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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인 줄 알았는데 오렌지?

알고 보니 만다린

by 어린왕자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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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용기에 싸인 게

 귤이었다

 요즘 귤은 수분이 빠져 맛이 없는데

 요건 꽤 통통하다

 며 얼른 집어 들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인 것도 모르고

 만족스러워했다

 머리는 이미 귤로 가득 찼다

 과즙이 톡 터지며 흘러넘쳤다


 그렇게 사나흘이 지나

 통통한 귤을 먹으려는데

 어라! 밑동에 꼭지가 붙었네

 뭐지? 오렌진가?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다

 껍질이 두꺼워 손으로 까기 힘들다

 젠장! 오렌지였구나

 귤인 줄 알았는데

 귤 같은 오렌지였다

 

 맛은?

 수분 빠진 귤보다 더 달다

 손가락 사이로

 과즙이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훌러덩 껍질도 쉽게 벗겨진다

 잘 났어 정말!

 모르고 샀는데 오히려 잘됐네!

 한다

 맛있으면 됐다

 귤인 줄 알았던 오렌지가

 귤보다 달다


 ㅡㅡㅡ어찌 보면 실수다. 내가 먹는 것이라 괜찮지만 요즘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고 오렌지를 보고도 귤이라고 어거지를 부리기도 한다. 이 일을 어이할꼬.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또 아니라고 인정하기도 싫어한다. 똥고집이 덕지덕지 붙었다. 냉장고에 넣을 때까지 귤이었는데  꺼내보니 오렌지? 그건 아니었을 텐데 나는 아직까지도 귤을 샀다고 우기고 있다. 미덥잖은 어린 왕자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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