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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근수근 Aug 19. 2024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을 가다-2

교과서로 기억하는 교육의 역사와 문화

■ 인쇄 기계로 보는 근대 인쇄사 , 수동조판과 기계조판 방식 전시

상설전시관 중 ‘인쇄기계전시관’은 주로 1950~1970년대 사용됐던 인쇄 기계와 인쇄 관련 설비가 전시된 곳이다. 활자 제작, 조판, 인쇄, 제책에 이르기까지 인쇄 공정 전반에 걸친 기계 40여 점이 순서대로 전시돼 있다.

활자를 주체로 해 조판된 인쇄판으로 인쇄하는 것을 활판 인쇄라 하는데 활판 작업을 크게 나누면 수동조판과 기계조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동조판은 자모 조각기로 만들어진 자모를 갖고 활자를 주조한 다음 문선을 거쳐 조판 원고대로 조판한 다음 인쇄하는 과정이다. 기계조판은 활자의 주조, 문선, 식자 조판의 세 공정을 자동으로 한 번에 조작하는 방식이다.

전시관에는 납 활자를 만들기 위한 원도에서부터 활자 자모를 조각하는 자모 조각기, 활자를 제작하는 자동 활자 주조기와 같이 활자를 사용하던 시대 활자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이나 그림을 데이터화하는 스캔뷰, 촬영기 등도 전시돼 있으며, 문자를 입력하는 입력기 등의 조판 관련 설비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쇄하여 교정, 교열하기 위한 활판 교정기와 본격적인 인쇄를 위한 활판 인쇄 기계, 제책을 위한 사철기와 철사기 같은 설비도 있다.

유물과 함께 실제로 공정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해 교과서가 인쇄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유물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기름때와 손때가 묻어 있는 사용 흔적은 지난 세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자료전시관-특별전
인쇄기계전시관-인쇄기계

■ 삽화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전,    손으로 그린 교과서 삽화 돋보여

현재 박물관은 세 개의 특별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교과서전시관에 ‘위인들, 교과서 속에 살다’는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위인을 중심으로 시대별로 추구하는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획전시관에 ‘동무들아, 이리 와. 나하고 놀자!’는 1950~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 속의 놀이문화를 중심으로 놀이와 동요를 보여주고 함께 체험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목을 끄는 특별전시는 교육자료전시관에 특별전시 중인 ‘삽화 여행, 교과서를 그리다’이다.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제7차 교육과정, 2007년 개정, 2009년 개정 초등학교 국어와 음악 교과서 속 삽화에 사용됐던 작가의 원화를 전시했다.

예전에는 모두 손으로 그린 그림을 교과서에 넣었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해 그린 컴퓨터 삽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감정의 흐름을 살리려고 일부러 도화지에 붓 등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수록하는 사례도 있다. 전시된 교과서 수록 삽화는 모두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교과서 삽화는 문장을 보완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지는 보조적인 역할이지만 한 장 한 장 교과서를 넘기며 읽어가는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는 삽화가 주인공이 돼 삽화에만 집중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별소장품-바둑이와 철수(국어 1-1)

■ 20만여 점의 다양한 유물 소장 ,  <새소년> <바둑이와 철수> 등 소개

‘미래엔 교과서박물관’에는 교과서 11만여 점, 교육 관계 자료 6000여 점, 기타 교육 관련 도서 8만 6000여 점 등 모두 20만여 점의 다양한 교육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새소년> 창간호, <바둑이와 철수(국어 1-1)>, <동몽선습>, <유년필독>, <월인천강지곡> 등 매우 가치가 있는 특별소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새소년> 창간호는 <소년>지의 후신으로 새로운 어린이용 잡지를 1964년 5월 1일 발간한 월간 종합지이다. 아동 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이 제정한 어린이날을 기념해 5월에 국판형 창간호 5000부를 발행했다. 이후 <새소년>은 1989년 4월 통권 제299호로 종간됐다.

<바둑이와 철수(국어 1-1)>는 1948년 10월 5일 문교부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정교과서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는 언어 교재이자 읽기 교재로 활용하기 위해 아동문학 창작 기법이 도입됐며, 민주주의적 생활의 반영, 가부장제 탈피, 회화를 통한 구문의 이해,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이 강조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동몽선습>은 조선시대 대표적 아동 교육서로, 아동이 천자문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학습하던 대표적 아동 교재였다. 내용은 크게 유학의 핵심 윤리인 오륜에 관한 부분과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관한 서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년필독>은 1907년 5월 5일 발행된 학부 검정 교과서이다. 1909년 7월, 교과서 검정방침 중 ‘배일사상을 고취하는 기사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조항을 위반해 발매와 반포 금지를 당했다. 본래 초등학교 국어과 교과서로 편찬됐으나, 애국과 독립사상 고취에 기본 목표를 둔 책이다.

<월인천강지곡>은 한글로 된 악장으로 상·중·하 세 권으로 노래 500여 수가 수록되어 있다. 현존하는 것은 상권뿐이며, 나머지는 <월인석보>를 통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미래엔 교과서박물관’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물 기증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는 기증자와 기증품을 지속해서 업로드하고 있으며, 매년 수백 점의 기증품이 들어오고 있다. 추억이 깃든 교과서를 폐기하기보다는 기증을 통해 전시되고 활용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따듯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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