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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포트 Apr 22. 2024

100일간의 명상 기록을 시작하며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예민하고 자주 불안해하는 아이였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 내가 자란 환경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 고질병 같은 성격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내 안에 남았다. 소화되지 못한 불안감은 퍽-하면 명치에 턱-하니 걸려 있었고, 그 덕에 나는 소화제를 늘 달고 살아야 했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마음을 단련하는 명상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위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불안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찾았을 것이고, 명상이라는 길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에 곧바로 매료되고야 말았을 것이다.


내가 명상 그 비슷한 개념을 처음 접한 건 호주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요가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날은 회사에서 생긴 제법 스트레스받는 일(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니지만)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로 요가원을 찾았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몇 가지 요가 동작이 이어졌고, 그리고 모든 동작이 끝났다 싶을 때 나는 일어나서 정리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교실 안의 모든 불을 끄시더니 5분 동안 원하는 자세로 가만히 정돈하는 시간을 주셨다. 나는 이게 뭔가 생각할 틈도 없이 홀린 듯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원하는 자세로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응시했다. 교실 안은 요가로 온몸이 이완된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공기 중에 퍼졌다. 부드럽지만 강한 목소리로 사랑과 감사와 우리 신체의 온전함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나는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회사 일을 드문드문 떠올리며 괴로워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선생님 말씀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었다.


집중은 상념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대로 정말로 내 안에서 감사와 사랑과 온전함이 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5분 간의 정리 시간이 끝날 때쯤에는 회사에서부터 끌고 왔던 두통까지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단 5분 만에 내 마음이 이토록 평온해 질 수 있다니. 나는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온갖 복잡한 일로 어지럽다 하더라도, 내 마음만은 온전한 나의 의지로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게 명상의 한 방식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그때 이후로 나는 필요할 때마다 이따금씩 명상 찾는 간헐적 명상 수련자가 되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덜 예민하고 덜 불안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간헐적이고 제멋대로 명상 수련을 한 탓인지, 나는 아직도 인생에 이따금 바람이 불어올 때면 여전히 흔들리고 또 넘어지곤 한다. 얼마 전 내가 또다시 속절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때 나는 문득, 더 큰 뿌리를 마음속 깊이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100일간의 명상 기록>이라는 나만의 챌린지를 하고자 결심했다. 간헐적인 수련이 아니라, 명상과 명상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온함을 영원한 내  삶의 일부로 만들고 싶어서.


100일간의 명상 수련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이를 통해 나는 분명히 성장할 것이라 믿기에

실패하더라도 자책하지 말 것임을 스스로에게 약속하고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뎌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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