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김용련_한국외국어대학교
2024년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밤이 추석을 넘길 정도였으니 그동안 규칙적이었던 사계절의 질서도 점차 변해가는 느낌이다. 울릉도 앞바다의 생태환경이 변하고, 전국적으로 전통 과실의 적정 산지가 점차 북상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훔볼트 빙하가 소멸되면서 아메리카 대륙 국가 중 빙하를 모두 잃은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기후, 환경, 그리고 공동체 위기는 인류와 지구생태계가 직면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위기의 대표적인 영역이다.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국제사회가 제시한 ‘1.5도’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최근 과학계의 연구는 이 목표가 깨지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자연과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및 사회 불평등 확대, 지역소멸, 끊임없는 전쟁 등 사회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위기는 점차 심각해 지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인간중심성(Anthropocentrism)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와 자연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계급적 관계성에 의해 생태계의 순환적 회복력을 넘어선 일방적인 사용, 착취, 지배의 결과로 지구 공멸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공생의 생태계(Ecocentrism)’를 복원하기 위한 생태민주주의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인류와 환경의 일방적 계급성에서 탈피하는 것만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Bookchin 2012).
인간중심적 세계관은 근대적 교육제도에도 여과 없이 투영되었다. 교육 주체들을 소비자와 생산자로 구분하고, 가르침을 서비스로 규정하며, 배움을 도구화하는 데 집중하였다. 이를 위해 교육의 목표와 과정을 표준화하였고, 학습의 결과를 측정 가능한 것으로 제한하였다. 이러한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은 입시와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능적 구성원으로 육성되었다. 반면, 지속가능성 위기의 시대에 요구되는 생태적 감수성, 공감 능력, 공동체 역량,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 등은 부수적 교육활동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태적 교육은 비단 기후나 환경교육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중심성에서 탈피하고, 생태적 시민성을 바탕으로 생태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인류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태민주주의란 사람과 더불어 다른 생태적 존재들이 서로의 권리와 참여를 전제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적 접근이며(구도완, 2018), ‘사람만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사람도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정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태민주주의를 위해서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과 실천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시민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우리 사회는 경쟁에 기반한 능력주의가 우리의 아이들을 더이상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르침을 서비스로 치부하고 배움을 소비자의 권리로 제한하는 교육자본주의 하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후와 환경 그리고 사회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제 교육은 그 목표와 지향을 다음과 같이 전환해야 한다.
첫째, 생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교육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협력과 공유, 상생을 강조한다. 서로를 지원하고 생태적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교육공동체를 구축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
모든 생명의 가치와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인정하고, 자원의 과도한 사용과 환경 파괴를 방지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책임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교육현장의 실천에서부터 정책 수립에 이르기까지 두루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교육
생물학적,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은 공동체와 생태계의 회복력을 강화하며,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한다. 생태계의 다양한 존재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생태 문해력을 강화함으로써, 학습자가 자연과의 책임 있는 상호 작용을 배우고,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째, 능동적 시민과 함께하는 교육
교육 주체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주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은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된다.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생태적 전환은 일부의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의 문제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듯, 미래를 위한 교육체제의 전환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동참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기기 위한 교육에서 잘살기 위한 교육’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에 힘을 실어 주고, 가정과 지역사회가 교육의 책임을 함께 지기 위한 참여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참고문헌
구도완(2018). 생태민주주의. 한티재.
김용련(2023). 생태중심교육 방향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구상. 제2차 서울혁신미래교육포럼 자료집.
김용련(2024). 생태중심교육을 위한 시민 사회계약 제안: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미래교육.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59호.
Bookchin, M(2012).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서유석 옮김. 메이데이.
2024 가을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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