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아프지말고 Feat. 자인언티
기침이 심해져 병원에 가니 폐렴이라고 합니다.
폐렴을 앓은 지 일 년도 채되지 않아 다시 발병한 것입니다.
40대가 1년동안 폐렴을 2번 앓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금 몸의 면역체계가 망가진 것으로 보이니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의사의 관례적인 협박(?)이 있었습니다.
의례히 건강관리 하라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슬쩍 겁이 났습니다.
사실 최근 쉬어 본 날이 없습니다.
직장근무에 퇴근 후 살림, 브런치 글쓰기, 출판 원고 수정, 컨퍼런스 준비, 스터디 등
N잡러로 살고 있는 나는 퇴근 후에도 새벽1시는 넘어야 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사니 몸에 무리가 간 듯합니다.
나는 지친 나에게 반나절의 휴식을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먼저 쇼파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약기운이 돌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고 오랜만에 낮잠을 즐겼습니다.
몇 시간을 잤을까? 눈은 떠졌지만, 몸이 일어나지지가 않았습니다.
억지로 일어나기가 싫어,
몸의 기운을 따라 그대로 누워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저녁 먹을 때가 되서야 겨우 쇼파에서 벗어났는데 왜인지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어디 멋진 곳을 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도
얼마만에 느껴보는 힐링인지.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먹은 느낌이랄까요?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는 냉장고에 늘 파베 초콜릿을 사둡니다.
고된 하루를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용입니다.
나는 냉장고문을 열때마다 파베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먹고는 하는 데
맛은 물론 그 순간이 힐링 그 자체입니다.
처음에는 차가운 듯하다 이내 혀 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 부드러움의 끝에 입 안 한 가득 퍼지는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는
차마 이별하지 못하는 연인처럼 아쉽고 간절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문득 초콜릿을 한 조각씩 아껴서 나눠 먹는 것처럼
책읽기, 낮잠자기, 멍때리기, 집에서 영화보기, 글쓰기, 초콜릿 한조각 먹기 등
나의 행복들도 한 조각 씩 나눠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행운처럼 찾아오는 벅찬 행복보다는
일상에서 초콜릿 한조각이 주는 잔잔한 행복이
언제부터인가 편안해서 좋아졌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떠나는 여행이 큰 기쁨이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머물며 보내는 나만의 시간들이
그 사소하고, 작은 기쁨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하루를 고되게 보낸 나에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멋진 나에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은 날을 보내는 나에게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을 정도로 지친 나에게 ...
초콜릿 한 조각같은 선물을 줄 주 아는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므로
선물의 만족도도 아주 높습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또 어떤 선물을 줄지....
우리 같이
초콜릿 같은 행복을 한 조각씩
꺼내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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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