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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Oct 20. 2024

나에게 주는 선물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Feat. 자인언티

기침이 심해져 병원에 가니 폐렴이라고 합니다.

폐렴을 앓은 지 일 년도 채되지 않아 다시 발병한 것입니다.

40대가 1년동안 폐렴을 2번 앓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금 몸의 면역체계가 망가진 것으로 보이니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의사의 관례적인 협박(?)이 있었습니다. 

의례히 건강관리 하라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슬쩍 겁이 났습니다.


사실 최근 쉬어 본 날이 없습니다.

직장근무에 퇴근 후 살림, 브런치 글쓰기, 출판 원고 수정, 컨퍼런스 준비, 스터디 등

N잡러로 살고 있는 나는 퇴근 후에도 새벽1시는 넘어야 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사니 몸에 무리가 간 듯합니다.

나는 지친 나에게 반나절의 휴식을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먼저 쇼파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약기운이 돌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고 오랜만에 낮잠을 즐겼습니다.

몇 시간을 잤을까? 눈은 떠졌지만,  몸이 일어나지지가 않았습니다.

억지로 일어나기가 싫어, 

몸의 기운을 따라 그대로 누워 영화 편을 보았습니다.

저녁 먹을 때가 되서야 겨우 쇼파에서 벗어났는데 왜인지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어디 멋진 곳을 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도

얼마만에 느껴보는 힐링인지.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먹은 느낌이랄까요?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는 냉장고에 늘 파베 초콜릿을 사둡니다.

고된 하루를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용입니다.

나는 냉장고문을 열때마다 파베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먹고는 하는 데 

맛은 물론 그 순간이 힐링 그 자체입니다.

처음에는 차가운 듯하다 이내 혀 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 부드러움의 끝에 입 안 한 가득 퍼지는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는

차마 이별하지 못하는 연인처럼 아쉽고 간절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문득 초콜릿을 한 조각씩 아껴서 나눠 먹는 것처럼

책읽기,  낮잠자기, 멍때리기, 집에서 영화보기, 글쓰기, 초콜릿 한조각 먹기 등

나의 행복들도 한 조각 씩 나눠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행운처럼 찾아오는 벅찬 행복보다는

일상에서 초콜릿 한조각이 주는 잔잔한 행복이 

언제부터인가 편안해서 좋아졌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떠나는 여행이 큰 기쁨이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머물며 보내는 나만의 시간들이

그 사소하고, 작은 기쁨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하루를 고되게 보낸 나에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멋진 나에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은 날을 보내는 나에게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을 정도로 지친 나에게 ...


초콜릿 한 조각같은 선물을 아는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므로

선물의 만족도도 아주 높습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또 어떤 선물을 줄지....


우리 같이

초콜릿 같은 행복을 한 조각씩 

꺼내먹어요.



#위로 #응원 #에세이 #공감



사진출처: 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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