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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만다린
투명 용기에 싸인 게
귤이었다
요즘 귤은 수분이 빠져 맛이 없는데
요건 꽤 통통하다
며 얼른 집어 들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인 것도 모르고
만족스러워했다
머리는 이미 귤로 가득 찼다
과즙이 톡 터지며 흘러넘쳤다
그렇게 사나흘이 지나
통통한 귤을 먹으려는데
어라! 밑동에 꼭지가 붙었네
뭐지? 오렌진가?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다
껍질이 두꺼워 손으로 까기 힘들다
젠장! 오렌지였구나
귤인 줄 알았는데
귤 같은 오렌지였다
맛은?
수분 빠진 귤보다 더 달다
손가락 사이로
과즙이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훌러덩 껍질도 쉽게 벗겨진다
잘 났어 정말!
모르고 샀는데 오히려 잘됐네!
한다
맛있으면 됐다
귤인 줄 알았던 오렌지가
귤보다 달다
ㅡㅡㅡ어찌 보면 실수다. 내가 먹는 것이라 괜찮지만 요즘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고 오렌지를 보고도 귤이라고 어거지를 부리기도 한다. 이 일을 어이할꼬.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또 아니라고 인정하기도 싫어한다. 똥고집이 덕지덕지 붙었다. 냉장고에 넣을 때까지 귤이었는데 꺼내보니 오렌지? 그건 아니었을 텐데 나는 아직까지도 귤을 샀다고 우기고 있다. 미덥잖은 어린 왕자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