용기가 없어서 퇴사 고민으로 몇 군데를 다녀봤는데 당장 나가라는 것은 모두 똑같은 대답이었다. 나도 안다. 나랑 너무나도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죽일 놈의 돈 몇 푼 때문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사실 돈 몇 푼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송구스럽다. 그 몇 푼이 내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아주 유명한 말이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느낀 직장이라는 곳은 특히나 더 그렇다. 월급이란 너무나도 안주하기 좋은 유혹이다. 간혹 보면 직장과 자신의 인생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있다. 우선 존경스럽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해. 이게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 누군가에게는 안 좋게 들릴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도 선이 있듯이 회사와 개인의 관계에도 선이 있다. 직장은 개인을 끝까지 책임져줄 수 없다. 사회 구조란 것이 그렇다. 결국 각자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회사 밖에 있건 안에 있건 개인이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이 은퇴 후의 삶을 대비에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은 공평하다. 개인의 시간을 회사에 올인할지 아니면 균형을 잘 맞추어 본인에게 투자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내가 언제쯤 퇴사를 할 수 있게 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간의 흔적들을 남겨두고 싶어서 글을 쓴다. 조금이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위로라도 나눌 수 있다면 나에게도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 길고 길었던 레이스가 곧 끝나길 고대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