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아나운서: 안녕하십니까. K뉴스, 문화예술 전담 아나운서 오세민입니다. 오늘은 「연립방정식」이란 신간을 발표하신 이승권 작가님을 스튜디오로 어렵게 모셨습니다. 수학 소설가란 별명으로도 알려진 이승권 작가님!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소설 「연립방정식」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소설이 주는 단순한 서사에만 집중하기엔 무거운 주제가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작가님을 먼저 알아볼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님과 구면이지만 알고 싶은 게 많습니다. 작가님께서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 이 작가: 네, 제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군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와 단절되어 어떠한 통신수단도 허용되지 않는 군대, 이곳에서는 우리 고유의 비상식적인 문화가 예로부터 전승되어 자리 잡고 있다.’
지중해 인근의 이름 모를 섬, 외부와는 철저히 고립된 외딴 섬이 있었다. 그리스어 발음으로는 마그누스. 그곳의 역사는 워낙 기묘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역사라고 부르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설화에 가까웠다.- 이승권의 첫 소설 「피터 고레스」 中
“야, 이승권. 오늘 축구하는 날인 거 알지? 6시까지다. 빨리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때는 2007년 여름, 장소는 군대. 피곤하여 눈꺼풀이 물에 젖은 장막처럼 축 내려오는데도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갔다. 군대라는 장소가 또 하나의 사람을 조립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속한 부대에서는 일과가 끝난 후 의례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있었다. 낮은 계급의 은어로 강제 축구라 불리는 행사다. 그것의 탄생 배경에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방공포병사령관 배 축구대회를 준비하는 선임병들의 준비 의지도 반영되었지만, 그런 의지 이면에 깔린 내무실의 질서 확립이란 숨어 있는 동력이 한몫했다. 선임병들은 축구를 통하여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다져야 한다고 닭 부리로 찢어발기듯 강조했다.
이등병, 일병들에게 축구 경기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후임들의 눈에는 영구적인 렌즈와 같은 긴장감이 박혀 있었다. 군 생활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인 후임들에게 눈에 힘 좀 빼라는 위로보다는, 현실의 자각을 통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영내 안에서는 의사 표현과 신체의 자유가 일부 포기되었다. 선임들의 심부름으로 이등병들은 BX로 열심히 뛰어가 운동 후 마실 이온 음료를 서둘러 샀다. 조에트로프로 만든 조악한 애니메이션처럼 다리의 잔상이 저화질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