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왕자 Nov 18. 2024

구슬 따먹기

그 많던 구슬은 어디로 갔을까

 널빤지 비스듬히 돌멩이로 돋우고

오른 눈 찡그리며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은

 왕구슬을 튕군다

 널빤지 위를

 또르르르르르르 구르다

 커다란 돌멩이 앞에

 틱 자리 잡은 녀석

 애걔, 고것 밖에 안 갔어?

 너 차례야 튕겨 봐

 어라,

 툭 튕겨 돌멩이를 건너뛴 녀석


 내가 이겼다 이제 맞춘다


ㅡㅡㅡㅡ


 구슬을 잃지 않으려 가슴 졸이며 구슬 따먹기 하때가 있었다. 왕구슬 하나면 멋지게 상대를 이길 수 있었다. 오빠도 이겼고 친구도 이겼다. 해넘이가 시작되어 까만 밤이 찾아오도록 늦게까지 우리는 마당 한편에 전구를 켜 놓고 구슬 따먹기를 했었다.


  멀리 튕기지 마라 제발

 구슬 몇 개 안 남았다


 오빠는 구슬치기를 잘했고 나는 어쩌다 한 번 오빠를 이겼다. 왕구슬이 있으면 좋았다. 그러나 왕구슬이 내 손에 들어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은 구슬 열 개와 바꿔도 좋았다. 그건 바꿔주는 사람 마음이다. 스무 개가 될 수도 있다.  

 

 오빠도 봐주는 거 없다

 동생도 봐주기 없다

 왕구슬 따먹으면 끝이다

 해 지는 줄 모르고

 구슬 따먹기 하던

 그 시절 우리들 세계


 ㅡㅡ그 많던 구슬은 어디로 갔을까ㆍ어린 왕자

이전 05화 홍시와 엄마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