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평생을 사시는 동안
가장 화려한 사치를 부린 날
주검을 곁에 두고
눈 내리는 길을 달렸다
리무진 위에 하얀 꽃눈이 흩날렸다
평생을 두 발로 걸어
평생을 일구어 오신
평생을 당신 차 한 번 갖지 못하고
그렇게 걸어오신
그 걸음이 차마 무거워
리무진 위에 소복이 흰 눈이 쌓였다
잃어버린 당신의 세월이
어디에 어디다 무얼 잃었는지 모르지만
가만가만한 세월이
흰 눈처럼 새버린 머리카락 사이로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다만 그리운 것은
리무진 위에 얹힌 당신의 하얀 미소가
오늘 문득 내게 남은 까닭이다
살기 어려웠던 세월을
당신은 그렇게 어렵게 살아내셨고
흙 묻은 소맷부리에
희망이 걸려 있어도
희망인 줄 모르고 툴툴 털어내듯
성마름 가신 얼굴이
오늘 문득 내게 남은 까닭이다
누군가 그랬다
가난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ㅡ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ㅡ이라고
하여 당신은 머리통이 깨지고 부서져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날의 울분을 씻어버리고
하얀 리무진 위에 하얀 눈꽃을 날리면서
그렇게 가셨다
오늘 문득 내게 남은 까닭은
오늘 문득 당신이 그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