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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포트 Apr 28. 2024

98%의 잡생각과 2%의 알 수 없는 순간

<100일간의 명상 기록>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함께 브런치 연재까지 시작한 나의 명상 도전기. 대망의 도전 첫째 주는 실패로 끝났다. 첫 주부터 실패라니. 시작부터 맥 빠지는 소리이긴 하지만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는 명상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99일간의 명상 기록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나?) 뭐,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죄책감은 앞으로 명상을 하는 데 단 1%의 도움도 될 것 같지 않으므로 나는 애써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 본다.






일주일 명상 요약

일주일 간 내 명상 루틴은 ‘이랬다’할 규칙이나 주제, 정해진 명상 시간 따위가 없는 채로 진행되었다. 그저 밖으로 뚫린 눈을 안으로 돌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자라는 생각 하나로 임했더랬다. 내가 애초에 명상에서 얻으려 했던 것은 ‘마음의 평온’이었는데, 정작 그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첫 일주일 간은 그저 앉아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거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가이드 명상을 틀어 놓고 수련했다.


(1일 차) 4월 22일 월요일 (명상 시간: 20분 / 시간대: 아침 / 장소: 침실)

대부분의 시간이 ‘명상에 대한 의무감’에서 파생된 잡생각으로 채워졌다. 명상 초반부터 무엇을 느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심지어는 '브런치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까?'하고 고민도 했더랬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의 부유물이 떠다녔고, 나는 이것들을 그저 바라보았다.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지만 마치 남의 생각을 듣는 것처럼,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빛에 집중했다. 햇살이 밝은 아침이었기에. 그러다 의식적으로 '감사'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곧바로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나는 우리 가족의 존재를 가장 감사해하는구나. 마음이 편안해 지자 명상을 끝냈다.


(2일 차) 4월 23일 화요일 (명상 시간: 10-15분 / 시간대: 아침 / 장소: 침실)

첫날과는 달리 명상 도전기 그 자체에 대한 의무감은 없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과거의 후회 섞인 날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어제처럼 일부러 감사함에 대해 생각했다. 여전히 감사의 원천은 가족들이었다. 명상이 끝난 후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일부터는 가이드 명상을 틀어 놓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 차) 4월 24일 수요일 (명상 시간: 26분 / 시간대: 저녁 9시 이후 / 장소: 침실)

보름달이 뜬 유난히 밝은 밤이었다. 나는 명상에 제법 깊이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 12분은 자유 명상을 했고, 그다음 6분은 <저항 버리기>라는 가이드 명상을 따랐다. 무의식 속 온갖 저항을 버리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연습이었다. 좋은 에너지의 연장선으로 나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그러자 곧바로 초록잎, 가족,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일을 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버킷리스트인 발리에서의 워케이션 장면도 떠올랐다. 가이드 명상이 끝나고도 10분간 자유 명상을 더 하였는데, 이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무언가에 집중한 것 같은데...


(4일 차) 4월 25일 목요일 (명상 시간: 10분 / 시간대: 저녁 / 장소: 침실)

반수면 상태에서 명상을 했다. 그것도 누워서. 눈을 감자 무의식 속에서 익숙한 장소와 처음 보는 장소가 마치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이어서 펼쳐졌고, 이를 인지하고부터는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의도적으로 그려보았다.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5일 차) 4월 26일 금요일 (명상 시간 12분 / 시간대: 아침 / 장소: 침실)

실패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집중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아마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안은 채로 아침을 시작했더랬다. 이는 최근 일감이 들쭉날쭉하여 피어난 생계의 불안일 터였다. 명상을 하는 동안 머리는 맑아졌으나,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명상을 끝내고 나서는 '불안해하며 살지 마라. 삶은 불안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일지에 써 내렸다.


(6일 차) 4월 27일 토요일 "명상 안 함"

어쩌면 명상이 가장 필요했던 날이었다. 긴장되는 일이 있는 날이었기에. 그러나 나는 명상을 하지 않았다. 긴장되는 마음을 유튜브 숏츠나 TV 프로그램으로 덮어 버렸다. 물론 긴장되는 마음이 해소될 리 없었다.


(7일 차) 4월 28일 일요일 (명상 시간: 15분 / 시간대: 낮 2시쯤 / 장소: 야외)

처음으로 야외 명상을 했다. 바다가 보이고 풀과 나무로 뒤덮인 노지였다. 나는 얇은 천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가이드 명상을 틀었다. 귀에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착용했다. 나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영상에서 말하는 “Everything I need is whithin me(내게 필요한 것은 모두 내 안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잡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98%의 잡생각과 2%의 알 수 없는 순간

하루 평균 15분 남짓했던 내 명상 시간은 98%의 잡생각과 2%의 알 수 없는 순간으로 채워졌다. 그렇다. 98%의 잡생각. 나는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웠다. 집중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으니 정신의 산만함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잡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와중에도 아주 드물게 강렬하고 고귀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바로 감사함을 생각했을 때, 가이드 명상을 들으며 나의 온전함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부담감과 후회 따위의 잡생각으로 보낸 98%보다 훨씬 강렬한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이 강렬함이라는 것은 기쁨과 노여움 같은 강한 감정의 종류는 아니었고, 굳이 비유해 보자면 헝겊이 따뜻한 물에 서서히 적셔지는 것 같은 어떠한 '퍼짐'의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이 강렬했던 것은 그 순간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명상 공부의 필요성

일주일 동안 아무렇게나 명상을 해본 결과,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에도 진도와 같은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혼자서는 100일 동안 매일 명상을 한다고 한들 영 진도가 안 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명상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명상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수련하는지 알고 싶었다. 명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무작정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보다 그 개념에 대한 정립을 어느 정도하고 나면 수련 과정이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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