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버리다

[ 1. 계절 다듬기 ]

by 시우경희


여기,

대한민국.



하늘거리는 봄.

억척스러운 여름.

가슴 벅찬 가을.

평온한 겨울.



봄볕의 따사로움에 행복했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과 눈살을 찡그리며 들이마시기 버거운 여름 공기는 지금도 외면하고 싶다.

나부끼는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칼도 아랑곳하지 않던 가을, 그리고 영원하고픈 겨울.

한 계절을 모조리 만끽하기엔 사계절이 순식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계절을 가졌지만 그 계절마다 충분히 머물지 못했다.


이미 와버린 그 계절 속에서 허둥대다 보면 속절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또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힘이 빠진다.

이제는 헉헉 거리며 내쉬는 숨도 가쁘다.



추위가 물러나고 매일 새벽 새소리가 찾아오는 요즘,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지난 계절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대단한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닌데 희끗한 새치가 눈에 띈다.

반갑지 않은 가닥들이 자꾸만 익살맞게 올라온다.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계절을 대신해 마치 꾸지람을 자처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계절에 밀리듯 살아온 건 아닐까.

계절은 그대로이고 내가 변한 것일 텐데 두렵기까지 하다.


지나온 시간이 눈 깜짝할 새였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순삭할 새겠지.


그래서 결심했다. 나만의 계절을 만들기로 했다.

시간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 계절을 버리려 한다.

쫓기듯 바삐 지나가는 계절의 흐름에 휘둘리는 건 이제 신물이 난다.



사계절을 다 품으려 애쓰지 않고 한 계절을 덜어내고 싶다.


대신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는 나만의 계절을 소유하고 천천히 그리고 깊게 향유하며 즐기고 싶다.


나의 계절을 만들기 위해 우선 주변부터 단정해지기로 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집 안부터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하나씩 정리하며 외면했던 나의 계절의 기운도 다시 불러들이고, 삶에 여유와 바람길을 내려고 한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