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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일까
먹을거리를 사면서
봄이 오는 식탁을 차리고 싶었다
텃밭에서 시금치를 캐 나물을 할 것이고
파를 뽑아 양념장 만들 것이다
사과도 사고 블루베리도 사고
체리도 사고
투명 용기에 담긴 자그마한 게
까먹기 좋은 귤로 보였다
내 손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까먹기 좋은 크기의 귤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고
며칠 지나 꺼냈다
이런, 귤이 아니구나! 오렌지구나!
귤인 줄 알았는데
크기가 작은 오렌지가 꼭 귤 같다
오렌지 아래 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손가락을 더듬어 껍질을 벗겨낸다
쉽게도 벗겨진다
까놓고 봐도 귤 같다
맛도 귤맛이다
아직도 속은 기분이다